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숭례문 단청이 '영원불멸'은 아니라지만..
벗겨져도 너무 빨리 벗겨진 숭례문 단청
SBS | 권란 기자 | 입력 2013.10.10 09:24

국보 1호 숭례문이 5년 3개월에 거친 복구공사를 마치고, 대통령까지 참석한 대대적인 기념식을 연 게 지난 5월이었습니다. 어이없는 방화로 산산이 무너져 내린 뒤, 오랜 시간동안 심혈을 기울여 복구를 해서인지, 우리 국민의 '숭례문 사랑'은 그 어떤 문화재에 대한 것보다 더 대단합니다. 그런 숭례문인데, 복구가 완료된 지 채 5달도 지나지 않아 '훼손' 소식이 들렸습니다. 숭례문 단청 곳곳이 벗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숭례문에 '노이로제'가 있어서인지, 이런 사실에 대한 첫 보도가 나가자마자, 문화재청은 긴급히 기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훼손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겠다는 것이었죠. 복구 작업에 참여했던 홍창원 단청장도 직접 나왔습니다.

홍창원 단청장은 "죄송하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홍 단청장은 "지난 6월, 단청이 벗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6월이면 복구 직후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청이 벗겨진 부분은 1층과 2층 지붕의 서까래 부분 20여 군데입니다. 꽃무늬 부분의 주황색 칠한 부분이 '오래된 건물의 페인트가 벗겨진 듯' 칠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일부 기자들은 '실망하는 기색'도 있었지만, 카메라로 확대해서 보면 떨어진 부분이 확연히 보였습니다.

홍 단청장은 단청의 벗겨짐 현상이 '전통 방식 작업'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숭례문 복구는 '전통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단청 또한 마찬가지여서, 조선시대 방식 그대로 천연안료를 사용했습니다. 천연안료에 아교(접착제)를 섞어 단청에 색을 입히는 방식입니다. 단청에서 꽃모양에는 주색(주황색)을 칠하는데, 녹색 바탕 위에 칠하다보니 색깔이 곱게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얀색 바탕을 까느라고 호분(조개가루)을 덧발라 그 위에 주색을 입혔습니다. 호분 부분이 두꺼워지니까 무게가 생기게 되었고, 아교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버리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기존 방식대로 화학 안료에 합성수지를 사용하면, 색도 선명하고 접착력도 좋아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데, 천연 안료에 아교를 쓰는 전통 방식으로는 당연히 이에 미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전통 방식을 사용하다보니, '시행착오'가 생긴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사실 서까래가 아닌 지붕의 다른 부분에 칠한 주색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겨서, 그 부분은 이미 보완 작업을 했다고도 실토했습니다. 벗겨진 단청 부분에 대해서도 날이 더 추워지기 전까지 보수 작업을 벌일 계획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쁜 색깔을 내면서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할 지 고민도 해보겠다고 합니다.

전무후무한 대형 화재를 겪어서 '숭례문'이라 하면 벌벌 떠는 문화재청인지라,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는 않아서 서둘렀을 거라는 생각입니다만,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이번 숭례문 단청 훼손 사건에서도 '오해'를 풀고 싶었는지 발 빠르게 '설명회'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사태 파악은 제대로 못한 채 해명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서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애초 문화재청은 "지붕 1층 서까래 부분의 7~8군데 정도만 훼손이 됐다"고 했습니다만, 기자들이 살펴보니 지붕 2층 서까래 부분에서 더 넓고 많은 벗겨짐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건축물이기에 단청은 '영원불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바람을 맞고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있으면 서서히 벗겨질 수밖에 없고, 그때는 보수를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숭례문 단청은 '빨라도 너무 빨리' 벗겨졌다는 게 문제입니다.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은 100년이 넘어도 완공을 못하고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짓고 있습니다. 숭례문도 5년 3개월이라는 나름대로 긴 시간을 들여 복구를 했지만,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대목입니다.

권란 기자haras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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