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이상한' 대화록 수사…처음부터 '짜맞추기' 의혹
"초안도 완성본"..대화록 두개, 국가기록원에 이관해야 하는 모순
2013-10-11 06:00 | 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
검찰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해 '완성본이 삭제됐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과 참여정부 측이 대립하는 부분은 삭제된 대화록의 성격이다. 참여정부측은 삭제된 대화록은 초본이며 국가기록원으로의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표제부(제목)을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봉하이지원에 발견된 최종본이 있기 때문에 초본은 삭제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런 주장을 일축하며 삭제된 것도 하나의 완성본이어서 삭제되면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삭제된 대화록이나 발견된(삭제되지 않은) 대화록이나 모두 하나의 완성본 형태"라며 삭제된 것이 초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어떤 의미에서 둘다 완성본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이 참여정부 인사를 소환도 하기 전에 '완성본'이라고 공식 발표한데 대해, 삭제된 대화록이 '초본'인지 '완성본'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용을 공개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이번에는 "공개하는 것이 법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뒤로 발뺌을 했다. 또 검찰 논리대로라면 대화록 두 개는 모두 대통령기록물로서 국가기록원에 이관되는게 맞다. 비슷한 대화록을 두 개 다 이관하지 않은 것이 수사 대상이 되는지도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검사도 피의자 진술서를 받아놓고 오류가 많을 경우 기존 것을 파기하고 다시 작성하는데 검찰 주장대로라면 이것도 실정법 위반이 된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참여정부 인사를 소환하기 전부터 "대화록을 이관하지 않고 삭제한 행위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실무자를 사법처리하기로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의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소환조사는 요식적.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지난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국정원이 생산.관리했다'는 이유로 공공기록물로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로 해석했다. 국정원 대화록 역시 청와대에서 작성해 넘겨준 것을 국정원이 자체 양식에 맞게 형식만 바꾼 것이다.
대화록 수사를 놓고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검찰이 무리하게 사건의 결과를 예단해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는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공식 발언을 피하면서 사실 위주로만 내용을 공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2일 '대화록 삭제'라는 결론을 중간 수사결과에 미리 공표해 놓고 그 이유에 대해선 "수사결과 발표 때 알려주겠다"는 이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 인사에 대한 소환일정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는 점도 다른 사건과 다른 점이다. 특히 검찰은 줄소환된 참여정부 관계자들에게 "문재인 의원이 보고 경로에 있느냐'며 특정인을 겨냥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일각에선 문 의원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수사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실정법 위반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대화록을 없애려고 했다면 굳이 국정원에 따로 남길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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