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511


‘솜방망이’ ‘황당’ 선거방송심의위 존재 이유 묻다

[ 선방심의위 모니터 ]

민주언론시민연합 media@mediatoday.co.kr 승인 2020.06.08 14:52


선거 방송의 객관성·공정성을 심의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설치 및 운영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의위)가 5월15일로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출범한 이번 선방심의위는 지난해 12월16일 출범하여 6개월 간 활동했습니다. 선거가 지니는 사회적, 정치적 중요성에 따라 그간 평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보다 심의가 엄중했던 선방심의위, 과연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제대로 기능했을까요?


출범 이후 꾸준히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지탄 받았던 TV조선·채널A는 이번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에서도 단골손님이었습니다. 21대 총선기간 동안 선방심의위가 심의한 안건 열 건 중 네 건은 TV조선과 채널A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TV조선 <신통방통>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심의가 집중됐습니다. 특정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이 반복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선방심의위는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솜방망이’ 제재만 가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방송을 지도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3개월간 선방심의위를 집중 모니터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 정리했습니다.


민원 제기 145건 중, TV조선‧채널A 각각 30건‧27건으로 전체 39%차지


선방심의위는 지난해 12월 출범해 이달 15일까지 6개월여 간 활동하면서 총 145건의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했습니다. 이 가운데 종합편성채널 TV조선 관련 안건이 30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채널A 27건, YTN 10건, MBC 9건, KBS 8건, SBS 6건순이었습니다. 종합편성채널 4사 관련 심의 안건은 68건(46.9%)로 전체의 절반가량이었습니다. 지상파 3사(서울)는 23건(15.8%)였습니다. 특히, TV조선과 채널A 두 방송사 심의는 총 57건(39.3%)으로 방송 민원 제기가 특정 방송사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전체 방송사 심의의결(1차~19차)현황표.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전체 방송사 심의의결(1차~19차)현황표.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런데 제재결과를 살펴보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옵니다. 이번 심의 기간 동안 선방심의위는 법정제재를 2번 의결했는데, 모두 MBC에서 나왔습니다. MBC는 ‘비례한국당 전화번호 오보’를 낸 뉴스데스크와 총선 출마 예정자를 출연시킨 예능 프로그램에 중징계인 ‘주의’를 받았습니다. 반면, 종편은 법정제재를 1건도 받지 않았습니다. 


또, 종합평성채널 4사의 경우 총 68건의 민원 중 ‘권고’ 9건(13.2%), ‘의견제시’ 17건(25.0%), ‘문제없음’ 42건(61.7%)이었는데, 지상파 3사(서울)는 총 23건의 민원 중 ‘주의’ 2건(8.6%) ‘권고’ 3건(13%) ‘의견제시’ 7건(30.4%) ‘문제없음’ 11건(47.8%)이었습니다. 종편의 문제없음 비율은(61.7%) 지상파3사(47.8%)보다 높았습니다.


특정 방송사 특정 프로그램에서 문제 반복


특히, 특정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반복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총 14회 안건에 올라 가장 많은 심의를 받았습니다. 또, TV조선 <신통방통>은 총 13회 안건이 올랐습니다. 세 번째로 심의가 많았던 채널A <정치데스크>의 6건에 비하면 두 배 가량 많은 것입니다. 그러나 의결 결과를 보면 <김진의 돌직구쇼>가 ‘권고’ 1건, ‘의견제시’ 3건, ‘문제없음’ 10건이었으며, <신통방통>은 ‘권고’ 2건, ‘의견제시’ 6건, ‘문제없음’ 5건이었습니다. 특정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에 민원 제기가 빗발치며 막말편파왜곡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면, 선방심의위는 가중제재를 통해 이를 바로잡고 행정지도를 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심의 기간 단 1건의 법정제재도 나오지 않았으며, 행정지도인 권고도 ‘3건’에 불과했습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반영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TV조선․채널A 재승인 결정을 하며, ‘공정성·객관성 조항 등의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할 것’과 ‘전국 단위 선거의 선거방송 심의에서 법정제재 각 2건 이하 유지’를 조건으로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하면, 행정지도는 방송사에 결과를 통보할 뿐 이렇다 할 제재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선방심의위가 ‘법정제재’를 한 건도 의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럴 정도로 해당 안건이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을까요?


