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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중.말기 요하강 동쪽에 축조..천리장성과 연결
역사의 숨결어린 요동- 고구려 유적 답사기행<23>
중부일보 2010.06.28  남도일보 2012.05.17 00:00


수호 호수가에서 바라본 금산성 모습

서부방어선 전초 금산성

고구려 사람들은 산성을 축조할 때 일반적으로 산세가 험준하고 평야와 하천을 낀 수륙교통 요충지에 자리를 잡는다. 삼면이 산에 둘러싸이고 한쪽으로 물줄기를 향한, 산 아래 동남쪽에 포하(蒲河)강이 흐르고 있는 석대자산성(石台子山城)의 지리적 위치와 지형지모가 이런 고구려산성 여건에 딱 맞다.

이 산성이 자리한 곳이 요하강 중류 좌안(동쪽)에서 무순(撫順)과 철령(鐵嶺) 지역으로 가는 길목으로, 여기서 동북쪽으로 30km 가면 철령의 옛 고구려산성 청룡산산성(靑龍山山城)과 최진보산성(催陣堡山城·고구려의 남소성)에 이를 수 있고, 동남쪽으로 19km 가면 고구려의 신성 무순 고이산산성(高爾山山城)에 이르게 된다. 석대자산성은 이 양켠의 산성 사이에서 서로 뿔 모양의 진형(陣勢)을 이루며 요하강 중류 동쪽의 옛날 강변나루터와 교통요충지들을 지키는 중요한 진지일 뿐만 아니라 요하평원에서 고구려 내지로 들어가고, 또 요동 산간지역에서 고구려 ‘북쪽 통로’에 이르는 교통요충지이자 중요한 출입문이다. 중국의 고고학자들도 이 산성이 기원 628년부터 645년까지 17년 동안 영양왕이 요하강 동쪽에 구축한 방어선 천리장성으로 연결시킨 고구려성 중 하나라고 한다.

고구려 서부방어선 천리장성 중간의 전초거점, 이렇게 중요한 군사전략 위치를 지닌 석대자산성이 자리한 심양시 동북쪽 기반산 국제 풍경 관광지(棋盤山國際風景 旅遊區)의 휘산(輝山)은 장백산맥 하달령(哈達嶺) 서쪽 끝자락 구릉지에 속한다. 이 산줄기가 뿔 모양새로 요하평원을 파고 들어갔는데 서·남·북켠은 요동평원이고, 동켠은 요동 산간지역이다. 이 산 위에 있는 석대자산성은 1980년에야 발견됐다. 이곳은 원래 심양시 동릉구 만당향 석대자촌에 속했는데, 이 마을이름도 마을 근처에 높다란 바위돌이 돈대 모양으로 솟아있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1974년, 기반산저수지를 건설하면서 이 마을 주민들은 집단 이주를 하고 마을과 주변의 들녘은 일부분 포하강 하곡지대와 함께 수몰되어 호수 바닥으로 변해버렸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면 호수 복판에 바위섬이 드러나 보이는데 바로 수몰된 그 석대라고 한다. 1988년 심양시에서 문화재를 점검할 때 이 산성이 위치한 마을이름을 따다가 석태자산성이라고 공식 명명하였다. 그러나 이 산성의 본래 이름은 무엇인지, 고고학자들의 견해가 같지 않다. 그 이름은 대체적으로 창암성(蒼岩城), 개모성(盖牟城), 횡산성(橫山城), 금산성(金山城) 등 다섯 가지로 일컫는데 그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요령성에서 제일 권위 있는 고고학자가 고증한 결과, 금산성이다. 여기서는 이 산성이름을 따르기로 한다.

금산성을 감싼 기반산풍경구

고층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심양 시가지를 빠져나가 동북쪽으로 넓고도 깔끔한 심기로(瀋棋路)를 따라 한참 드라이브하다가 세계원예박람회 정원의 대문을 지나 얼마 안 가면 중국 내에서 유명한 관광지에 이르게 된다. 이곳이 바로 기반산 풍경구다. 고구려 금산성을 감싸 안은 이 풍경구는 이름이 날만하다. 동쪽으로 무순, 북쪽으로 철령과 인접해 있는 규모가 큰 자연풍경구역으로, 경내에는 산들이 기복을 이루고, 계곡들이 꾸불꾸불 뻗어 있으며, 울창한 숲과 나무들 사이로 만화방초 우거지고, 뭇 새들이 지저귀는 볼거리와 즐길 것이 많은 관광 휴양 명승지다.

