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w.aspx?CNTN_CD=A0002365153
"박근혜는 바보짓... <아이 캔 스피크>가 큰일 하고 있다"
[inter:view] 김동석 뉴욕 시민참여연대 이사... "위안부 문제 일본만 공격하면 꼬인다"
글 이선필(thebasis3) 편집 김미선(iosono) 17.10.06 15:16 최종업데이트 17.10.06 15:22
▲김동석 뉴욕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2007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일본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채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플래닛
개봉 후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추석 연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흥행과 별개로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우리 일상에 잘 안착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간 피해자의 시선에서 그들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다큐적 시선'이 강했다면, 이젠 상상의 나래를 펴 보통 사람들 시선에서 말하는 '극영화적 시선'이 담긴 것이다. 눈을 질끈 감지 않고도 그 아픔을 직시함과 동시에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신음하고 있을 또 다른 피해자와의 연대 가능성도 품게 한다.
이 영화가 주요하게 다룬 사건은 2007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일본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다. 이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영화에도 잠깐 출연한 김동석 뉴욕 시민참여연대 상임이사 역시 <아이 캔 스피크>의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위촉됐고,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건으로 잠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시나리오는 긍정적, 출연은 고민
의원들의 청문회 장면이 들어가기에 영화제작사의 자문 요청으로 시나리오를 읽었던 김동석 이사는 "접근 방식이 옳았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결의안을 이끌어 냈지만 일본 아베 총리가 다시 복귀해 결의안 무력화에 앞장섰고, 박근혜 정부가 결국 졸속 합의하는 모습을 보며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구나" 생각했던 그는 이 영화로 진짜 해결책은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는 걸 새삼 재확인했다.
"영화 속 방식이 맞다. 시장 상인들이 하나 둘 반응하면서 힘을 합치는 그런 방식으로 가야지 가해자를 공격하면 계속 꼬인다.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도 일본을 공격해서가 아니라 역사적 진실 찾기와 인권 문제를 결합해서였다.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 이슈가 아닌 그 누구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가야했다. 피해국들이 많잖나. 호주, 말레이시아, 중국 등끼리 먼저 연대해야지 일본만 자극해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국제 문제가 정의로 해결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결국 힘의 논리거든. 유태인들이 홀로코스트를 이슈화시키기 전에 얼마나 조용하게 밑바닥을 다졌는데. 그런 점에서 <아이 캔 스피크>는 바람직하다. 처음엔 생뚱맞게 보일지라도 그 시장 상인들이 옥분을 위해 음료수를 주고, 달러를 모아주고, 위로하잖나. 엄청 울었다. 이게 바로 시민의 힘이다. 사회적 변화를 모색하려면 생활 자체가 운동이 돼야 한다. 유모차 끌고 촛불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속 김동석 상임이사의 모습(우측)이 보인다.ⓒ 명필름
영화 자체엔 긍정적이었지만 자문을 넘어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땐 고민했다. "실제 인물이 허구 속에 들어간다는 게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김 이사는 "결의안 채택은 나 혼자 한 게 아닌 미국 한인들이 정치운동에 참여한 결과물이라 부담이었고 굉장히 망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논의한 젊은 직원들이 영화에 더 공감했고, 정치 운동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던 때"라는 이유로 고심 끝에 출연했다. 그와 함께 마이클 혼다 전 하원의원도 함께 출연 의사를 타진했으나 건강과 일정 문제로 성사되진 못했다. 혼다 의원은 일본계 3세로 위안부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 결의안 발의 당시는 이랬다
영화와 별개로 실제 2007년 당시 분위는 어땠을까. 이 대목에서 김동석 상임이사는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국민적 분노를 자극하며 정면 대응하기 보단 국제 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결의안을 이끌어 내는 것의 시작은 미국 내 한국인들의 정치 참여를 위해서였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인들이 여의도만 쳐다보더라. 그러지 말고 우리가 직접 워싱턴으로 가자, 그 힘으로 한미 관계를 발전시키려 했다. 근데 캠페인에 비해 한인들이 따라오는 속도가 느리더라. 그때 보니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놓고 힘을 다해 일하던 분들이 계셨다. 윤정옥, 이유재 교수 등이 대책위를 꾸리고 수요일마다 시위해서 수요집회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잖나.
마침 낸시 펠로시가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됐다. 그리고 마이클 혼다 의원이 있었지. 진주만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가 혼다 의원인데 그 경험으로 일본이 전쟁에서 완벽하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때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힘이 확 받을 거 같더라. 호주에 사시는 위안부 피해자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를 어렵게 모셔왔다. 이용수 할머니와 같이 증언대에 서신 거지. 이게 중요했다. 백인 할머니가 계셔야 정치 문제가 아닌 여성 인권 문제로 갈 수 있었거든.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에 온다는 걸 못 오게 했다. (그래서 가능할 수 있었다)"
이 지점에서 김동석 이사는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가 잘 안 풀릴 때마다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이 미국에 와서 항의하고 그러는데 좋은 전략이 아니다"라며 "한국에서 5명 가면 일본도 숫자를 맞춰 5명을 보낸다. 분쟁화 시키자는 게 일본의 전략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피해 국가들이 연대해서 일본보다 그 힘이 커졌을 때 전력 공격해야 한다. 일본 내에서도 결의안대로 하자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도 연대해야 한다. 중국의 힘이 커지고 있는데 그럴수록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분쟁을 유도한다. 그럴수록 더 국제사회와 연대해야지."
