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812
제보자X “전사적으로 이뤄져” 채널A 윗선 재차 의혹 제기
‘검언유착’ 의혹에 채널A “간부 지시 없어”… “회사에 보고” “회사도 비중있게” 등 뒷받침 발언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승인 2020.04.28 14:46
“저나 이동재 기자랑 위에 사장이랑 다 이야기한 거니까 사무실에서 했던 말이 결론이다, 오늘은 그렇게 깔끔하게 마무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검찰청을 출입하는 백승우 채널A 기자가 지난 3월22일 오후 ‘제보자X’ 지아무개씨와 통화하며 한 말이다. 지씨는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전 신라젠 대주주)의 지인으로 ‘검언유착’ 의혹 중심에 있는 이동재 채널A 기자를 지난 2월25일, 3월13일·22일 총 3차례 만났다. 이 기자 후배인 백승우 기자는 3월13일, 22일 만남에 동석했다.
세 사람은 3월22일 채널A 본사에서 만났다. 채널A 기자들은 여권 인사와 가까운 이철 전 대표가 여권 인사 정보 제공 등 취재 협조 시, 자신들이 검찰 수사에 혜택을 줄 수 있을 듯 이야기를 전개했고 이 전 대표를 대리한 지씨는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거듭 실명 확인을 요구하며 ‘밀당’을 벌였다.
▲ 지난달 31일 채널A의 협박취재 의혹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지씨가 못 미더워하자 이 기자는 “저랑 통화한 사람이 윤석열하고 가까운 검사장”, “검찰에서 발언권이 굉장히 센 사람”, “한 뭐시기라고 있다. (인터넷에) ‘윤석열’ 한 칸 띄고 ‘최측근’ 치면 딱 나오는 사람”이라며 ‘검사장 녹취록’을 보여주는데, 검사장 녹취록은 채널A 취재에 협조하면 이 전 대표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MBC가 지난달 31일 이를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MBC 보도 후 채널A는 자체 진상조사위를 꾸려 의혹 규명에 나섰지만 한 달 가까이 ‘깜깜소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은 28일 오전 채널A 본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녹취록 진위와 채널A 보도본부 윗선 개입 여부 수사에 나섰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충무로 인근에서 만난 지씨는 이번 채널A 기자들 취재에 보도본부 윗선, 나아가 회사 대표가 개입했다고 믿고 있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앞서 언급한 “사장이랑 다 이야기한 것”이라는 백 기자 발언뿐 아니다.
“저랑 얘(백승우) 그리고 우리 회사에 그때 말씀하셨던 간부 차장, 그 다음 부장 이렇게 네 명 알고 있는 것”(3월13일 만남에서 이동재 기자 발언), “회사에도 보고했고 간부가 직접 찾아뵙는 게 좋겠다고 한다”(3월5일 이동재 기자가 지씨에게 보낸 문자), “다른 간부를 말한 건 회사에서도 그만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저보다 윗선이고 저와 생각도 같다”(3월10일 이동재 기자가 지씨에게 보낸 문자), “제 윗선이나 저희팀 후배나 모두 저와 생각이 같다. 이 건에 대해서는 회사에서도 극소수 밖에 모르는 상황이니 보안은 안심하셔도 된다”(3월10일 이동재 기자가 지씨에게 보낸 문자) 등 기록도 채널A 윗선 개입 의혹에 힘을 더한다.
▲ 검찰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채널A 사옥에 진입해 검언유착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옥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반면 김재호 채널A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을 시인하면서도 “보도본부 간부들은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보도본부 간부들은 이 기자가 지씨에게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이 전 대표가 선처를 받을 수 있다고 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를 인지한 3월23일 취재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보도본부 간부들이 지시하거나 용인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채널A가 3월23일 이 기자의 취재를 중단시켰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있다. 3월23일 오후 이 기자와 지씨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다. 이 기자는 “(어제·22일) 저희 간부 만나려고 (지씨가 채널A에) 오셨는데 못 만나고 가셨다. 저희 회사 간부에게 보고를 다 했다. 진전된 사안이 없다고 저는 (간부한테) 대박 깨졌다. 저한테 (채널A 간부가) 막 ‘뭔 새끼야’ 하면서 말이 안 된다고 했다”고 설명한 뒤 “우리 회사에서는 ‘너 왜 취재 방식이 그 따위냐’고 이야기한다. 위에서는 ‘너 왜 이름도 모르는 사람한테 받았냐’ ‘이 사람이 더 이상 자기 신분도 밝히지 않고 그러면 의논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고 전하며 지씨의 실명 공개 등을 요구했다.
채널A 간부들의 이번 사건 개입 여부는 “보도본부 간부들은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다”는 ‘통보’로 그칠 것이 아니라, 채널A 진상조사위가 조사 과정을 공개하고 그 결과까지 외부에 공표하면서 확인돼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단행한 상황에서 수사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지씨는 미디어오늘에 “채널A가 진행하려고 했던 ‘총선 공작 보도’는 이동재·백승우 기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한다”며 “이동재·백승우 기자가 언급했던 보고라인과 해당 임원들에 대한 철처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지금이라도 실체적 진실은 드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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