이 풍경구 입구에 도착하면 대문 양쪽에 커다란 석조물, 한창 바둑을 두고 있는 고대신화에 나오는 여덟 신선 중 이철괴(李鐵拐)와 여동빈(呂洞賓)이 사람들을 반긴다. 기반산 명칭은 이 두 신선이 이곳에 와 바둑을 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아득한 옛날 어느 하루, 이철괴와 여동빈이 태산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신기한 산을 발견했다. 녹음이 우거지고 붉은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산봉우리에 매끈하고 네모 난 바둑판처럼 생긴 커다란 석판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것을 발견한 두 신선은 타고 가던 구름에서 내려와 산 정상에서 바둑을 두다가 너무 지쳐서 팽개치고 구름을 타고 가버렸다 한다. 이리하여 후세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 산을 기반산(棋盤山)이라 부른다. 심양시에서는 기반산 전설을 활용해 이곳에 현대화된 건축시설을 설치한 뒤 국제장기시합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면서 장기경기의 명소로 부상했다. 이밖에 기반산에는 향양사(向陽寺), 망운사(望云寺), 선인동, 남천문, 장대, 엄마석 등 여러 역사유적과 전설이 있다.


기반산풍경구 정문

이 풍경구의 자연경관은 주로 3산1수로 구성됐다. 기반산, 휘산, 대양산(大洋山)과 수호(秀湖·기반산저수지)가 풍경구의 골자로, 기암괴석, 동굴, 그리고 다양한 산림식물들과 더불어 형성된 경관이 사람을 이끌게 한다. 기반산 봉우리는 해발 260.1m로 산 위에 관기각(觀棋閣)과 망호정(望湖亭)이 설치돼 있다. 망호정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노라면 울창한 숲과 나무로 뒤덮인 겹을 이룬 산들이 한줄기의 푸른 물(저수지)을 얼싸안고 있는 품이 창공에 수많은 별들이 달을 받들고 있는 듯하다. 산에 오르면 푸른 하늘, 흰 구름과 주변의 산봉우리를 비껴 담은 호수를 바라볼 수 있고, 호수(유람선)에서는 주변 산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어 청산, 녹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서로 어우러진 기막힌 경관에 사로잡히게 된다.

수호(秀湖)는 포하강 물을 막아 형성된 인공 저수지로, 동서로 수십km 뻗어 있고 남북 너비는 1.5km, 수면은 5k㎡, 평소 수위는 94.5m다. 철령 동남쪽 상견산(相見山)에서 발원한 길이 200여km인 포하강은 이 저수지를 거쳐 서남쪽으로 흐르다가 요중(遼中)에서 요하강 지류 혼하(渾河)에 유입한다. 이 저수지의 형태가 한자 ‘秀’자 모양을 닮았다 하여 ‘수호’라고 이름 지었다. 수호는 수면이 넓고 물도 맑으며 변두리가 굴곡을 이루어 풍경이 두드러진다. 특별히 6~8월 사이,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릴 때 아득한 수면에 하얀 물안개 피어오르고 바람이 일면 물안개 사이로 겹겹이 싸인 사방의 산들이 보일락 말락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변화하는 대자연의 모습이 빚어내는 절경이다. 수호는 또 수상스포츠 훈련장소로, 해마다 여기서 수상경기가 펼쳐진다. 여러 가지 보트와 여객선이 머물고 있는 호숫가 부두는 휘산의 케이블카, 조림(鳥林), 별장마을, 망호각 에버랜드와 함께 완벽한 관광코스를 이루고 있다.

기반산풍경구는 관광명승지일 뿐만 아니라 유원지로 한가로움을 보내는 명소이기도 하다. 수호 동쪽 호숫가에 자리 잡은 ‘관동 영화TV타운’(關東影視城)은 언제나 인기를 끈다. 이 타운의 부지는 28만㎡, 건축 총면적은 3만8천㎡, 7개 구역으로 나누어졌다. 여기에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의 건축물을 100여 채나 지어 놓았는데 주로 80~90년 전 심양 시내 중앙거리(中街), 태원가(太原街), 북시장(北市場), 남시장(南市場)이 4개 거리의 특수한 건축물들을 그대로 복원했다. 그리고 앙가(秧歌·한족 민간 가무의 일종)춤 추기, 징과 북 치기, 등불 전시회, 수놓은 공 던져서 사윗감 찾기, 만족의 혼례식, 특이한 재주 연기 등 민속과 옛날 시정(市井)의 실태상과 서민문화를 생동감 있게 재현, 관광객들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넘어 20세기 20~30년대 사회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하여 이곳이 옛날 산동과 하북성 사람들이 만리장성의 산해관을 넘어 만주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고달픈 인생살이를 보여주는 인기드라마 ‘관동살이(闖關東)’를 촬영한 세트장이 됐다. 기반산풍경구에는 1년 사시사철 즐길 거리가 있다. 눈꽃이 흩날리는 겨울, 저수지는 꽁꽁 얼어붙고 주변의 산과 들은 눈으로 덮이어 온통 은빛 세계로 눈부시다. 이 경치가 바로 심양 ‘옛8경’ 가운데 한 가지인 휘산청설(輝山晴雪)이다. 이맘때면 이곳에서 해마다 빙설축제가 진행되는데 수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모여들어 스키타기, 스케이트타기, 썰매타기, 달구지타기 등 다채로운 빙설이벤트를 즐긴다.

장광섭/중국문화전문기자  윤재윤/요령조선문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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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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