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3411.html?_fr=mt2
세운상가는 세운상가(현대상가·세운상가가동),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풍전호텔, 신성·진양상가 등 남북으로 쭉 이어진 4개 건물을 마치 한 덩어리인 양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세운상가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독특한 형상을 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말인 1945년 3월 일본이 이곳을 ‘소개공지대’로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소개공지대는 공습을 받아 시가지에 화재가 났을 때 옆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한 대규모 선형 공지(빈땅)다. 이후 이 공간이 무허가 건물로 난잡해졌고, 1966년 10월15일 김현옥 시장 당시 서울시가 서울 도심부 최초의 재개발지구로 지정하고 건축가 김수근에게 설계를 맡겨 세운상가를 짓게 됐다.
‘제2청계천’ 꿈꾼 오세훈 종묘 앞에서 2000억원 버렸다
[토요판] 세운녹지축 준공, 그 뒤
종묘 앞에서 2000억원을 버린 ‘유령들의 개발’등록 : 2014.08.29 18:47수정 : 2014.08.30 14:16
세운상가는 세운상가(현대상가·세운상가가동),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풍전호텔, 신성·진양상가 등 남북으로 쭉 이어진 4개 건물을 마치 한 덩어리인 양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세운상가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독특한 형상을 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말인 1945년 3월 일본이 이곳을 ‘소개공지대’로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소개공지대는 공습을 받아 시가지에 화재가 났을 때 옆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한 대규모 선형 공지(빈땅)다. 이후 이 공간이 무허가 건물로 난잡해졌고, 1966년 10월15일 김현옥 시장 당시 서울시가 서울 도심부 최초의 재개발지구로 지정하고 건축가 김수근에게 설계를 맡겨 세운상가를 짓게 됐다.
[토요판] 뉴스분석 왜?
세운녹지축 준공, 그 뒤
▶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 서울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 ‘세운4구역’을 개발하는 에스에이치(SH)공사의 계획(55~71.9m 빌딩 8동)이 지난 7월9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종묘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 외에도, 사업이 진행되면 최대 1240억원의 적자를 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왜 이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부채 감축에 사활을 건 서울시는 왜 그대로 두는 걸까? 과거 공문과 문화재위원회 속기록 등을 입수해 그 이유를 파헤쳐봤다.
“세운녹지축 조성사업은 저의 공약사항 중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사업이었던 만큼 저에게 매우 큰 의미를 지닙니다.”
2009년 5월20일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감격에 겨워 이렇게 말했다. 현대상가 건물이 철거됐고, 그곳에 산뜻한 잔디광장(초록띠 공원)이 마련됐으니 감격할 만했다. 2006년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오세훈 시장 후보는 세운상가 건물군(현대상가·세운상가 가동,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풍전호텔, 신성·진양상가)을 철거하고 녹지축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당선된 뒤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왔다. ‘제2의 청계천’으로 만들어 대권을 노려보자는 의도였다. 2004년 전임인 이명박 시장 때 제안됐던 이 사업은 사실 청계천처럼 ‘녹색’이란 가면을 쓴 개발사업이었다. 오 전 시장은 녹지축을 만들어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세운상가 철거하는 비용 충당을 명목으로 세운상가 주변 일대까지 대거 개발하는 꿈을 꿨던 것이다.
이날 열린 ‘세운녹지축 조성사업 1단계 준공식’은 그 첫 단추였다. 하지만 이제 녹지축의 비전은 끝났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나선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비슷한 구상을 들고나오긴 했지만, 대다수가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고 말한다.
세운상가 건물군 철거하고 제2청계천 같은 녹지축 만들어 그 일대 개발하려 한 오세훈
2009년 5월의 화려한 준공식은 재앙의 씨앗이 되어 돌아오다
개발이익 위해 높이 규제 완화 최고 122.3m까지 허가해줬지만 문화재위 심의 거치며 71.9m로
유네스코쪽 경고 무시하다가 제 발등 찍고 세금 2000억 낭비
멀쩡한 건물 놔두고 만든 대체영업장
멀쩡한 건물 놔두고 만든 대체영업장
세운녹지축 사업의 자금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세운상가 주변 개발사업 중 시범사업 구간인 서울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 세운4구역의 개발 시행사 에스에이치(SH)공사는 이 사업 탓에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보게 생겼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사업이 마무리되어도 최대 128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당장 그만둬도 이미 쓴 돈과 손해배상액 등을 더해 1840억원 정도의 손실이 난다고 밝혔다.(2월12일 세운4구역 개발 관련 문화재위원회 심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적자예상액과 당장의 손실액이 더 커질 테지만, 에스에이치공사는 당장의 사달을 피하는 데 더 급급해하는 듯하다. 당장 사업을 접어 1840억원의 적자가 표면화되는 순간 책임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에스에이치공사가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한 설명자료를 보면, 공사가 세운4구역 개발사업에 지난해 12월 말까지 투입한 돈은 1461억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인 849억원이 세운4구역 상인들을 이주시키는 데 쓴 돈(대체영업장 공사비, 임대료 등)이다. 나머지는 금융비와 설계비 등이다. 그런데 지금 세운4구역에 가보면 기존 건물을 부수지도 않은 상태다. 에스에이치공사는 대체 왜 상인들을 이주시켰던 것일까? 이 모든 질문의 끝에는 2009년 5월20일의 준공식이 있었다. 이 화려한 준공식을 연출하는 대가로 결국 이곳 주변은 황폐화되고 말았다.
