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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세월호 동원대상물자 관리? “듣도 보도 못한 얘기”
국정원, 세월호 이름 지우려 ‘안간힘’ 실소유주 의혹 갈수록 커져
입력 : 2014-07-29  15:18:12   노출 : 2014.07.29  15:54:28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국가정보원이 세월호를 직접 관리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월호 이름 지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어 실소유주 의혹이 커지는 모습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공개한 '국정원 지적사항'이란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선원들의 휴가계획까지 챙길 정도로 세월호의 선박내 세세한 관리까지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왜 세월호의 천정칸막이 및 도색 작업에 관여하고 자판기설치나 분리수거함 위치선정까지 관리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지적사항 목록은 선사가 관여할 문제인데 국정원이 관리를 해온 게 사실이라면 실질적인 선주일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 2013년 2월 20일 세월호의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보안측정 요청을 받아 2월 26일부터 27일까지 세월호를 방문해 미비점 등을 점검한 사실이 있다고 해명하면서 지적사항 목록 중 CCTV 추가 신설수리, 탈출방향 화살표 제작 및 부착 등의 항목이 보안과 관련돼 있어 언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의 정상적인 메뉴얼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가비상계획 관련 업무를 20년 동안 해왔다고 밝힌 A씨는 미디어오늘에 보낸 메일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비상기획위원회에서 수립, 관리, 유지하는 충무계획이 있고, 국가 동원령 선포시 국방부의 대 민간 징발대상을 군의 작전 요구에 맞춰 인력동원, 건설동원, 운송동원, 의료동원 등등 수많은 플랜이 있지만 이는 각 정부 부처의 비상계획과 연계되어 기획되는 것으로 단지 계획문건이 생산 후 국정원의 기밀 관리 준칙에 맞춰 관리된다”고 밝혔다.

충무계획은 국무총리(안전행정부)가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각 부처에 임무를 부여하는 기본 계획을 마련하고 집행계획(주무부장관), 시행계획(시도지사), 실시계획(시군구청장)을 세워 임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유사시 세월호 동원 내용도 보안상 기밀 유지를 위해 국정원의 준칙에 따라야 하지만 국정원이 동원대상물자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것이다.

국정원이 정부부처와 합동으로 세월호의 미비점을 점검했다고 하는 ‘보안측정’이란 말도 처음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일개 여객상선의 운항관리를 정기적으로 받는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한 얘기”라며 “가급 보안목표인 원전의 운영을 국정원이 한다는 얘기를 들어봤나? 이런 업무를 20년 가까이 했던 저로선 어이가 없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문건 공개로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지자 세월호 사고 내용이 국정원에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경위도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따르면 사고시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 해운조합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실제 김한식 청해진해운 사장 등은 계통도에 따라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 10분경 국정원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국정원은 4월 16일 9시 19분경 언론을 통해 사고를 인지했다며 세월호의 보고 사실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국정원이 세월호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가 말을 바꿔 논란이 된 바 있다. 정 총리는 지난 5월 20일 긴급현안 질의에서 “제가 듣기로는 (국정원이) 전화로 사고 보고를 받았고, 세월호에서 선원이(국정원에) 보고를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지만, 국정원이 관련 내용을 부인하자 국무총리실은 “국정원 측에 확인한 결과 세월호 선원으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말을 번복했다.
 
▲ 지난 4월 21일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에서 작업중인 바지선. 이치열 기자 truth710@
 
국정원이 최초 언론 보도를 통해 사고를 인지한 시각을 9시 44분이라고 했다가 9시 19분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이상한 대목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국정원은 9시 28분 해경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사고 원인을 캐물었다. 9시 44분에 언론을 통해 최초 사고를 인지했다고 할 경우 9시 28분 해경과의 통화에서 사고 원인을 묻는 내용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국정원이 해경과 통화한 시각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 최초 인지 시각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국정원이 세월호로부터 사고 내용을 보고 받았다는 언론 보도 내용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삭제됐다. 국민일보는 지난 4월 26일자 <절체절명이 순간에도...선장도 회사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라는 기사에서 “청해진해운 관계자가 김 사장(김한식 청해진해운 사장)과 국가정보원,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문자메시지로 세월호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지만 온라인판 기사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빠졌다. 이에 대해 국민일보 사회부장은 “디지털뉴스부로 여러 경로로 어필이 들어온다”고 했지만 국민일보 디지털뉴스센터에서는 “지면기사는 해당 부서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손대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정원 지적 사항 문건이 작성된 시점과 계통도가 작성된 시점도 겹친다. 지적사항 문건은 2012년 10월 청해진 해운이 일본으로부터 배를 사들여 2013년 증개축을 하고 2013년 3월 15일 첫 출항을 앞두고 16일 전인 2월 27일 작성됐다. 국정원이 세월호의 증개축에 깊이 관여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 세월호 사고시 국정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계통도는 청해진 해운이 2013년 2월 25일 작성했다. 국정원이 세월호를 관리하고 사고시 보고를 받도록 한 문건이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것을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세월호와 같이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오하마나호에 국정원 보고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국내 2천톤 이상 내항선 17개 중 해양 사고시 국정원에 보고하는 배는 ‘세월호’가 유일한 것도 의문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국정원이 정상적인 메뉴얼에 어긋나게 세월호를 직접 관리하고 사고 당일 세월호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은 정황 등이 더해지면서 실소유주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도 국정원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거나 애써 관련 내용을 감추고 있는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위원회 위원들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작성자 수사 ▲ 국가보호장비 지정 기준과 보안측정 기준과 방식 ▲ 세월호 사고 계통도 국정원 포함 경위 등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 관계자는 “인천-제주 간 운행은 청해진 해운이 유일하고 안보라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특별 관리를 했을 수 있다”며 “청해진 해운이 민간업체여서 법적으로 관리에 한계가 있어 원활한 관리를 위해 국정원이 세월호에 대해 일정 지분을 소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병언 전 회장으로 전 국민적 관심을 돌린 것도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며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을 통해 진상규명과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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