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7250
망가졌다던 낙동강, 이리 아름다울 줄이야
낙동강 발원지에서 꿈꾼 4대강 사업 재자연화의 희망
14.08.27 16:57l최종 업데이트 14.08.27 16:57l정수근(grreview30)
▲ 낙동강 발원지에 위치한 태백 구문소 ⓒ 정수근
낙동강은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세찬 물줄기는 바위라도 뚫을 기세로 흘러갔다. '뚫린 내'라는 뜻의 구문소 바로 앞 낙동강의 물줄기는 그야말로 거대한 에너지를 뿜고 흘러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바윗덩이에 큰 구멍이 뚫렸다. 구문소의 유래가 된 바위다. 태백에서 만난 최상류 낙동강은 마치 청년의 기백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 세찬 물줄기는 거대한 협곡과 닮았고, 주변 바윗돌과 산세는 혈기 넘치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낙동강 원류 찾아 도보순례길 나서다
▲ 낙동강 상류 승부-분천간 도보순례 코스는 비경 그 자체다 ⓒ 정수근
지난 23일부터 낙동강 상류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도보 순례는 31일까지 계속된다. 특히 봉화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도보순례길에서 본 낙동강은 잊을 수 없는 비경이었다. 강을 따라가는 내내 거친 숨소리를 내뿜으며 달리는 낙동강과 주변 산세가 빚은 조화는 여느 국립공원에서 본 자연미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순례를 기획한 '낙동강 포럼'의 이준경 처장은 "승부-분천간 도보순례길이 최근 가장 '핫한' 순례길로 각광 받고 있는데 이번 8박 9일 동안의 낙동강 도보순례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은 필자가 걸어본 길 중 단연 최고였다.
낙동강 수질과 수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환경단체 및 환경부, 지자체 등이 모여 지난 7월 8일 발족한 '낙동강 포럼'. 그 첫 활동으로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을 찾았다. 낙동강 상류로 도보순례를 기획한 것이다. 그나마 예전 모습을 조금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낙동강 상류 모습을 통해 4대강 사업으로 완전히 망가진 낙동강의 현재를 다시 돌아보고 재자연화의 기초를 닦기 위함이다.
황지연못에서 펼친 '낙동강 발원제'
▲ 황지연못에서 낙동강 발원제를 올리다 ⓒ 정수근
순례길의 첫 시작은 낙동강 발원지인 태백 황지연못에서 시작됐다. 황지연못에서는 하루 5000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용천수가 뿜어져 나온다고 한다. 황지의 생명수와 태백산, 함백산 골골마다 흘러든 물줄기들이 모여 낙동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깊은 산 중에서 흘러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태백시 한 가운데에 위치한 황지는 흔하디 흔한 도심공원의 모습을 하고 있어 실망스러웠다. 원래 그 모습이 아니었을 터다. 무수한 세월을 바로 그 곳에서부터 샘솟았다고 생각하니 도리어 아득해진다. 지난 22일, 우리는 본격적인 도보순례를 떠나기 전 황지 연못에서 낙동강 발원제를 올렸다. 낙동강의 자연 생태계와 다양한 인간생활계의 상생을 위해 황지의 천신, 지신, 수신님 삼위께 지혜와 용기를 비는 제사다.
자리에 모인 이들은 "낙동강에 얼키고 설켜 있는 악순환을 찾아 치우고 낙동강 핏줄 곳곳 엉켜 있는 생태와 환경의 혈전 덩어리를 치유하자"고 결의했다. 낙동강은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자 그 유역 문화를 살찌운 자양분이다. 최근의 4대강 공사로 낙동강이 완전히 망가진 현실을 개탄하고, 낙동강이 다시 제대로 흘러갈 수 있기를 기원한 시간이었다.
석포제련소 증설에 반대한다
▲ 도보순례길에서 만난 석포제련소 ⓒ 정수근
한국 땅에서 제일 크고 긴 강인 낙동강은 그 최상류부터 큰 암초를 머리에 이고 있었다. 바로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바로 옆에 우뚝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이곳은 아연을 추출하는 제련소로 제련 과정에서 많은 양의 황산을 쓴다. 이런 공해 유발 업체가 낙동강 최상류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의아했다. 과거엔 아연광산이 있어 그랬다 치더라도, 지금은 아연광석 채굴을 하지도 않는다. 멀리 외국에서 아연광을 수입해 제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악스런 현실이다. 낙동강을 식수로 삼고 있는 1300만 경상도민 중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지금은 제2공장까지 확대된 상태다. 최근엔 제3공장까지 증설하고 있다고 했다. 봉화 농민들이 상황을 막기 위해 대책위까지 결성했다는 소식을 낙동강 도보순례단 단장인 생명그물의 최대현 국장으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곳 농민들은 현재 '영풍제련소 3공장 증설 저지 봉화군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제3공장의 증설은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다. 농민들은 오는 29일 제련소와 군청 앞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처럼 1300리 낙동강 상류에서도 낙동강의 생태 환경을 해치는 장애물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 정점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인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낙동강의 수질과 수 생태계를 완전히 망쳐놓은 주요 사업이고, 그 부작용은 사업이 공식적으로 끝난 만 2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 서둘러야 하는 이유
이른바 녹조 현상과 물고기 떼죽음, 최근의 큰빗이끼벌레 논란까지. 낙동강의 수질과 수 생태계는 완전히 밑바닥 쳤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보 안전성 논란부터 신종 홍수피해까지... 이 사업이 총체적 부실사업이란 것을 곳곳에서 증명하고 있다. 이는 감사원의 일부 지적 사항이기도 하다. 많은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는 바다. 4대강 재자연화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 합천보에서 녹조라떼가 가득 배양되고 있다. 낙동강은 거대한 녹조 배양소로 전락했다. ⓒ 정수근
4대강 재자연화 논의가 시작조차 안 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 사이 강은 더욱 죽어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낙동강을 끼고 살아가는 1300만 낙동강 유역 주민들이 질 수밖에 없다. 이번 도보순례길에서 만난 승부-분천 구간의 낙동강은 강의 생명력 그 자체를 느끼게 해줬다. 순례길을 따라 펼쳐진 비경 사이를 낙동강이 힘차게 내달린다. 그렇다. 강은 이렇게 흘러야 한다. 흐르지 않는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다.
힘차게 흘러가는 강과 4대강 대형보로 완전히 막힌 강.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그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결단이 남았을 뿐이다. 1300리 낙동강은 1300만의 생명수다. 하루속히 4대강 재자연화를 시작해야 한다. 낙동강은 흘러야만 한다.
▲ 세찬 강물이 바위를 가르고 힘차게 흘러가고 있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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