시계를 2006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서울시는 일단 세운상가 건물들 중 종묘 쪽에 있던 현대상가를 철거해 녹지광장으로 만들기로 했다. 맛보기를 보여줘야 시민들에게 녹지축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토지주에게 이 비용을 부담시키기로 하고 이 사업을 추진했다.
현대상가를 부수려면 일단 그곳 상인들을 위한 대체영업장을 마련해야 했다. 서울시는 당시 세운4구역 시행자인 종로구청(향후 에스에이치공사로 바뀌게 됨)에 아직 첫삽도 뜨지 않은 세운4구역 상인들을 위한 대체영업장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그곳은 현대상가 상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2007년 6월15일 서울시가 종로구청과 맺은 ‘기반시설 설치비용 부담 관련 협약’을 보면, “도시계획시설(녹지광장) 사업에 의해 철거되는 (현대상가의) 상가세입자가 ‘세운4구역 대체영업장’에 입주를 원할 경우에는 세운4구역 세입자와 동등한 세입자 이주대책을 적용해야 하며, 비용은 모두 시행자인 종로구청장의 부담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당시 종로구청은 지나치게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07년 2월22일 종묘 옆 군인연금기금 소유 땅을 대체영업장으로 사용하겠다며 군인연금기금과 연간 40억원의 임대료 지급 계약을 맺었다. 상인들이 쓸 수 있게 건물을 증축해야 했는데, 계약 시점은 허가 절차(문화재위원회 심의)조차 거치기 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심의를 통과해 만들어진 대체영업장에 현대상가 상인들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뒤이어 세운4구역 상인들도 이주했다. 세운4구역의 유종재(76) 서울귀금속·보석클러스터조합 이사장은 “대체영업장 건물을 마련했고 이미 임대료 계약까지 맺은 상태니까, 4구역 사람들도 빨리 이주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 우리 건물을 부술 건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것을 전혀 알려주지 않아서 반발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각종 압박에 못 이겨 40~50% 정도가 그곳으로 옮겼어요.”
당시 에스에이치공사는 반발을 우려했던지 세운4구역 토지주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대납해주는 전례 없는 혜택을 주기도 했다. 게다가 대체영업장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2015년 말에 다시 철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상태다.
비용 부담 대가로 높여준 빌딩
국내 최초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8조4항3호가 적용돼 관 주도형 도시정비가 진행된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녹지축 조성이라는 공공의 이익(도시계획사업)을 명목으로 서울시가 마음대로 주변 개발사업을 주도할 수 있었다. 서울시가 세운4구역 토지주들에게 녹지광장 조성 비용을 부담시키고, 현대상가 상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대체영업장을 만들도록 할 수 있던 것도 이 제도 덕분이다.
물론 서울시는 세운4구역에 충분한 대가를 줬다. 세운4구역의 높이 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해 개발이익을 높여준 것이다. 2006년 10월26일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통해 세운4구역에서 개발 가능한 건물의 최고 높이를 기존 90m에서 122.3m로 대폭 올려줬다. 문제는 이곳은 그런 식의 거래가 이뤄져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는 점이다. 이곳은 세계유산인 종묘 바로 앞이다.
이미 그해 9월1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는 세운4구역 개발에 대해 서울시에 “현재 승인된 계획대로 실현될 경우, 문화 경관적 측면을 세계유산가치의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는 국제적인 동향에 따라 종묘가 세계유산 등재 목록에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처리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경고한 상태였다.
