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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윤석열, 재배당 절차 건너뛴 '초유의 사본 배당'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입력 : 2020.06.18 15:56 수정 : 2020.06.18 18:27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감찰부에 이미 배당됐던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수사 검사들에 대한 진정사건을 ‘재배당’ 절차를 건너뛰고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재배당 과정에) 편법과 무리가 확인됐다”고 했다. 법무부는 감찰부가 주요 참고인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윤 총장은 감찰부에 배당돼 대검 사건번호가 붙어있던 한 전 총리 수사팀 진정사건에 대해 지난 달 28일 재배당을 지시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에게 진정서 접수보고를 한 날이다. 한 부장은 지난 4월17일부터 한달여간 사전 조사를 통해 진정사건 처리 방향을 검토한 뒤 총장에 보고했다.
윤 총장은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하도록 지시했다. 한 부장이 윤 총장의 재배당 지시에 ‘우리가 계속 맡겠다’는 의사를 개진한 지 하루 뒤였다. 정식 절차대로라면 상급자 지시에 하급자가 의견을 달리 할 경우 의견 조율을 거쳐 다시 재배당 지시를 내렸어야 했다. 대검 사정을 아는 한 검사는 “사본을 이용한 사건 재배당은 초유의 일이어서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다”고 했다. ‘한 전 총리 뇌물사건 수사팀’ 진정사건은 현재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사건번호가 각각 만들어진 상태다.
감찰부는 윤 총장의 인권감독관실 배당 지시가 사건 성격 등을 감안할 때 옳지 않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면 이의제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검 예규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검사는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다.
대검은 이번 진정사건을 인권부가 맡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2018년 7월 설치된 대검 인권부는 검찰공무원의 수사 관련 인권침해 진정 사건을 300여건 처리했다. 반면 감찰부는 이날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감찰부장은 조사가 한 달 진행된 사건을 넘길 수 없다며 반발한 것이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과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 필요성 등에 비추어 민원인 조사 등 향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이번 진정사건 조사 대상인 모 부장검사는 윤 총장 측근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지난 1월 첫 대규모 검찰 인사를 앞두고 이 검사를 대검에 남겨달라고 추 장관에게 별도 요청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진상조사를 맡긴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2006~2007년 대검 중수부에서 당시 검찰연구관이었던 윤 총장과 함께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를 했다. 반면 판사 출신인 한동수 감찰부장은 대검 감찰부의 독립권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 공모 절차로 지난해 10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의해 인선됐다.
대검은 “(한명숙 수사팀 건처럼) 징계시효가 완성된 사안은 원칙적으로 감찰부서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감찰부 감찰3과 전신인 특별감찰단 신설 당시 보도자료에는 “비위 발생 시 신속하게 조사하고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직접 수사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그 역할도 ‘고검 검사급 이상 검찰 간부의 비위 정보 수집 및 감찰 수사’이다. 조사·수사는 징계시효와 상관 없기 때문에 이번 사안도 감찰부서 소관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감찰부가 한달동안 조사를 했고 조사 대상에 총장 측근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인권부 배당이 적절한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 윤 총장은 2013년 부당한 상관 지시를 어겼던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모양새”라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 검찰 상부의 반대에도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그는 “(부당한 지시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더라도 따르면 안 되게 되어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날 이번 사안을 “감찰부가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속 조치는 대검과 감찰부 사이 벌어진 재배당 과정에 대한 것일 수 있다.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총장의 월권이나 법 위반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감찰부에 사건이 있는 와중에 재배당 형식으로 인권감독관에 보내는 과정 중에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되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 한다”고 했다.
윤 총장과 한 부장은 지난 4월 ‘채널A·검사장 유착’ 의혹을 두고도 충돌했다. 당시 한 부장이 감찰부에 의한 감찰 필요성을 여러 차례 보고했으나 윤 총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대검 인권부에 배당했다. 이 사안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 중이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검찰청법에서 총장 지휘권에 감찰 업무를 제외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검 훈령인 감찰부장의 직무독립 규정은 상위법인 검찰청법의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를 총괄해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과 충돌한다. 윤 총장과 대검 감찰부가 감찰 사건을 놓고 사사건건 의견 대립을 빚어온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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