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곰사업 비리’ 때 일광공영 구명한 방사청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입력 : 2015-04-10 06:00:38

2010년 이규태 유죄 판결 후 해외 방산업체 계약 해지에 “사업 계속해달라” 직접 서신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64)이 2010년 횡령·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해외 방산업체가 일광공영과 맺은 계약을 해지하자 방위사업청이 해당 방산업체에 국제서신을 보내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9일 확인됐다. 국가기관인 방사청이 민간기업인 일광공영의 구명에 직접 발벗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의 러시아산 무기도입 사업인 ‘2차 불곰사업’에서 거액의 불법 중개 수수료를 챙긴 이 회장은 2010년 1월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방사청은 1월6일 일광공영을 국내 에이전트로 두고 있던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Elbit)사에 서신을 보내 “엘빗사를 위해 헬리콥터 업그레이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광공영이 대한민국 검찰에 의해 불법송금, 조세포탈, 횡령 및 신의성실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고 알렸다. 방사청은 1월10일쯤 일광공영의 무기중개업체 등록을 말소했고, 엘빗사는 일광공영과 맺고 있던 에이전트 계약을 해지했다.

방위사업청이 2010년 10월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Elbit)사에 보낸 서신. 글에는 “우리는 이런 정보 제공(1월 서신)이 엘빗사와 일광공영 간 사적 계약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식을 듣고 염려스럽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 회장은 2월쯤 대표직을 부하직원 한모씨에게 이양한 뒤 다시 무기중개업체 등록을 신청했고, 기무사 보안측정과 방사청 심의를 거쳐 6월 무렵 자격을 회복했다. 이를 근거로 일광공영은 “계약 해지를 취소해달라”고 했으나 엘빗사는 ‘1월 서신’을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자 방사청은 10월19일 계약본부장 명의로 엘빗사에 서신을 다시 발송했다. 방사청은 “우리는 이런 정보 제공(1월 서신)이 엘빗사와 일광공영 간 사적 계약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식을 듣고 염려스럽다”며 “일광공영은 방사청의 규정에 의해 커미션 에이전트로서 적절한 자격 검토를 거친 다음 방사청에 공식적으로 등록됐다”고 했다. 이어 “일광공영은 현재 방사청과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귀사가 에이전트와의 관계를 다시 정상화해 진행 중인 사업이 계획대로 원만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10월 서신’ 전달에 앞서 방사청 고위 임원은 회의석상에서 계약본부장과 국제계약부장을 가리키며 “어떤 XX가 이 편지(1월 서신)를 보냈느냐”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재판 중이던 이 회장은 방사청 관계자들과 면담하기도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10월 서신은) 엘빗사와 함께하는 국가 사업의 정상 추진이 장애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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