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652648.html?_fr=mt2

[사설] 본질 벗어난 ‘유민 아빠’에 대한 야만적 테러
등록 : 2014.08.25 18:59수정 : 2014.08.26 04:16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일 넘게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일부 누리꾼과 언론의 ‘신상털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출생지나 소속 단체 따위를 내세워 단식 의도를 왜곡하는 글들이 온라인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이혼 경력 등 사생활까지 들춰내며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저주와 비방을 쏟아내고 있다. 모두 세월호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격 살인’이다.

김영오씨가 단식을 이어오며 정부와 우리 사회에 요구한 것은 오로지 한가지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김씨의 이런 절규는 세월호 참사 뒤 온 국민이 비극에 잠기며 마음속에 간직했던 다짐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정치권에서 지루한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김씨의 목숨을 건 단식이 사회의 초관심사로 등장하자 갑자기 야만적인 요설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10여년 전 이혼했다는 이유로 비방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혼을 하면 아버지의 자격이 없어지는가, 그동안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목숨을 건 단식으로 표출하면 안 되는가, 그가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생때같은 딸을 위해 제대로 된 특별법을 요구하는 게 부당한가.

김씨의 사생활을 캐고 들춰내는 세력들은 단지 재미나 관심을 끌기 위한 도착적 취미가 아니라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세월호의 진실을 외면하려는 쪽에서 벌이는 공작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책위는 국가정보원이 김씨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정원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여기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사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버젓이 유포되고 있다면 국가기관은 이를 차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해 달라고 천주에게 당부했다. 세월호의 비극은 온 국민의 상처이다. 특정 개인의 투쟁만으로는 풀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나라의 품격과 수준이 걸린 문제다. 제발 김씨 개인사로 세월호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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