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5679

누리꾼 환호하자 사라져버린 '박근혜 조롱 대자보'...왜?
보해양조 마케팅팀과 광고대행사 공동 창작품...비공개 된 이유
14.10.21 17:56 l 최종 업데이트 14.10.21 19:20 l 손지은(93388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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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퍼지고 있는 한 사진에는 사법기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사이버 검열 논란 등을 빗댄 광고 패러디 대자보가 붙어있다. ⓒ 아홉시반주립대학

"이제 내 카톡 좀 그만 뒤져."

인터넷을 달군 대자보가 사라졌다. 지난 20일 사법기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사이버 검열논란을 풍자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아홉시반주립대학 14학번 박은혜' 명의의 대자보는 현재 아홉시반주립대학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찾아볼 수 없다(관련기사 :"오빤 왜 날 못 믿어?" '박근혜 조롱' 대자보 화제).

해당 대자보는 보해양조가 소주 '아홉시반' 출시를 기념해 만든 가상 사이버대학인 아홉시반주립대학 홈페이지에 지난 14일 처음 올라왔다. '오늘의 대자보' 게시판에 올라온 이 대자보는 대학 신입생이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 대자보는 "자기야, 나 허위사실 유포한 적 없다니까", "7시간 동안 어디 있었냐고, 핸드폰 좀 보여 달라고 했을 땐 사생활 침해라고 난리더니" 등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과 사법기관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위트 있게 풍자했다.  

누리꾼들은 대자보가 지칭한 '오빠'의 정체를 금세 알아차렸다. 트위터 이용자 '@mada****'은 "촌철살인"이라며 감탄했고, '@saddles****'은 "구절구절마다 박수가 나오는 아홉시 반 대자보, 천재!"라고 추켜세웠다. '‏@choi****'은 "검찰을 비꼰 '발칙한 대자보'"라고 소개한 뒤 "보해 이러다 표적수사 받(는 것 아니냐)"고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의 회원 지나가던**'은 "이런 풍자는 광고로 봐도 기분이 좋다"고 남겼다.

"'박은혜'는 가상의 인물, 정치적으로만 해석돼 비공개로 전환"

대자보 작성자로 명시된 '14학번 박은혜'는 사실 가상의 인물이다. 해당 대자보는 보해양조 마케팅팀과 광고대행사가 함께 만든 공동 창작품이다. 지난 5월부터 아홉시반주립대학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술자리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대자보 형식으로 써서 공개하고 있다. 이 대자보도 그 중 하나였다. '오늘의 대자보'에는 군인의 사랑고백부터 택배기사의 고충, 직장 내 성희롱을 토로하는 글 등 20여 개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이제 내 카톡 좀 그만 뒤져"라는 제목의 해당 대자보는 게시된 지 5일이 지난 19~20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뒤늦게 회자되면서 누리꾼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 대자보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마자 21일 오전 비공개로 전환되고 말았다.

지난 8월에 '14학번 박은혜'가 올린 '아오 XX 그 시간에 대체 어디 있었냐고'라는 제목의 대자보 역시 모습을 감췄다. 당시 이 대자보에는 "어젯밤, 남자친구가 7시간이나 연락이 두절 되었습니다"라며 "도대체 어디서 뭘 했냐고 다그치니까 그런 건 사생활이라며 가만히 있으라네요, 아니 연인 사이가 그럼 공적인 사이인가"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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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시반 주(酒)립대학' 홈페이지 화면 캡쳐. 김제동 초대 총장의 사진과 함께 학교 심벌마크 옆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노란리본이 보인다. 

아홉시반주립대학의 한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애초에 정치적 주장을 염두에 두고 올린 것이 아닌데 한쪽으로만 해석되는 게 안타까워 오늘(21일) 오전 비공개로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올린 대자보 중에는 재밌거나, 짠하거나, 묵직한 이야기도 많다"며 "소주를 매개로 술자리에서 진심으로 오고 가는 대화를 풀어 놓는 게 원래의 취지인데, 의도와 다르게 보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서인지, 대자보 내용과 관련된 질문에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패러디 한 글이 맞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다르다"며 즉답을 피했다. 가상의 인물 '박은혜'와 대자보 마지막에 언급된 "이제 연락하고 싶으면, 전보쳐!"라는 문장이 각각 박근혜 대통령과 메신저 망명지로 떠오른 '텔레그램(telegram)'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홉시반주립대학은 앞으로도 계속 대자보 캠페인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패러디와 같이 누리꾼을 달구는 글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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