▲영화에서 옥분과 가장 심각하게 대립하는 시장 상인 혜정(이상희)의 모습. 옥분의 과거를 알고 가장 크게 반성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리틀빅픽처스
박근혜 정부, "바보 같은 짓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한 12.18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두고 그는 "바보 같은 짓"이라 평가했다. 가해자의 사과 없는 10억 엔의 비용과 재단 출범이라는 합의 내용은 피해자 할머니들은 물론이고 국민 대다수도 강하게 반대했다.
"홀로코스트 해결 원칙엔 기본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항이 있고, 나치의 잔재를 끝까지 쫓아간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하나하나 다 듣고 조사한다. 기본 전제는 국가가 피해자들을 돌보는 거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전선에 나오게끔 하는 걸 정부는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당시 정치인들이 잘못했기에 시민들이 그런 참혹한 피해를 입은 거잖나.
'인권에 우선하는 정치 이슈는 없다'는 게 여전히 미국 사회에 있다. 한국은 인권 문제를 말하면서도 안보를 강조한다. 순서가 바뀌었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안보가 있는 거지, 안보를 위해 인권이 무시될 순 없는 거다. 진정한 정부라면 피해자는 보호하면서 가해자에겐 어떻게 해서든 사과를 받아내야지. 할머님들이 살아계신 덕에 위안부 문제가 힘을 받는 건데 이 분들 없이 일본과 합의한 건 너무나 바보 같은 거지.
한국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를 어떻게 가지고 갈 건지 공부해야 한다. 만일 일본이 (다시) 합의에 나선다면 우린 뭘 얻어야 할까? 대안이 준비됐나? 사실 없다. 위안부 문제는 합의의 문제가 아니라 재발 방지의 문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손잡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가는 거다. 합의 자체가 될 수 없는 거지. 독일은 홀로코스트 사례가 나올 때마다 사과하고 그것에 대해 돈을 내며 사회적 부담을 가진다. 애초에 전쟁 범죄는 합의될 수 없는 거다.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까. 물론 정치적으론 계속 사과를 얻어내야지."
결의안 채택 직후 미국 내 한인 시민단체의 전략이 이거였다. 한인들 스스로 정치참여에 붙어서 미국 지도부를 설득한 후 공론화 시키겠다는 거였다. "미국 시민사회 내에 일단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인권 문제임이 안착된 후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분쟁화를 택하면서 지는 싸움이 된 것"이라 그는 진단했다.
"일본 아베 총리가 결의안 때문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가 6년 만에 복귀했잖나. 그 직후 지금까지 결의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독도 문제처럼 위안부 역시 한국과 일본의 분쟁으로 가자는 전략이었다. 미국 입장에선 일본도 한국도 중요하다. 분쟁이 나면 독도와 다케시마의 중간 이름을 찾듯 그런 식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일반 시민들의 따뜻한 연대를 그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 캔 스피크>의 의미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 김동석 상임이사는 "사실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임무는 거의 다 수행했다고 본다"며 "이젠 일반 관객 스스로 고백하고, 함께 연대하게 하는 영화가 중요하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영화 속 나옥분 할머니의 고백이 얼마나 울림이 큰가. '알량한 자존심으로 일을 망치는구나'라는 그 고백은 부끄럽고 창피해 자시의 과거를 숨겨야 했던 한 사람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걸 일반 관객에게 알리는 역할을 <아이 캔 스피크>가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가해자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사실을 정리하는데 알게 모르게 우린 일본에 대한 적개심에 불탄다. 근데 현실적으로 국제사회는 그걸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만 피해자일까? 지구상에 다신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걸 알려야지. 일본 스스로 제국주의를 반성케 하려고 한국이 소리 높여 봤자 깨갱도 안 한다. 강한 국가들이 함께 지적하도록 해야지.
일본은 그간 이간질 정책을 써왔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킬 때 프랑스 등이 반대했다. 그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일본과 인도 등을 새로 끌어들이려고 하잖나. 그걸 위해 일본은 엄청난 돈을 들이 붓고 있다. 사실 반기문 총장이 그 돈을 받으며 사실상 일본 하수인 듯 역할을 했지.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위안부 결의안이 일본으로 하여금 안보리에 10년 정도는 못 들어오게 막는 효과를 갖는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김동석 이사는 '위안부'라는 용어 사용 자체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어로 너무 그렇게 알려졌는데 사실 그 앞에 'so called'(~라고 불리는)가 붙는다"며 그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기념비를 세웠을 당시 한국 기자들이 '위안부'라는 단어를 쓰며 묻자 화를 내며 '성노예'라고 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라는 사연을 소개했다.
시민의식
여러 갈래의 말을 했지만 김동석 이사는 "한국 시민들의 촛불집회와 탄핵을 보면서 역사가 진보한다는 믿음을 더 강하게 갖게 됐다"며 "지금 미국에서도 트럼프 탄핵이 이슈인데 사람들이 내게 항상 한국의 방식을 묻곤 한다"고 우리 사회 시민 의식을 언급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런 영화 나오는 게 참 반갑다. 일본의 잔재는 물론 역사적으로 계속 밝혀 나가야 하지만 이렇게 문제의식을 예술로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내 한인들도 보다 정체성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차별이 금지됐지만 군데군데 불안한 조짐은 있다. 소수자는 그 어떤 차별도 용납 못한다는 의식을 갖고 다른 소수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한인들이 그런 생각이 희미한 경향이 있다. 반 트럼프 시위에 소수계들이 함께 하는데 한국 사람이 너무 적어서 쪽팔리더라.
백인 흉내를 내려 하다간 단칼에 날아간다. 한인 정치인이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인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그걸 위해 투표도 참여하자고 독려한다. 정치력 확보를 위해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일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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