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에 반대했던 그 언론들은 왜 4대강 사업은 찬성했을까?
선거 기점, '4대강 반대=종북' 덧씌웠던 보수언론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입력 2015.06.04  13:03:07

‘녹조’, ‘큰빗이끼벌레’, ‘물고기 떼죽음’, ‘강바닥 뻘 형성’ 등 4대강 사업 이후 강이 퇴행적이고 파괴적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정부 역시 감사를 벌이는 등 겉으로는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 뒤로는 섬진강을 포함해 ‘5대강 개발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천변 사업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개발이다. 그래서 학계와 시민사회는 '4대강 찬동 인사 인명사전'을 준비 중이다. 실패의 책임을 명확히 기록해두겠단 의미다. 4대강 사업 당시 맹목적 찬동에 나섰던 언론의 공과도 따져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 가운데서도 동아일보와 문화일보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하천학회가 주관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한 <4대강 왜곡언론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4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의 악영향은 사업 시행 전부터 예견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언론의 왜곡보도가 자양분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했던 동아일보는 왜, 4대강 사업은 맹목적으로 찬동했을까 

조사결과 발표를 맡은 대한하천학회 이철재 연구위원은 “4대강 사업을 신봉했던 이들은 4대강이야 말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전지전능한 만능이라 주장했고, 그런 허황된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것이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대다수의 언론은 4대강 사업의 열렬한 신봉자를 자처했다”고 비판하며,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한 사람들은 언론에 의해 ‘반대를 위한 반대’, ‘상습 시위꾼’, ‘종북좌파’ 집단으로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 대한하천학회가 주관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한 <4대강 왜곡언론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4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미디어스

이철재 연구위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가장 많이 다룬 매체는 한겨레(428건)였고, 이어 경향신문(272건), 한국일보(196건) 순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적게 보도한 매체는 매일경제(51건)와 중앙일보(64건), 세계일보(76건) 였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4대강 사업’이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였다는 점에서 이들 언론사들은 ‘침묵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이번 연구조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4대강 사업’을 찬동했던 보수매체들 역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한반도대운하 관련 214건의 칼럼·사설 중 ‘부정’ 비율은 69.8%로 ‘긍정’은 4.9%, ‘중립’을 25.3%을 압도했다. 반면,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된 이후에는 1533건의 보도 중 ‘부정’ 비율이 50.4%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동아일보의 변화가 현격했다. 동아일보는 대운하와 관련해서는 11건의 칼럼·사설 중 63.6%가 ‘부정’적인 내용이었지만, 4대강 관련해서는 부정적 의견의 비율이 5.5%로 줄어들었다.

이철재 연구위원은 “동아일보 등 보수매체들이 대운하를 반대했던 이유는 4대강 사업에 그대로 적용가능했던 것인데, 한순간에 입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에에 4대강 사업은 신성불가침이었다”는 것이 이철재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동아일보는 ‘낙인·비난 프레임’을 가장 많이 쓴 언론이기도 했다”며 “사설 및 칼럼 127건 중 49건(38.6%)이 낙인과 비난 프레임이었고, 이어 ‘녹색성장 만능주의 옹호’ 프레임이 32.3%(41건)였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연구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4대강 옹호’ 기사가 늘었다는 분석결과를 전하며 “<조선일보>의 ‘4대강 프레임’을 보면 찬성과 반대, 중립이 비교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었지만,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후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강한 찬동 입장을 밝혔다. 특히, ‘4대강 사업 반대=좌파’라는 색깔론을 사용해 폄훼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매체의 정파적 성격을 바탕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도구로 4대상 사업의 논조가 결정됐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조사는 2007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의 7년 5개월여 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 12개 매체를 대상으로, ‘대운하’와 ‘4대강’ 키워드로 검색되는 사설과 칼럼 1747건을 대상으로 했다. 

세월호 이전에 존재했던 기레기들이 4대강 사업 가능하게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정권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힘으로 “언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그들의 사설과 칼럼을 읽어보니 글 쓰는 솜씨가 대단했지만 그 글속에 성찰이 없고 비판정신이 없었다며, 그런 글은 말장난과 쓰레기와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박 교수는 “언론이 4대강 사업을 바로잡지 않으니 5대강 사업이 발표되는 게 아니겠냐”며 언론의 침묵이 또 다른 사회적 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언론노조 김동훈 수석부위원장 역시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일자리 창출’, ‘지역 간 균형발전’, ‘경제성장’을 달성할 대사업이라고 홍보했고 22조원을 쏟아 부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됐느냐. 4대강은 단군 이래 최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부작용을 뻔히 알면서도 언론매체들이 4대강 사업을 맹목적으로 부추기고 찬동했을 뿐 아니라, 논리도 제공해줬다. 이미 세월호 이전에 기레기가 존재했었던 것”이라고 개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완기 공동대표는 “대운하에 대해 반대를 했다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으로 돌아선 언론사들이 현재 종편을 끼고 있는 신문사들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 매체들은 언제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진실을 외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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