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803009.html?_fr=mt2
시민들이 막아낸 일본 헤이트스피치
등록 :2017-07-16 17:12 수정 :2017-07-16 21:53
‘조선인 죽여라’ 등 헤이트스피치 방지법 1년 뒤
재일동포 밀집 거주지역서 다시 우익들 모이자
시민들이 모여 반대시위로 헤이트스피치 막아내
법 제정됐지만 처벌규정 없어 한계 지적
16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시민들이 ‘같이 행복하게’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 멈춰라.” “헤이트 스피치 그만둬라.”
16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나카하라구 평화공원에 오전 9시30분부터 시민 300여명이 모여들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불타는 듯한 햇볕 아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무더위에 시민들은 공원 주변 인도에 늘어서서 ‘같이 행복하게’ ‘헤이트 스피치는 용서할 수 없다’ 같은 펼침막을 들고 2시간 가까이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를 계속했다.
가와사키시는 “조선인을 죽여라” 같은 극단적 말을 내뱉는 우익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빈발했던 상징적인 곳이다. 도쿄에서 40여분 거리에 있는 이 항구도시에는 일찍부터 임해공업이 발달해 많은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지난해 헤이트스피치 방지법 제정을 계기로 1년여간은 헤이트 스피치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날 우익단체가 헤이트 스피치를 다시 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들이 이를 막으려고 일요일 아침부터 모여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헤이트 스피치가 극성을 부리자 지난해 방지법을 제정했으나, 처벌 규정이 없는 이념법인 탓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가와사키시는 이 법을 근거로 헤이트 스피치 시위를 사전에 금지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지만, 아직 조례가 제정되지는 않았다.
이날 헤이트 스피치는 공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저지됐다. 오전 11시께 우익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20~30여명이 가와사키역 인근에서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려 욱일승천기를 펼쳤다. 이들은 관청에는 “헤이트 스피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전에 여러 차례 헤이트 스피치를 주도했던 극우 단체 관련 인물들이 행사를 주도했다. 이들은 차에서 내려 ‘일본의 주권을 지켜라’ ‘반일 세력이 일본인을 차별한다’ 같은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나, 시민들은 차도를 점거하는 등 ‘카운터데모’로 맞섰다. 시민들은 “헤이트 스피치는 범죄” “중지해라”라고 함께 외쳤다. 항의하는 시민들 목소리에 묻혀서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이들이 외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결국 헤이트 스피치를 하려던 이들은 경찰 기동대 100여명에게 둘러싸여 ‘보호’를 받다가 10여분 만에 철수했다.
16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평화공원 인근 도로에서 경찰이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 대해서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을 규명하려는 시민단체 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는 전직 교사 가타야마 요시노(72)는 이날 항의 시위에서 “지금으로부터 94년 전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루머가 돌아) 자경단이 조선인을 학살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일본인의 조선인 학살을 믿지 않는 이들이 존재한다. 역사는 연결되어 있고 진실을 일본인들이 알아야 한다”며 “헤이트 스피치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극우 단체 인물들은 헤이트스피치 방지법 제정 이전처럼 “조선인을 죽여라” 같은 노골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는 듯 보였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시위를 취재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는 보도사진가 시마자키 로디는 “(우익들이) 과거와 같은 직접적인 언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증거를 되도록 남기지 않기 위해서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헤이트 스피치) 시위 자체를 벌이는 것 자체가 (재일동포를 비롯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가와사키/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시민들이 막아낸 일본 헤이트스피치
등록 :2017-07-16 17:12 수정 :2017-07-16 21:53
‘조선인 죽여라’ 등 헤이트스피치 방지법 1년 뒤
재일동포 밀집 거주지역서 다시 우익들 모이자
시민들이 모여 반대시위로 헤이트스피치 막아내
법 제정됐지만 처벌규정 없어 한계 지적
16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시민들이 ‘같이 행복하게’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 멈춰라.” “헤이트 스피치 그만둬라.”
16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나카하라구 평화공원에 오전 9시30분부터 시민 300여명이 모여들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불타는 듯한 햇볕 아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무더위에 시민들은 공원 주변 인도에 늘어서서 ‘같이 행복하게’ ‘헤이트 스피치는 용서할 수 없다’ 같은 펼침막을 들고 2시간 가까이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를 계속했다.
가와사키시는 “조선인을 죽여라” 같은 극단적 말을 내뱉는 우익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빈발했던 상징적인 곳이다. 도쿄에서 40여분 거리에 있는 이 항구도시에는 일찍부터 임해공업이 발달해 많은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지난해 헤이트스피치 방지법 제정을 계기로 1년여간은 헤이트 스피치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날 우익단체가 헤이트 스피치를 다시 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들이 이를 막으려고 일요일 아침부터 모여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헤이트 스피치가 극성을 부리자 지난해 방지법을 제정했으나, 처벌 규정이 없는 이념법인 탓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가와사키시는 이 법을 근거로 헤이트 스피치 시위를 사전에 금지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지만, 아직 조례가 제정되지는 않았다.
이날 헤이트 스피치는 공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저지됐다. 오전 11시께 우익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20~30여명이 가와사키역 인근에서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려 욱일승천기를 펼쳤다. 이들은 관청에는 “헤이트 스피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전에 여러 차례 헤이트 스피치를 주도했던 극우 단체 관련 인물들이 행사를 주도했다. 이들은 차에서 내려 ‘일본의 주권을 지켜라’ ‘반일 세력이 일본인을 차별한다’ 같은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나, 시민들은 차도를 점거하는 등 ‘카운터데모’로 맞섰다. 시민들은 “헤이트 스피치는 범죄” “중지해라”라고 함께 외쳤다. 항의하는 시민들 목소리에 묻혀서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이들이 외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결국 헤이트 스피치를 하려던 이들은 경찰 기동대 100여명에게 둘러싸여 ‘보호’를 받다가 10여분 만에 철수했다.
16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평화공원 인근 도로에서 경찰이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 대해서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을 규명하려는 시민단체 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는 전직 교사 가타야마 요시노(72)는 이날 항의 시위에서 “지금으로부터 94년 전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루머가 돌아) 자경단이 조선인을 학살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일본인의 조선인 학살을 믿지 않는 이들이 존재한다. 역사는 연결되어 있고 진실을 일본인들이 알아야 한다”며 “헤이트 스피치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극우 단체 인물들은 헤이트스피치 방지법 제정 이전처럼 “조선인을 죽여라” 같은 노골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는 듯 보였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시위를 취재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는 보도사진가 시마자키 로디는 “(우익들이) 과거와 같은 직접적인 언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증거를 되도록 남기지 않기 위해서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헤이트 스피치) 시위 자체를 벌이는 것 자체가 (재일동포를 비롯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가와사키/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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