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500&key=20070601.22016205212
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19> 양동고분군-중
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19> 양동고분군-중
해양왕국 +북방유목+중국문화까지 아우른 문화 집합소
국제신문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2007-05-31 20:54:08/ 본지 16면
가야고분의 전시장
김해 가곡마을 뒷산 양동고분군
오늘도 우리는 양동고분군에 서 있습니다. 김해시내에서 서쪽으로 경운고개를 넘어 4㎞ 쯤 되는 가곡마을 뒷산입니다. 거의 모든 종류의 가야고분 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가야고분의 전시장' 이라 할만 합니다. 1969년에 처음 중국제 청동거울이 수습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1984년에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진주박물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동의대박물관 등이 발굴 조사하였습니다. 수백여 기나 되는 목관묘(널무덤), 목곽묘(덧널무덤), 석곽묘(돌덧널무덤) 등에서는 널받침으로 사용된 납작도끼 모양의 덩이쇠(板狀鐵斧), 주인공의 가슴께에 놓여 있었던 청동거울 9장, 철복(鐵腹)이라 부르는 철제 솥과 네 귀에 고사리 모양의 장식이 달린 말 재갈, 그리고 지난주에 얘기했던 중국제 청동향로(靑銅鼎)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이러한 유물들은 3세기경의 가락국이 철의 왕국이며 해양왕국이었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철복과 말재갈, 그리고 중국제 청동향로는 각각 북방유목민과 중국적 문화를 아울러 가지고 있었던 가야왕국의 출신과 구성을 짐작케 합니다.
영롱한 옥과 구슬
발굴 때 현장과 양동고분군에서 출토된 옥과 구슬로 만든 장식.
양동고분군에서 출토되는 수많은 유물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유물이 있습니다. 200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찬란하고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는 옥과 구슬의 장식들입니다. 같은 김해시내의 대성동고분군에 비해 옥과 구슬이 유난히 많다는 느낌을 받는데, 옥과 구슬장식의 대부분은 목걸이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유리·수정·마노·경옥 등이, 곡옥(曲玉)·대추옥·다면옥(多面玉)·대롱옥·환옥(丸玉) 등의 모양으로 만들어져, 투명하게 또는 남색·청색·황색·홍색 등의 다양한 색깔로 빛나고 있습니다. 또한 462호분에서는 금박(金箔)의 곡옥이 출토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옥과 구슬들은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실을 꿸 수 있는 구멍을 뚫고, 아름다운 모양과 보다 좋은 광택을 위해 곡옥이나 다면옥으로 가공되었습니다. 수정과 옥의 목걸이 장식들에는 가늘고 곧은 구멍이 말끔하게 뚫려있고, 다면옥의 각진 부분 역시 너무나 깨끗하게 커팅되고 갈려져 있습니다.
옥공예 전문가
철이나 금강석으로 만든 성능 좋은 드릴이나 그라인더가 있을 리도 없었던 시기에 어떻게 갈았고 어떻게 구멍을 뚫었을까요? 돌에 갈고, 나무에 문대고, 사슴가죽 등에 연마했을 것이고, 나무로 수정이나 경옥의 구멍을 뚫었을 겁니다. 먼저 돌로 약간의 흠집을 내고, 흠집 위에 금강사 가루를 뿌려, 그 위에 젓가락 같은 나무막대를 대고, 나무막대기를 손으로 비벼 돌려서 구멍을 뚫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만큼 비벼 돌려야 그 단단한 수정에 구멍이 뚫리겠습니까. 밥만 먹으면 갈고 돌려야 했을 거고, 그 일만하고 생업에는 종사하지 않아도 되는 옥공예 전문가 있었어야 할 겁니다.
전기 가야사회의 직업분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도 됩니다만, 양동리 가야마을 사람들의 옥과 구슬에 대한 집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습니다. '삼국지'가 '가야 사람들은 금이나 은 보다는 옥과 구슬을 좋아 한다'고 전하는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가야유적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경향으로, 가야에서 금은으로 만든 유물이 많지 않은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김해시내의 대성동고분군이나 다른 가야유적에 비해, 아름답고 화려한 옥과 구슬의 목걸이가 다량 출토되고 있는 양동리 가야마을이 좀 더 여성적이고 종교적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과연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다음 주에 조금 더 이야기 해 보고 싶습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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