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6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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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의 힘없는 부모였지만...
지겹다 말라, 이젠 끝까지 싸울 것"
[현장] 세월호 유가족, 청와대 앞 농성 2일째 '대통령 결단촉구'
14.08.23 15:27 l 최종 업데이트 14.08.23 22:51 l 남소연(newmoon) 김지혜(pristine)
▲ 세월호 유가족 응원 온 시민들, 경찰에 막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 참가자들(왼쪽 아래)이 유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해 청운동사무소 인근에 모였으나, 경찰 차벽에 막혀 농성장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 남소연
▲ 청와대 행진 막는 경찰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를 마친 후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 남소연
▲ 청와대로 향하던 시민, 경찰과 충돌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를 마친 후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 남소연
[3신: 23일 오후 6시 59분]
"팽목항에선 힘없는 부모였지만 이제는 싸울 겁니다."
단원고 2-3반 김시연양의 어머니는 무대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3일 오후 5시께 세월호 국민대책위는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제정촉구국민대회- 청와대는 응답하라'를 열었다.
이날 김양의 어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우리 아이는 사고 난 지 6일 만에 80번이란 번호로 내게 돌아왔다"며 운을 뗐다. 그러나 이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침착하게 기다렸다"며 "구조대가 왔다며 무섭다고, 구조가 된 후에 꼭 엄마에게 전화하겠다고 했지만 전화기를 손에 꼭 쥔 채 싸늘하게 돌아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팽목항에서 울부짖으며 기다렸지만 정부는 거짓말만 했고 언론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고 우리가 SNS에 올린 글들도 모두 통제 당했다"며 "이제는 직접 전국으로 서명운동을 다니며 청와대, 국회, 광화문으로 와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겹다고 하지 마시고 기소권, 수사권이 있는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유가족분들이 고립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가족과 관련해 막말 23가지라는 근거 없는 선전물이 온라인에서 돌아다닌다"며 "유가족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상한 사람인양 선동하는 자들이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며 "대학생들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는 25일 서울대 정문에서 출발해 청와대로 도보행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500여 명(경찰 추산 700명)이 모였다. 이들은 "수사권·기소권을 보장하라", "박근혜가 책임져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지난 2년 동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광화문에서 농성을 벌여온 장애인단체 등도 함께 했다.
▲ 마르지 않는 눈물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소연
▲ "대통령이 책임져라"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서 "대통령이 책임져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최종신: 23일 오후 10시 51분]
뜨거웠던 아스팔트 바닥이 식어 버리고 어둠이 찾아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주차장 바닥에서 자는 두 번째 날이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법 제정에 대한 결단을 내릴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릴 작정이다.
단원고 2-6반 세 아이의 엄마는 나란히 앉아서 파스를 꺼내들었다. 김아무개(48)씨는 전날 바닥에서 자느라 아팠던 허리와 어깨에 파스를 붙였다. 최아무개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속쓰림 약을 들이켰다.
최씨는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아직까지 대통령은 대답을 안 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루 종일 울부짖는 우릴 보며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온 약이 다 떨어지기 전에 특별법 제정이 되는 게 소원이다"라며 애써 웃어보였다. 약을 먹고 붙이기를 마친 세 엄마는 자리에 힘없이 누워 잠을 청했다.
2-1반 해인양의 아버지 고인식(52)씨는 주민센터 앞 300명 아이들의 사진이 있는 플래카드를 보며 "맨 위 첫 번째 아이가 우리 해인이다"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요즘 자꾸 밤이 되면 아이 생일이 떠오른다, 97년 5월 14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팽목항에서 아이를 확인하면서 생일을 처음 외우게 됐다"며 "그 전에 해인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이 고였다.
그는 "여기 있으니 해인이의 동생도 자꾸 걸린다"며 "중 3인데 누나가 보고 싶다며 자꾸 우는데 이 아이가 받을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2-6반 신호성군의 어머니는 이틀째 이곳에서 잠을 잔다. 내일은 호성이의 아버지가 와서 자리를 교대할 예정이다. 맞벌이였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호성군 어머니는 일을 그만둬야만 했다.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일을 나가고 주말에 교대를 해주기로 했다.
호성군의 어머니는 "난 특별법 제정이 될 때까지 끝까지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여기 있는 유족들이 단 한 명만 남더라도 난 아이가 잊히지 않도록 계속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죽어서 나중에 저승에서 만날 호성이에게 미안하지 않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밤 10시께가 되자, 국회 앞에서 자겠다는 다섯 명이 차를 타고 떠났다. 또 안산으로 돌아가는 열 명 정도가 차에 올랐다. 그러나 남은 40여 명의 부모들은 여전히 차디찬 바닥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다.
