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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이 버티던 MBC, 일베 방송사고 중징계
방통심의위 서면제출로 버티다 뒤늦게 출석, 법정제재인‘경고’ 결정… 최고 수위 ‘과징금’ 의견도
입력 : 2014-11-27  18:57:10   노출 : 2014.11.27  18:57:10  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 중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합성 이미지를 노출한 MBC와 SBS에 각각 ‘경고’와 ‘주의’에 해당하는 법정 제재를 내렸다. MBC는 소위원회의 의견진술 요구에 ‘서면’만 제출했다가 뒤늦게 전체회의에 출석했고, 이로 인해 심의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 중 일베 이미지를 노출한 MBC와 SBS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했다.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지난 10월 12일 배우 차승원의 아들 차노아의 친부 관련 소식을 전하며 화면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영이미지를 사용했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지난 10월 16일 방송에서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그림을 내보내며 동자승이 있어야할 자리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이미지를 내보냈다. 두 이미지 모두 일베에서 만들어 유포된 것이다.

이 날 회의에는 의견진술을 위해 MBC 김엽 예능국 2국장과 김새별 제작4부장이 참석했다. 사무처는 MBC가 “서면진술 했을 당시 인사이동이 있어 책임자가 바뀌었고, 적극적 대처를 하지 못했다”며 직접 출석해 의견진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김엽 국장은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실루엣 자료를 보고 어느 누구도 이 자료가 전임 대통령의 실루엣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 국장은 “이미 내부적으로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를 했고,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제작부서와 심의부서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마련하고 전사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새별 부장은 “1차적으로 회사 내 데이터뱅크의 검증된 이미지만을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외부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3단계의 보고를 거치고 생방송 직전에도 출처를 확인하고 방송하도록 하겠다”며 “안 좋은 의도로 퍼트린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있기에 이미지 블랙리스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업데이트하면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은 MBC가 소위원회에서 출석을 요구할 때는 서면으로 대체하다가 중징계가 예상되자 출석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남신 위원은 “MBC의 진실성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라며 “‘그래 해봐’ ‘배째라’하다 (소위원회에서) 과징금 의견까지 나오니까 부랴부랴 와서 사과하겠다는 건데 설득력 떨어지지 않냐”라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은 “별로 사과할 의향도 없고 부담스러워서 서면진술 했다가 중징계 예상되니 방안 하나 만들어서 나온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고, 윤훈열 위원도 “(사고보다) 이후 처리과정이 문제”라며 “(소위원회에 안 왔다가) 달랑 한 장짜리 의견진술서 하나 들고 오는 건 위원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 MBC ‘섹션TV 연예통신’ 갈무리. 가운데 음영이미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음영이미지.
 
MBC는 방송사고 이후 자체적인 사과방송도 하지 않았다. 장낙인 위원은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지금까지 사과 의사를 전혀 표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엽 국장은 “추후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남신 위원은 “진지한 사과멘트도 없었다. MBC의 그간의 자세를 보면 (사과방송을 할 때) 자막고지하는 것으로 불충분하다”며 “프로그램 방송 중에 사과 의사를 밝힐 의향이 있나”고 물었다. 김엽 국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위원들 대다수는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야권 측 장낙인‧박신서‧윤훈열 위원은 법정 제재 최고 수위인 ‘과징금’ 의견을 냈다. MBC의 방송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 MBC가 이후 사과방송 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반면 여권 측 김성묵‧함귀용‧하남신 위원과 박효종 위원장은 MBC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과징금은 너무 과하다며 ‘경고’ 의견을 냈다. 김성묵 위원은 “의도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과징금은 과하다”고 밝혔다. ‘주의’ 의견을 냈던 고대석 위원이 ‘경고’로 의견을 바꾸면서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경고 조치를 받게 됐다.

여권 측 윤석민 위원은 ‘주의’ 의견을 고수했다. 윤석민 위원은 “MBC가 빨리 대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도 “국장과 부장이 이 자리까지 와서 의도적이지 않은 실수였고 명예훼손 의도가 없었다고 하면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하나의 해프닝이자 사고였는데 과징금을 때린다면 그거야말로 코미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일베 이미지를 노출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MBC보다 낮은 ‘주의’ 조치를 받았다. 여러 차례 사과 방송을 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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