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45369
몽골 해상활동에 '맹탕'? 역대 최강 해상제국이었다
[사극으로 역사읽기] MBC 드라마 <무신>, 여덟번째 이야기
12.06.19 18:54 l 최종 업데이트 12.06.19 21:33 l 김종성(qqqkim2000)
▲ 드라마 <무신>의 몽골 병사들. ⓒ MBC
요즘 MBC 드라마 <무신>에서는 고려와 몽골의 전쟁(여몽전쟁)이 한창이다. 고려 무신정권이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뒤부터 몽골은 더욱 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다 건너 강화도의 고려 지휘부를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쳐다보는 것이 몽골군의 실정이다.
드라마 속 고려인들이 자신감을 갖는 요인 중 하나는 몽골군이 바다에 약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드라마 속 고려 장군들은 "몽골은 바다에 약하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16일 방영된 제35회에서는 무신정권 수장인 최우(정보석 분)가 "(몽골은) 역시 물을 무서워하기는 무서워하나 보네"라며 만족해하는 장면이 나왔다.
몽골이 육상보다는 해상에 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 <무신>에서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바다에 무조건 약했던 것은 아니다. 몽골제국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관찰해보면, 그들이 해상활동에 대해 그렇게 '맹탕'은 아니었다는 판단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몽골이 강화도 상륙작전을 감행하지 못한 것은, 강화도로 배 타고 건너는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물을 무서워하느냐 여부는 부차적 요인이었다. 더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첫째는 육상에서 벌어지는 고려군과의 전투를 감당하기도 벅찼기 때문이고, 둘째는 중국 한족과의 전쟁으로 인해 역량이 분산되었기 때문이고, 셋째는 당시까지만 해도 몽골이 해상활동에 대해 높은 비중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몽골은 여몽전쟁을 무승부로 끝내기는 했지만, 고려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이로써 전략적 여유를 갖게 된 뒤부터 몽골은 적극적으로 해상활동에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몽골이 강화도 상륙작전 감행 못한 이유, 따로 있다
▲ 원군(元軍) 즉 몽골군의 대마도 침공에 관한 설명문. 대마도 고모다하마 신사에서 찍은 사진. ⓒ 김종성
고려와의 전쟁이 끝난 지 3년 뒤인 1274년, 몽골은 고려와 합동으로 대마도(당시 독립세력) 및 일본을 침공했다. 이때 몽골군은 대마도 및 이키섬을 황폐화시키고 규슈섬 북쪽인 하카다에 상륙했다.
몽골군이 이 지역에서 후퇴한 것은 해전에 약해서가 아니었다. '징용'된 고려군과 중국 한족 병사들이 열심히 싸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규슈 지역 일본인들이 격렬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1281년에 단행된 제2차 일본 원정에서도 몽골군은 규슈섬에 상륙했지만, 이번에도 동일한 이유로 철수하고 말았다. 여기에다가 대규모 태풍이 몽골군의 철수를 한층 더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2년 뒤인 1283년, 몽골군은 중국 광동(홍콩을 포함한 지역)에서 배를 타고 베트남 남부인 참파왕국에 상륙해서 수도 인근을 점령했다. 마치 해병대처럼 상륙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그들이 이 지역을 오래 지키지 못한 것은 현지의 게릴라들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패한 것과 비슷한 이유였던 것이다.
하지만, 몽골은 자신들이 20세기 미국보다 우수한 존재임을 입증했다. 베트남에서 물러가기는 했지만, 이 지역을 속국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몽골의 계속적인 상륙작전에 지친 참파왕국과 안남왕국(베트남 북부)은 몽골과 화친을 맺고 그들을 황제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육상·해상을 통해 동남아를 지속적으로 공략한 끝에 오늘날의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태국을 복속시킨 몽골은 1293년에 또 다른 해상 원정을 감행했다. 한족 병사들이 포함된 3만의 몽골 원정대가 오늘날의 중국 복건성(푸젠성, 대만 맞은편)에서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 동부인 자바왕국을 향해 출발한 것이다.
자바왕국에 상륙한 몽골군은 이 나라 왕의 경쟁자인 라덴 비자야와 손을 잡았다. 이 제휴에 힘입어 몽골군은 왕국의 수도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몽골군이 이 섬을 오래 지키지 못한 것은 라덴 비자야의 돌연한 배반 때문이었다. 물에 약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몽골군은 바다에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약한 것도 아니었다. 동북아 해전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동남아 해전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드라마 <무신>의 몽골 병사들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물을 구경해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강화도 무신정권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쳐다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들 역시 얼마든지 배도 타고 멀미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륙작전에 성공한 몽골군이 현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 것은 상대방의 게릴라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다보다는 게릴라를 더 무서워했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물고기보다 게릴라를 더 두려워했다고 말할 수 있다.
▲ 몽골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소 규모의 호수. 내몽골초원에서 찍은 사진. 몽골인들에게도 물은 친숙한 존재였다. ⓒ 김종성
몽골인들, 물 관리 능력 탁월했다
몽골초원에 가보면, 몽골문화가 단순히 초원에서만 전개된 게 아니라 강이나 하천에서도 전개됐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자신들도 물을 마셔야 했고 가축들도 물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그들은 풀이 많은 곳뿐만 아니라 물이 풍부한 곳도 중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역시 물에 대해 최소한의 적응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몽골인들은 물에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물을 잘 관리하는 능력도 보여주었다. 이 점은 그들이 초원길·비단길과 더불어 바닷길을 하나로 통합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아시아대륙 북부를 가로지르는 초원길은 기원전부터 유라시아 유목민들이 활용한 루트이고, 아시아 중앙을 가로지르는 비단길은 농경민인 중국 한족이 개척하고 활용한 루트였다.
원래 몽골은 초원길을 통해 외부세계와 교류했다. 그런 그들이 북중국 정복을 계기로 비단길을 장악하게 되었다. 뒤이어 남중국을 정복함으로써 대운하까지 장악하게 되었다. 대운하의 북쪽은 비단길과 가깝고 남쪽은 바닷길과 연결된다. 몽골이 초원길에 이어 비단길과 바닷길까지 경영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몽골은 일종의 제후국인 네 개의 한국(汗國, 칸국)을 두었다. 그중 하나가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걸친 일한국이었다. 몽골제국 본국과 일한국의 교류는 육상 루트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바닷길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있는 몽골문화촌. ⓒ 김종성
몽골제국 이전부터 이슬람상인과 중국 상인들이 인도양-동남아-동지나해를 무대로 활동했었다. 이 점을 활용해서 몽골은 자신들의 관할 하에 있는 이슬람인·중국인들을 내세워 아시아의 바다를 관리했다.
은화가 유라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사상 최초로 국제통화가 된 것은 몽골제국 시대에 초원길·비단길·바닷길이 통합적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몽골은 세 개의 길을 묶어 하나의 세계시장(제한적이지만)을 건설했던 것이다. 그들이 바다에 약했다면, 결코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몽골의 바닷길 경영은 이슬람인·중국인들을 매개로 이루어졌다. 간접적으로 바다를 관리한 셈이다. 하지만, 바다에 강한 사람들을 잘 관리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역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몽골인들은 동아시아 해역에서 적지 않은 군사적 성과를 거두었다. 또 인도양-동남아-동지나해로 이어지는 아시아의 바다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바다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해상제국은 19세기 이전에는 결코 출현하지 않았다. 19세기 이전까지는 몽골제국이 역대 최강의 해상제국이었던 셈이다. 유목민족 출신이 사상 최강의 해상제국을 건설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이야기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몽골인들이 바다에 무조건 약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물에 뛰어들고 물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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