[2신 : 23일 오후 4시 43분]
"대통령님, 들리시면 대답 좀 해주십시오."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 같이 외쳤다. 이들은 대통령의 답이 올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계속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번만 만나달라고 애원하는데 대통령은 뭐가 무서워서 우리를 외면하는 것이냐"며 "대통령의 답이 올 때까지 이 자리에서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김병권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우리가 여기 왜 서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1일째 단식을 하며 대화 한 번 하자고 요구했을 뿐인데 힘든 것도 아닌데 왜 대통령은 계속 면담을 거부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을 못 믿겠고 이 와중에도 대통령밖에 믿을 데가 없다"며 "대통령은 우리 목소리가 들리면 제발 답을 해 달라"고 간청했다.
김영기 가족대책위 수석부위원장도 "새누리당에 다시 한 번 강력한 충고한다"며 "원내부수석 등 몇몇 당직자들은 우리 세월호 유가족들을 분열시키고자 몇몇 가족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런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김 위원장과 김 수석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유가족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경찰차를 타고 청와대로 출발했다.
청와대 앞 농성, 박근혜 대통령 답변 올 때까지 계속 이어갈 계획
이용기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세월호 선내 CCTV 기록이 사건 당일인 4월 16일 오전 8시 30분께부터 일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며 "은폐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우리는 대통령과의 면담 약속이라도 받아야겠다"며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살리는 길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족대책위는 지난 22일 시작한 '청와대 앞 농성'을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이 올 때까지 계속 이어갈 계획이며, 동시에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에서 1인 시위도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희숙씨는 "유가족들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아 청와대로 보낼 계획"이라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주변에도 노란 리본을 달고 아이들을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0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다 건강이 악화돼 서울 동부병원에 입원한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병원에서도 4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혈당이 낮은 상태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둘째 딸 유나 양이 김씨가 입원해 있는 동부병원을 찾아 단식을 중단하라고 애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대책위는 "김씨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험요소가 많지만 광화문과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 농성을 예민하게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가족과 의료진이 몸상태를 확인해가며 식사를 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식사를 거부하고 있다.
[1신 : 23일 오후 2시 30분]
▲ 세월호 유가족, 박 대통령 결단 촉구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박 대통령 면담 요청하는 세월호 유가족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경찰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대통령의 답이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
8월의 끝자락이지만, 기온은 28도로 여전히 뜨거웠다.
23일 정오 서울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70여 명의 세월호 유가족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아스팔트 주차장에 앉아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 민원실에 전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와 유가족은 22일 저녁부터 이곳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산을 준비한 두세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가족이 뜨거운 햇볕에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지친 기색을 보이며 자리에 눕기도 했다.
▲ "박 대통령 답변 있을때까지 기다리겠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청와대 인근에 내걸린 세월호 희생자 영정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장 한켠에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내걸려 있다. ⓒ 남소연
지난 새벽에 비가 내렸지만, 이들은 스티로폼을 바닥에 깔고 얇은 비닐을 이불 삼아 밤을 지샜다. 화장실은 바로 옆 청운 파출소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경찰과 경찰버스가 주민센터 주변을 막아 언론과 가족대책위 관계자외 다른 시민들의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단원고 2-4반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아무개(43)씨는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지만 기대조차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전씨는 "팽목항에서는 대통령을 의지했고 믿었다"며 "그러나 이제 특별법은커녕 우리와 면담조차 거부하는 대통령에 대해 분노만 남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 김아무개씨는 "원하는 건 진상규명뿐"이라며 다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이 꿈에 나와 '엄마 나 억울해, 너무 억울해'라고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이 자리에 있다"며 "특별법으로 진실을 파헤쳐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어린 것이 한을 풀고 좋은 데 갈 것 아니냐"며 말끝을 흐렸다.
"아들 생각 나 처음엔 수면제... 지금은 술 없이 잠 못자"
▲ 청와대 앞에 드러누운 엄마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밤샘농성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인근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던 한 엄마가 아들 이름을 부르며 흐느끼고 있다. ⓒ 남소연
단원고 2-6반 권순범 군의 어머니 최지영(51)씨는 "대통령을 실제로 보면 이제 참지 못하고 달려들 것 같다"며 "본인이 우리에게 약속했던 특별법 제정을 말하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마치 벌레가 된 느낌"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던 권씨는 생업을 접고 4개월째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길거리에 나와 있다. 최씨는 "아들생각이 떠올라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는데 이제는 술이 없으면 잠을 못잔다"며 "막둥이 순범이를 위해 악착같이 돈 벌고 세금 내고 열심히 살았는데 이젠 돈을 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하고 힘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진실을 요구하면 윗사람들은 떼를 부린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릴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같은 당 김제남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제종길 안산시장도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제남 의원은 "대통령이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를 만나달라고 대통령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다"며 "그러나 결국 유민이 아빠가 40일 단식 끝에 쓰러질 때까지 대통령의 무관심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백성들을 품어야할 어머니인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무참히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유가족과의 면담에 응하고 유가족을 최우선으로 한 특별법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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