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61274.html

 

[단독] 김건희 계좌로 도이치 주식 매수…결혼 뒤에도 주가조작 ‘의심거래’
검찰, 2차 주포 김씨 진술조서
2012년 7월25일 도이치 거래 관련
“권오수, 김건희 계좌로 매수?” 묻자
‘주가 방어’ 요청했던 김씨 “맞다”
기자 정혜민 수정 2024-10-07 06:41 등록 2024-10-07 05:00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2차 주포 김아무개씨가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한 이후인 2012년 7~8월 ‘주가 방어 등을 권오수에게 요청하니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이 매수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윤 대통령 쪽은 ‘결혼 이전의 일’이라며 해명해왔지만, 2012년 3월 결혼 이후에도 ‘의심 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한겨레가 6일 입수한 김씨의 2021년 10월30일 검찰 진술조서를 보면, 2012년 7월25일 거래와 관련해 김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방어를 요청하자 권오수가 김건희 계좌를 이용하여 매수한 것이 맞는가’라고 묻자 “누가 주문을 내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권오수에게 부탁을 했으니 권오수가 그렇게 해준 것이 맞다”라고 답변한다. 당시 김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오전 8시30분께 문자를 보내 “사장님. 여기서 주가가 더 밀리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워집니다. 내일 리포트 발간되오니 ○○○ 고객님이나 혹시 주변에 물 타실 분 있으면 조금씩 방어라도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약 40분 뒤인 오전 9시12~13분, 김 여사의 한화투자증권 계좌에 세차례에 걸쳐 도이치모터스 주식 1500주를 사들였다.
 
2012년 8월8일에는 김씨가 한 증권사 직원에게 ‘권 회장 주변에서 내일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살 것’이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튿날 김 여사의 한화투자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만주가 매수됐다. 이와 관련해 검사가 문자와 김 여사의 거래 내역을 제시하며 김씨에게 ‘(증권사 직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은) 권오수가 내일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살 것이라고 피의자에게 말하였기 때문인가’라고 묻자 김씨는 “권오수한테 직접 들었거나 이종호를 통해서 들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답변했다. 이어 검사가 ‘이 거래 역시 권오수가 주식을 사 주었던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다. 제가 권오수가 사는 것이라고 ○○○에게 이야기한 것을 보니, 당시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권오수 주변에서 주식을 사 주었다”고 진술했다.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그해 7월2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발령이 나는 등 특수부 핵심 요직에서 근무 중이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김 여사가 연루된 주가 조작 사건이 결혼 전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였던 2021년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주가 조작 의혹은) 전혀 몰랐다. 결혼 전 일”이라며 “(김 여사가) 수천만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윤 대통령이 처음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1월5일 법무부는 “대통령과 결혼하기도 전인 12∼13년 전 일에 대해 이미 2년 넘게 무리하고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며 이례적인 반박자료를 내기도 했다. 지난 7월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앞두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주가 조작 의혹은) 대통령과 결혼 전 사건”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검찰은 권 전 회장 등 9명을 기소하면서 김 여사의 한화투자증권 계좌를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오인하게 한 ‘사기적 부정 거래’에 동원됐다고 판단해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주식 매수를 요구한 점 등이 입증되지 못했다며 ‘이 계좌가 주가 조작에 동원됐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사건 당시 권 전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지 못해 김 여사와의 연락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런 진술과 정황이 주가조작 ‘공모’ 입증에는 부족하더라도 ‘방조’ 혐의는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조작 사건 경험이 많은 김광중 변호사는 “사람의 내심 그 자체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간접적 사실을 종합해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거래 행태와 진술은 방조 등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여러 사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사건을 다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도 “김씨가 권 전 회장에게 부탁한 뒤 거래가 이뤄진 것을 보면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을 알았다고 보기에 충분한 정황 증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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