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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기억보다 바보의 메모가 더 힘세다!"
<혼돈의 시대, 리더십을 말하다> 박종평 이순신 이야기 ⑦
홍준철 기자 | mariocap@ilyoseoul.co.kr [1020호] 승인 2013.11.18 10:35:37
메모는 자기 경영의 출발점이다
메모 없이 성공 꿈꾸는 것은 몽상
일기처럼 메모도 흔히 자신을 지켜주는 최고의 무기, 자기 경영의 출발점, 다양한 정보 수집을 위한 도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250톤 정도의 자갈과 바위를 깨야 1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현대 생활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사는 것과 같다. 250톤의 바위가 자갈 정도가 아니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고, 기록하는 것은 다이아몬드 같은 정보를 얻는 첫걸음이다. 특히 순간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기록해 놓지 않으면 보석을 자갈과 함께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순간순간 기록하는 메모는 하루를 정리하며 기록하는 일기와 달리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습관이다. 메모의 목적은 기억력을 보완해 주거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록하거나, 그 당시 상황을 되새겨보는데 의미가 있다. 또한 일기처럼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시켜 주어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나 다양한 조직에서는 그 기업과 조직의 역사 자료가 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조선왕조실록을 편찬할 때의 사초와 같다.
성공한 리더는 메모를 사랑한다
오늘날의 많은 성공한 리더들은 메모의 힘을 보여준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은 자기반성을 위한 수단으로 습관적으로 메모를 했다. 그는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면 그날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대화 내용, 미심쩍은 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등을 다시 메모하고, 늘 메모를 확인했다. 때문에 삼성그룹을 자문했던 이창우 교수는 오늘날 삼성의 조직문화가 이병철의 메모 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할 정도이다.
경영현장에서 메모의 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전 코오롱그룹 조정호 사장의 과장시절 메모이다. 2001년 3월 코오롱 구미공장에서 화재 발생했다. 그 때 코오롱에서는 보험 가입 증빙 서류를 찾을 수 없어 보험료를 받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행히도 조정호 사장이 과장시절에 기안했던 보험관련 서류가 전자문서함에 보관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코오롱은 그 서류로 보험가입을 증명했고 보험금을 수령해 화재라는 대형 악재를 극복했다.
미국의 마셜 대장은 ‘작은 검정 수첩’으로 유명하다. 그는 항상 자신을 감동시킨 장교들의 이름을 수첩에 기록했고, 그 수첩을 보고 오마르 브래들리, 조지 패튼과 같은 유능한 장군을 발탁했다고 한다. 디자인 혁신가로 유명한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사장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냅킨에 스케치하는 메모 방법으로 유명하다. 전 제일화재 김우황 부회장은 정해진 약속시간 시간보다 10분 전을 약속 시간으로 기록해 놓고, 그 10분의 여유 속에서 수첩에 적어놓은 메모를 살펴보면서 미팅 주제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이순신도 메모를 했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난중일기》의 원문을 살펴보면, 일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듯한 순수한 메모도 간간히 보인다. 이순신에게 메모는 무엇이었을까. 이순신도 성공한 리더들의 메모와 그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내용도 요즘 사람들의 메모와 똑같다. 불패의 명장, 이순신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메모, 독서인 이순신의 독후감, 시인 이순신의 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편지를 쓰는 이순신,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영자 이순신의 모습도 그가 남긴 메모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난중일기》 1592년 8월 28일 일기와 1594년 11월 28일 일기 다음에 쓰인 메모는 전란을 당한 장수의 전략적 고뇌와 시인 이순신의 시, <쓸쓸히 바라보며(蕭望)>가 메모되어 있고, 《삼국지연의》와 《손자병법》을 읽고 남긴 메모도 있다.
▲밖으로는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 같은 인물이 없고 안으로는 계책을 세울 기둥 같은 인재가 없으니 더욱더 배를 만들고 무기를 다스리어 적들을 불리하게 하고 나는 그 편안함을 취하리라. (《삼국지연의》의 구절을 메모한 것)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움에서 백 번 이기고,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질 것이다. 나를 모르고 적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할 것이다. 이는 만고의 변함없는 이론이다. (《손자병법》의 구절을 메모한 것)
또한 《난중일기》 1597년 10월 8일 일기 다음에 쓰인 메모는 <송나라 역사를 읽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독후감도 있다. 경영자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메모는 《난중일기》 1593년 5월 1일 일기 앞부분의 메모와 1594년 11월 28일와 1596년 10월 11일 일기 뒷부분의 메모이다. 군대와 백성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회계장부를 읽고 있는 모습이다.
▲곳간을 뒤져 조사하니, 군량이 349섬 14말 4되와 나무를 팔아 들인 쌀(貿木米) 여든..., 모두 432섬 14말 4되에서 지금 남은 것이 65섬 12말 4되이다
▲고기를 잡아서 군량을 계속 지원함. (고기를 잡아 군량을 조달한) 임달영, 송한련, 갑사 송한, 송성, 이종호, 황득중, 오수, 박춘양, 유세충, 강소작지, 강구지 등에게 모두 포상하였다.
▲곡식 바치는 참봉 조응복, 유학(幼學) 하응문, 유기룡, 정(正) 김덕린 등이 함께 힘을 썼다
메모를 하는 방법은 시간과 장소가 필요 없고, 낙서하듯 자유롭게 쓰면 된다. 일기처럼 자신만 알아보면 된다. 작은 수첩을 활용하면 편하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이나, 메모앱을 활용하면 된다. 특히 카메라 촬영은 물론 녹음까지 가능해 제대로 마음먹고 메모를 한다면, 메모 그 자체가 살아 숨쉴 수 있고, 후에 다시 그 메모를 보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도 더 큰 도움이 된다.
메모는 시간과 장소가 아닌 의지 문제
특히 강의를 할 때 활용하는 메모는 나무를 그리듯 그림을 그려 중심축은 주제, 줄기와 가지는 내용, 열매는 결론 혹은 메시지를 써넣는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수첩 기록방식의 메모도 일상적이거나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 어떤 특징을 기록해야 할 때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또한 일기장이나 업무용 다이어리나 가계부도 훌륭한 메모장이 된다. 이러한 메모들은 보고서 작성은 물론 일정 확인, 아이디어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언론매체의 기사를 요약해 놓거나, 오려붙이거나, 각종 연구보고서 등을 발췌해 기록해 놓거나, 기타 자신이 보고 들은 정보들을 구체적인 숫자, 사실과 함께, 그리고 왜 그 정보를 기록해 놓는지에 대해 상황과 정보 가치에 대한 판단, 활용도를 간단히 메모해 놓으면 훌륭한 정보가 된다. 습관화된 메모는 성공의 무기이다. 위대한 영웅 이순신도 메모를 했다. 평범한 우리가 메모를 하지 않고 성공을 꿈꾸는 것은 몽상이다.
※ 이 칼럼은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스타북스, 2011)에 썼던 원고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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