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1023213646696?s=tv_news#none


[밀착카메라] 방치·훼손 심각한 '일제 만행 유적지'

손광균 입력 2017.10.23 21:36 


[앵커]


일제강점기가 끝나갈 무렵, 우리나라 곳곳에는 군사 시설이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전쟁에 대비해 한국인을 강제동원해 만든 곳들입니다. 우리 역사의 아픔이 있지만 보존할 가치가 있는 장소들인데 제대로 관리한 곳은 드문 상황입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제가 서 있는 곳은 얼핏 보면 콘크리트 잔해 같지만, 사실 일본군이 백여 년 전에 만든 화장실입니다. 화면의 오른쪽은 소변을 보던 공간이고, 왼쪽은 대변을 보던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화장실뿐만 아니라 이 안쪽에 한국인을 동원해 만든 군사시설도 있다고 합니다.


일제가 러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사용했던 탄약고와 막사 건물입니다.


외형은 그대로 남아있고, 막사 내부에는 추운 날씨에 대비한 온돌의 흔적도 있습니다.


탄약고 사이 사이에는 유탄포를 설치했던 자리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지자체가 지난해 '역사의 아픔을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안내판 및 전기 시설 등을 정비하면서 올해부터 방문객들이 부쩍 증가했습니다.


인근에는 태평양전쟁에 사용된 동굴도 있습니다.


한동안 방치됐던 공간을 리모델링 하면서 외국인들도 찾아오는 관광 자원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 있는데도 관리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유적지도 있습니다.


새바지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또 다른 동굴입니다. 이곳은 한때 무속인이 사용했던 곳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 여기 보이는 것처럼 동상 두 개도 올라가 있고요.


아래쪽에는 제사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구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많은 쓰레기들이 오랫동안 버려진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는데요. 안쪽에는 이곳에서 머물렀던 사람이 먹고 자는데 사용한 공간도 있습니다.


동굴 입구에는 낚시꾼들과 어민들이 버리고 간 장비가 쌓여있습니다.


옆에 있는 인공 동굴에서도 건설 당시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지만 방치된 건 마찬가지입니다.


경상북도 영천시의 시골 마을에는 반달 모양의 거대한 콘크리트 시설이 여러 개 남아있습니다.


한국인을 강제로 동원해 비행장을 만들면서 함께 세운 격납고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거나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로 활용되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격납고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농사를 짓거나 저수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라졌습니다.


[주민 : 보존을 안 하고 시나 정부에서 (방치하니까) 개인 임의로 없애버리고. 우리가 큰 피해를 본 잔재물이잖아. 절대 보존할 가치는 있단 말이야.]


문화재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남아있는 태평양전쟁 유적지를 전수조사했습니다.


이미 문화재로 등록된 곳을 제외한 548곳 가운데 보존 상태와 희소성, 군사적·역사적 의미 등을 따져 12곳을 가장 활용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는데,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부산 외양포 진지와 새바지 동굴 두 곳, 전북 군산 방공호를 제외한 나머지 8곳은 방치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군이 관리하는 저도에 있던 태평양 전쟁 군사 시설들은 훼손 상태가 심각하고 활용도가 떨어져 이미 지난해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주백/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 : 이 시설물을 건설하는데 많은 조선인들이 동원됐어요. 선조의 동원사, 식민지 지배의 역사와 관련된 공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거죠.]


문화재청은 A등급과 B등급을 받은 태평양전쟁 유적지들에 대해 올해 안으로 담당 지자체에 문화재 등록 신청을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태평양전쟁 유적들은 일제에 강제동원된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적 교훈을 공유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이경·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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