경고에 대한 서울시의 반응은 단순했다. 일단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관계자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서울시가 작성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설명회 결과 보고’를 보면, 그해 10월17일 열린 설명회에서 서울시 참석자였던 이건기 도심상권부활반장(현 행정2부시장)은 “녹지축을 확보해 개발하는 것이 종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던 셈이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이날도 “세운상가 사업은 (유네스코에) 보고되어야 할 사안으로 문제가 생기면 국제적으로 수습할 수 없게 된다”며 이코모스 본부 쪽 의견을 듣고 진행하라고 권고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같은 해 12월30일 디누 붐바루 이코모스 사무총장은 한국을 찾아 실사를 벌인 뒤 “종묘 정전에서의 고층빌딩에 의한 스카이라인 침해 문제를 고려하라”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미 세운4구역 최고 높이는 올라간 뒤였다.
2009년 5월 서울시가 발간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그 과정의 기록>을 보면, 당시 서울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책 말미에는 세운4구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대표적인 인사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서울시 쪽 인터뷰 대상자는 도심상권부활반장·도심재정비1담당관으로 일했던 이건기 당시 건축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외국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듣고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며 “세운지구 개발에 첫 단추를 끼운 것에 큰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의 사업 진행도 원활히 잘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끼웠다는 개발의 첫 단추는 재앙의 씨앗이 됐다. 세운4구역의 빌딩 최고 높이는 종묘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점 때문에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보류돼왔다. 심의는 2009년 8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5년 동안 이어졌고, 최고 높이는 122.3m(2009.8.12. 1차 심의) → 87.4m(2010.4.14. 3차 심의) → 75m(2010.5.12. 4차 심의) → 옥탑 포함 71.9m(2014.7.9. 6차 심의) 등으로 낮아졌다. 그동안 에스에이치공사는 금융비용 208억원(지난해 말 기준)을 추가로 떠안았다.
2004년부터 이 사업을 반대해온 세운4구역 토지주 오영호(67)씨는 자신이 만난 사람과의 기록이 빼곡히 담겨 있는 수첩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2006년 11월8일 이건기 (당시) 과장을 처음 소개받고 수십차례 만나면서 세계유산인 종묘 앞에 고층빌딩을 지으면 안 된다고 계속 말렸어요. 이 과장은 그때 남산에 있던 서울시 균형발전추진본부 길 건너편에 있던 대림정이라는 식당에서 2007년 5월22일에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관계자와 점심을 먹고 나더니, ‘유네스코 저희들이 뭔데 남의 나라 일에…. 서울시가 하면 하는 거지’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어요. 세계유산인 종묘 앞에 고층빌딩을 짓는 일을 로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아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사업은 서울시의 필요에 의해 서울시가 주도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이제 서울시는 2007년 10월31일 시행사인 에스에이치공사에 공문을 보내면서부터 일찌감치 손을 떼기 시작했다. 당시 이건기 도심재정비1담당관 명의의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시 종묘보호 관련 건물 높이 계획 수립 철저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에는 “이코모스 등의 협의 결과에 따라 건물 높이 계획 등을 마련하되 경제적인 손실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마디로 종묘 보호 문제나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알아서 잘 잡으라는 얘기다.
에스에이치공사 역시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 토지주로 구성된 주민대표회의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에스에이치공사는 “공사는 법적으로는 공공시행자입니다만, 내용적으로는 실무대행자의 역할에 불과해 토지 등 소유자에게 실질적인 의사행정권이 있고, 개발에 대한 손해나 이익도 모두 토지 등 소유자에게 귀속되도록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라고 밝혔다.(지난 4월28일 문화재위원회 소위 속기록)
하지만 도정법 조항을 보면 주민대표회의는 의견 개진 권한만 있을 뿐이어서 이미 투입된 비용은 결국 에스에이치공사의 부채로 편입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망이다. 게다가 도정법의 이 조항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의 욕망에서 시작된 녹지축이라는 구상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구체화하고, 산하기관인 에스에이치공사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2000억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이 허비될 처지에 이르렀다. 오 전 시장이 감격했던 초록띠공원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유령공원’으로 남아 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녹지축 사업과 주변 개발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현대상가를 철거하고 그곳 상인들 이주에 썼던 돈 968억원은 시 자체 부담으로 처리하기로 지난해 7월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공원 때문에 에스에이치공사가 쓴 1461억원에 대한 책임은 오리무중이다.
“서울시가 시작한 일인데, 시는 벌써 빠지지 않았습니까. 지금 에스에이치공사가 남아 있지만, 그들도 어떻게든 책임을 면하려고 시간을 끌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 담당자가 늘어나고, 책임은 희석되고, 결국 남는 것은 토지주들의 눈물뿐일 겁니다.” 초기에 이 사업에 관여했다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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