'이지원'은 이미 대통령 기록관에 봉인됐었다
아이엠피터 2013/10/07 07:57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삭제 흔적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의 NLL 대화록 실종 중간 수사 발표에 '삭제'와 '이관되지 않음'이라는 용어가 나오자,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라며 문재인 의원의 정계 은퇴까지 요구하며 공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TV와 언론 보도를 보는 국민들은 대부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대화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으며,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믿음 속에 굉장한 모순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NLL 대화록을 둘러싼 모순점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지원 기록물은 이미 대통령 기록관에 봉인됐었다'
NLL 대화록의 핵심을 알기 위해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국가기록원과 뉴라이트 전국연합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 사본을 봉하마을로 옮긴 것에 대해 '불법 무단 유출'이라며 고발하여 수사를 진행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기록물을 봉하 사저로 가져갔다는 소식에 대한민국 언론 대부분은 '유출'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노무현 대통령을 범법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유출이라는 말은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몰래 빼돌린 것으로 사람들은 인식합니다. 그런데 당시 봉하마을에 있던 시스템을 국가기록원이 조사했을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기록원의 이지원 운용 현장 확인)
- 11:40분경 협의가 끝난 직후 국가기록원의 실무관계자 2인이 김경수 비서관의 안내에 따라 사저내 이지원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서버실을 방문하였다.
- 서버실은 사저내 통제구역으로 정해놓았고, 출입문에는 이중 잠금장치를 했으며, 윈도우를 구동하고 이지원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해야만 접속할 수 있음을 직접 확인시켜 주었다.
- 또한 사저에 설치된 이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가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이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와 제조회사가 다르며 상호 호환이 되지 않는 기종임을 설명하였고, 기록원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 또한 우리는 사저의 이지원 시스템이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독립망으로 되어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시켜 주었고, 서버실과 대통령님 거실에 있는 단 두 대의 단말기만 접속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 단말기는 외부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직접 확인시켜 주었고, 국가기록원측은 이를 확인하였다.
국가기록원 조사관들은 봉하사저 안에 이지원 시스템이 설치된 서버실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국가기록원은 서버실이 통제구역이며,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해야만 접속할 수 있다는 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말은 청와대의 이지원 서버를 복사해서 가져왔고, 대통령 이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했으며, 외부와 연동되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즉 청와대에 있던 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봉하마을에서도 똑같은 자료를 볼 수만 있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검찰은 봉하마을의 자료와 대통령 기록관 자료의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컴퓨터 관련 전문 범죄를 담당하고 있는 <첨단범죄수사부 (구본진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했습니다.(현재 수사 중인 곳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김광수 부장검사)
약 3개월간 컴퓨터 전문 범죄 수사팀이 수사한 결과 반납한 사본과 보관 중인 대통령 기록물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봉하 이지원 시스템을 검찰 입회 하에 대통령기록관에 봉인까지 했습니다.
2008년에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을 조사하면서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자료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난리가 났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 있던 자료와 국가 기록관에 있던 자료는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결론은 봉하 이지원의 자료와 국가기록원에 넘긴 자료는 같으며 이는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는 사실입니다.
' 국가기록원 시스템 팜스 변환은 참여정부가 아닌 MB정권 시절'
2013년 3월 26일 노무현재단 사료팀은 대통령기록관 특수 서고에 있던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 해제 및 시스템 접속 기록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살펴보려면 참여정부 시절의 대통령 기록물이 어떻게 변환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참여정부에서 생산된 대통령 기록물의 문서는 기록관 서고로 직접 옮겨지는 데 반해, 전자기록물은 <청와대 이지원>을 기초로 기록물관리시스템을 거쳐 이관용 외장 하드에 기록을 옮깁니다. 참여정부는 이관용 외장하드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했습니다.
참여정부로부터 받은 이관용 외장하드를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 팜스(PAMS)로 변환 기록하는 과정은 참여정부가 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 이후에 이루어졌습니다. 즉, MB정권 시절에 참여정부 외장하드가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으로 기록된 것입니다.