▲ 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별 심의의결(1차~19차)현황표.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별 심의의결(1차~19차)현황표.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연이은 막말‧편파‧왜곡에도 ‘솜방망이’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월27일)에서 열린민주당과 관련한 대담을 나누던 출연자가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가 열린민주당을 ‘짝퉁 친문’이라고 공격했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짝퉁친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으며, 이는 극우 매체 ‘뉴데일리’의 오보를 인용하면서 나온 허위발언으로 보입니다. 선방심의위는 이 안건에 대해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의견제시’를 의결했습니다. 허위사실로 특정 정당을 비난 했으나 행정지도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를 내린 것입니다. 


또,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2월14일)에서 진행자가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출연자에게 이명박 정부가 지식인이나 언론사를 고발한적이 있는가 물었는데, 출연자가 “속은 상했지만 (MB청와대가) 물리적으로 가했던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변한 방송도 심의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MB정권은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형사 고소를 진행해 담당 PD가 체포되는 등 언론탄압이 극심했습니다. 출연자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심각한 발언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선방심의위는 또 ‘의견제시’를 의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4월6일)에서 출연자가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공동 선거 운동 대해 ‘근친상간죄’를 언급하며 특정 정당을 조롱‧희화하고 방송에서 품격을 떨어뜨리는 언어를 사용한 사안에 대해서 선방심의위는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습니다. 이번 선거 기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만 14회 민원이 제기돼, 전체 심의 9.6%를 차지할 정도로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그렇다면 가중제재를 통해 채널A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가 시정하도록 유도했어야 하나, 심각한 편파왜곡발언에 대해서도 봐주기 심사만 계속된 것입니다.


특히, 채널A의 메인뉴스인 <뉴스A>에서 ‘신의한수 유튜브 인용’하며 사전투표조작 의혹설을 보도한 사안에 대해서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한 것은 가장 큰 문제적 심의였습니다. 채널A가 <민주당 사전투표 vs 통합당 당일투표… 셈법 다른 여야>(4월10일)에서 사전투표 관련 민주당‧한국당의 반응을 살피며, 신의한수 유튜버가 “사전 투표함이 4박 5일간 보관되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위험이 있는 건데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이어 기자는 “통합당이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지 않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전투표가 조작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전하려면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의견도 짚어줬어야 하나 채널A는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극우 유튜버의 입을 통해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선방심의위는 해당 방송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 자주 도마 위에… 의견제시만 6건


TV조선 <신통방통>도 심의에 자주 올라, 의견제시만 6번 받았습니다. 위원들이 보기에도 문제가 된 방송이 6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통방통>은 단 1차례의 법정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선방심의위는 명백한 편파왜곡 발언에도 봐주기 심사를 해왔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2월10일)에서 출연자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대담을 나누던 중 “이렇게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을, 8개 부서가 했다”고 발언하며 청와대의 지난 지방선거 개입을 단정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TV조선이 다음날 정정 보도를 냈다는 이유로 ‘문제없음’ 의결했습니다.


또, TV조선의 <신통방통>(3월9일)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공천 결과를 그래픽으로 구성해 소개하면서, 미래통합당에는 지역별 현역의원 교체비율을 넣고, 더불어민주당은 그 자리에 지역별 현역의원이 아니라 ‘친문 강세’, ‘청 출신 선전’, ‘86그룹 건재’라며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지적하는 키워드를 넣었습니다. 이것은 기계적 균형을 잃은 채 사실상 악의를 갖고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내용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에 박상호 위원은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데, 안건화 되는 건 유독 <신통방통>이 많다”면서 “<신통방통>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균형성을 못 지킨다”고 지적했지만, 선방심의위는 행정지도인 ‘권고’ 의결에 그쳤습니다.


또, TV조선이 선거 5일전 이른바 ‘차이나 게이트’ 음모론을 자사 탐사 프로그림인 <탐사보도세븐>에서 다룬 사안이 ‘권고’ 의결에 그친 것도 문제입니다.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를 중심으로 확산된 ‘차이나 게이트’를 공적 방송이 신빙성 있게 다루면서, 음모론에 편승했으나 그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제재 수위는 지나치게 낮았습니다. 


