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등급 이상 받은 기관장 대부분이 낙하산 · 고위관료 출신
<공공기관 경영평가 30년 明暗> 28개 공기업 · 32개 준정부기관 5년간 경평 조사
헤럴드경제 | 입력 2013.10.15 11:14 | 수정 2013.10.15 17:27

2008년 공기업기관장 B등급 이상 3명, 건교부 차관·국회의원·현대건설 출신
빚더미 LH·수공 등도 연속 우수등급
비리혐의 연루된 장석효 前도공사장 대운하TF 이끌며 2년연속 A등급

헤럴드경제는 2008~2012년 28개 공기업과 32개 준정부기관의 경영평가(경평)에서 기관장 평가를 살펴봤다. 고위 관료 출신이나 친정권 인물 등 힘센 기관장이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A(우수)와 B(양호) 등급은 힘센 이들의 차지였다. 경평이 불신받는 또 다른 이유다. 본지 설문의 '낙하산 기관장이 올 경우 평가에 영향을 미치나' 질문에 '그렇다' 29곳, '아니다' 15곳이라고 공공기관 경평 담당자들이 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고위 관료이거나 정권 인물이거나=2009년 발표된 2008년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서 B등급 이상 받은 인사는 3명으로,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과 전용학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정승일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다. 이들은 각각 건설교통부 차관과 국회의원, 현대건설 출신이다. 고위 관료이거나 정치인,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상위 등급을 차지했다.

다음해 발표된 기관장 평가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기업 기관장 11명이 AㆍB등급을 받은 가운데 8명이 고위 관료나 친정권 인물로 분류됐다. A등급에 수공의 김 전 사장이 이름을 또다시 올렸고, LG전자 출신의 김쌍수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이 등급에 합류했다.

김쌍수 전 사장은 MB의 공기업 혁신 오더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혁신경영의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KTX 파업 유도 문건'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철도공사 사장 허준영(전 경찰청장) 씨도 A등급에 랭크됐다.

B등급은 2008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선임된 'MB맨' 주강수씨, MB캠프 출신의 한국도로공사 사장 류철호 씨, 전년에 이어 같은 등급을 받은 정승일 씨와 전용학 씨, 고위 관료 출신의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등 5명이다.

이런 추세는 이후 기관장 평가에서도 이어졌다. 2010년 AㆍB등급 공기업 수장 16명 중 12명이, 2011년 같은 등급 11명 중 8명, 2012년 15명 가운데 11명이 고위 관료이거나 친정권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평가에서 처음으로 B등급을 받은 현대건설 출신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지송 씨는 3년 연속 '양호(B)' 성적 이상을 올렸다. LH는 공기업 부채 1위인데도 말이다.

빚더미 수공의 김건호 씨는 5년 내내 A등급이나 B등급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수공은 4대강 사업을 수행했다.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를 이끌었던 장석효 전 도로공사 사장은 취임 직후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장 전 사장은 현재 비리 연루 혐의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기관장 평가에서 상위 등급에 랭크된 인사 상당수가 고위 관료나 친정부 인물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대형 공공기관 본사 모습. [헤럴드경제DB]

▶낙하산 싹쓸이 '준정부기관'=준정부기관 기관장 평가의 상위 등급은 고위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싹쓸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B등급 이상 기관장 평가를 받은 곳은 8곳. 기관장의 면면을 보면 국제금융센터 소장 출신의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진병화 씨, 한국무역보험공사(당시 수출보험공사) 사장인 유창무 전 중소기업청장,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농업인들의 모임인 희망세상농업포럼 창립을 주도한 엄홍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다. 이 공단은 최근 5년 내내 자본잠식 상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인 조환익 전 산자부 차관은 2008년 B등급에서 2009년에는 한단계 뛰어오른 A등급을 받았다. 현 국회의원인 홍문표 당시 농어촌공사 사장도 B등급 대열에 합류했다. 공사의 부채는 2008년 3조6000억여원에서 지난해 6조5000억여원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2008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기용된 전 국회의원 안택수 씨는 4년 연속 B등급에 이름을 올린다.

재정ㆍ금융당국 관료 출신들도 돋보였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의 임주재(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씨는 2008~2010년,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인 이철휘(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씨와 장영철(〃) 씨는 2009년과 2011년 각각 B등급에 랭크됐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이승우(예금보험공사 사장) 씨는 2010년 B등급에서 2011년 A등급으로 한단계 올랐고, 바통을 이어받은 금융위 사무처장 출신의 김주현 씨는 2012년 A등급을 유지했다.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담당자는 "기관장은 단기 성과에 연연하게 되는 반면 직원들은 장기적인 사업을 하기를 원한다"면서 "그래도 직원들은 기관장 때문에 경평에 올인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기획취재팀/dscho@heraldcorp.com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