(MB정권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록원장도 교체했다)
현재 검찰 발표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3가지입니다. 청와대 이지원, 봉하 이지원, 국정원본입니다. (검찰도 이 세가지가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으며, 그에 따른 해석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아, 새누리당은 이미 7월에 앞으로 NLL 논란을 다시 제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봉하 이지원의 자료는 당시 청와대 이지원의 복사본입니다. 원본이 없는데 복사가 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검찰은 청와대 이지원에서 삭제됐던 자료를 복구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참여정부가 청와대 이지원에 있던 대화록을 삭제했다면 분명 2008년에 청와대 이지원과 봉하 이지원 (2013년에도 존재한다고 발표했으니)의 차이를 검찰은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참여정부가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검찰 첨단수사팀은 대통령 기록관에서 거의 3개월을 비교 조사했다. 이것은 빠른 시일 내에 중간수사 결과만 발표한 현재 검찰보다 당시 검찰이 더 자세히 수사했다고 볼 수 있다.>
즉, 2008년 청와대 이지원과 봉하 이지원의 자료가 동일하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던 첨단수사팀을 다시 불러, 그때 수사했던 자료를 들춰내고 관계자를 소환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지금 참여정부 인사만 소환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모순이 여기서도 발견되는 것입니다.
' 국가기록물,공공기록물, 도대체 무엇이냐?'
대부분 언론에서는 '대화록 삭제','대화록 폐기','사초 폐기' 등의 용어를 사용합니다.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함부로 삭제한 것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했다며 난리를 칩니다.
검찰은 참여정부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면서 참여정부 인사를 대통령기록물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대해서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로 규정하고,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그러자 남재준 국정원장은 대화록을 아예 일반문서로 재분류해서 공개했습니다.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했던 내용을 녹음해서 그것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면 생산주체는 당연히 대통령이 되는 대통령기록물인데, 대화록 공개의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대통령 기록물을 일반 문서로 만든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녹음 파일을 국정원에 정리하라고 한 것은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아, 국정원 기술로 정확히 대화록을 만들라는 의도였다.)
MB는 자신이 대화록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경향신문에서 어떻게 봤느냐고 질문을 하자, 대통령기록물로 열람한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는 것은 많지 않느냐"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개나 소나 다 볼 수 있는 문서 쪼가리가 이제는 대통령기록물로 둔갑해버린 것입니다. 검찰은 먼저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의 잣대에 대해 반드시 그들 스스로 법리 해석을 제대로 다시 해야 합니다.
2008년 봉하마을이 반납한 이지원 사본에 대화록이 있으며,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됐다면 참여정부에서 삭제됐다는 말은 모순입니다. 봉하 이지원 자료이지만 분명히 대통령 기록물로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검찰은 불법 유출 운운하며 관계자를 소환 조사 수사했으나 이지원의 자료를 모두 반납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2008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반납하지 않고, 추가로 유출한 자료나 더 복제돼 나간 자료는 없다고 발표했다.또한 지금 참여정부 소환 대상자들은 이미 2008년에도 소환됐었다.>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했다고 수사했다가 다시 돌려줘서 이미 수사가 끝난 상황인데, 대통령 기록물을 삭제했고 이관하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은 법적으로도 짜맞추기, 정치 공작에 불과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기록원 열람 시스템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고생하다 겨우 10억 6천만원을 마련해서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퇴임 후에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은 예산 때문에 만들지 못해 '기록물 유출'로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도 직면했었습니다.
이명박은 퇴임 후 사저에서 편안하게 온라인 열람을 하기 위해 무려 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온라인 열람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2008년 7월 13일 오전 11시 45분 봉하 사저를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의심나는 기록이 있으면 확인하고 가고, 확인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협조하겠다. 확인하고 이 문제는 깨끗이 정리해주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참 나쁜 사람 같습니다. 왜 이리 일찍 세상을 떠나, 무덤에서도 분노할 만큼의 오해와 멸시를 지금까지 받고 있으며, 조금이나마 진실을 아는 국민을 이토록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떠난 지 4년이 넘었지만, 그때 그를 괴롭혔던 새누리당과 언론들은 그를 무덤에서 끌어내다 못해, 그의 친구 문재인 의원을 향해 돌팔매질하고 있습니다.
이 땅을 떠나지 말고, 국민 곁에서 함께 진실을 향해 싸웠다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어쩌면 그는 힘들었을지라도 그의 진실을 믿는 국민에게는 위로와 빛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따라 세상을 떠나 그가 원망스러우면서, 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글을 써도 이미 새누리당과 언론은 그의 무덤을 포크레인으로 파헤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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