프로그램명이 돌직구쇼니까 괜찮다?… 권오현 위원의 황당 심의


이번 심의에서 일부 심의위원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방송의 공정성을 심사해야할 심의위원이 종편 출연자보다 더한 막말‧편파 발언을 이어간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근친상간죄’ 발언이 나온 사안에 대하여 권오현 위원이 “제목 자체가 돌직구쇼다보니까 표현 자체가 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율재량이 주어진 부분이 아닐까”라고 주장한 대목입니다. 프로그램명이 ‘돌직구쇼’라서 ‘돌직구’를 던져도 괜찮지 않느냐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권 위원은 해당 사유로 ‘문제없음’ 의견을 냈습니다. 권 위원은 이전 심의에서도 “제목 자체가 ‘돌직구쇼’다 보니까 자극적으로 패널들이 말씀을 하시는 경향이 있다”며 옹호한 바 있습니다. 권오현 위원의 특정 방송사를 무조건 비호하는 발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권오현 위원은 앞서 언급한 채널A의 ‘사전투표조작 의혹’ 보도에 대해선 “사전투표제에 대해서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고 오늘 민경욱 위원이 무효소송까지 내고 그런 보도가 됐다”며, 사전투표조작 가능성까지 두둔하며 해당 방송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출했습니다. 권오현 위원은 미래한국당 추천으로 위촉된 심의위원입니다. 합리성을 현저히 잃은 근거로 특정 방송사를 두둔한다면 자신을 추천한 정파의 이익을 위해 편파적으로 심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주요 문제 심의 사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주요 문제 심의 사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제재 사유별 현황 살펴보니… 객관성 위반이 가장 많아


이번 심의 기간 동안 제재사유별 현황을 살펴보면 객관성 조항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재사유별 의결 현황(1~18차), 단일 안건의 중복 심의 규정 위반 여부에 따라 전체 심의건수와 차이가 있음.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재사유별 의결 현황(1~18차), 단일 안건의 중복 심의 규정 위반 여부에 따라 전체 심의건수와 차이가 있음.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선방심의위 1차~18차 제재사유별 현황을 살펴보면, 객관성 조항 위반이 30건, 여론조사 보도(미기재) 위반이 26회, 공정성 위반이 15회, 시사정보프로그램 조항 위반이 8회였습니다. 법 제8조 객관성 조항은 “방송은 선거에 관련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다루어야 한다” “방송은 선거의 쟁점이 된 사안에 대한 여러 종류의 상이한 관점이나 견해를 객관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거 기간 내내 사실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 여론조사를 보도함에 있어서 필수고지항목 누락도 자주 심의에 올랐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안을 놓치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가지표는 차기 선거 방송 제작‧운영에 참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있으나마나했던 선방심의위… 제도 개선 시급


선방심의위는 선거 보도의 공정성을 유지한다는 엄중한 책무를 지닌 심의기구입니다. 선거기간 선거와 관련된 방송을 별도로 심의하는 이유는 그만큼 선거기간 방송의 공적 책임이 어느때 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선방심의위원회는 여러 한계와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우선, 종합편성 채널의 반복되는 막말·편파·왜곡 보도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방송 심의가 처음인 심의 위원들은 심의 절차와 심의 규정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사무처 의견에 의존하기 일쑤였습니다. 충분히 ‘법정제재’가 나와야할 안건에서도 ‘법정제재’ 의결을 극도로 꺼려했습니다. 또한, 자신을 추천해준 정당의 이익을 위해 편파적인 심의를 하는 일부 위원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중제재’입니다. 심의위원들도 특정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의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드러나자 ‘가중제재’를 언급하긴 했으나, 실제로 적용된 적이 없습니다. 이는 가중제재에 대한 절차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탓도 큽니다. 정인숙 위원은 마지막 19차 회의에서 “내부에서 가중제재 논의를 많이 했는데 통일된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면서 “권고를 수차례 받아도 법정제재를 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가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여야할 선방심의위가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에서 한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말 뿐인’ 심의로는 공론장을 망가뜨리고 있는 종편의 막말·편파·왜곡 방송을 바꿀 수 없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실패’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번 21대 선방심의위 문제를 반면 교사삼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임시직인 선방심의위원회 위원들이 활동 전에 충분히 관련 절차와 규정을 숙지하도록 교육 절차를 마련해야하며, 특히 가중처벌에 대한 내부 규칙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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