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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공백 안 된다”더니 내각도 ‘만신창이’ 만든 박근혜 대통령
일방적 ‘개각’ 단행했다가 총리 내정 철회…경제부처까지 ‘식물 상태’
최명규 기자 acrow@vop.co.kr  발행 2016-11-08 20:03:23 수정 2016-11-08 20:25:46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10여분을 면담 한 후 떠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10여분을 면담 한 후 떠나고 있다.ⓒ정의철 기자

'박근혜 게이트' 파문으로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각을 밀어붙이다가 내각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새 국무총리에 김병준 국민대 교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을 내정하는 등 개각을 전격 단행했다.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황교안 현 국무총리도 모르게 진행된 개각이었다. 거센 반발 속에 정치권에서도 "하야" 요구가 확산됐고 지난 주말 집회에는 전국에서 30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은 8일 김병준 총리 내정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또다시 국면 전환을 꾀했다. 이날 국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주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대통령 권력을 완전히 놓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일련의 행태는 스스로 그토록 우려하던 '국정 공백'을 더욱 악화시키는 꼴이 됐다. 개각 발표 때 이미 황교안 국무총리는 끈 떨어진 신세가 됐다. 게다가 신임 총리로 지명된 김병준 내정자도 이번에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부처들이 식물 상태에 빠진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그토록 '경제 위기'를 역설해 왔지만 정작 자기 손으로 경제 부처들을 마비시켜 버렸다.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는 지난 개각 발표로 수명이 다했다. 더는 소속 공무원들에게 '영'이 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게다가 총리 내정이 사실상 철회되면서 신임 경제부총리도 같이 발이 묶여 버렸다. 국회와의 협의를 거쳐 별도로 임명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난 개각 발표를 통해 총리와 부총리는 '패키지'로 묶여있는 조건이다.

특히 금융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금융위원회는 수장인 임종룡 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됐다가 발목이 잡히면서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져 있다. 박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여기에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도 문제다. 박승주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도심 굿판' 논란과 '논문 표절' 의혹까지 겹치면서 자질 시비에 휩싸여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휘두른 '개각'이라는 칼에 내각만 외려 더 상처를 입고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정치권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일침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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