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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독립유공자 후손 1700여 명, 내년 지원금 못 받을 위기
서창완 기자  / 기사승인 : 2024-09-27 15:14:06
 
법으로 정한 독립유공자 예우인데도…재정당국 입맛대로 사업비 '싹둑'
독립운동 관련 예산 2년째 칼질…정부 체면 세워준 단체엔 '3억 선심'
광복회측 "기금 주인은 독립유공자 후손…기재부에 휘둘리는 건 모순"
 
재정당국의 재원 삭감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1700여 명이 내년에 생활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KPI뉴스가 27일 국가보훈부 소관 '2025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를 분석한 결과 '독립유공자 및 유족 지원 사업비'에 969억9700만 원이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970억6500만 원)보다 6800만 원 줄어든 금액으로, 보훈부가 요구한 1700여 명 생활지원금이 죄다 깎인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이동일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보훈부는 내년 독립유공자 후손 생계를 지원하려면 1131억7200만 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원 대상이 기존 대비 1700여 명 늘어 올해보다 161억7500만 원 정도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었다. 
 
공훈전자사료관에 따르면 정부는 독립유공자를 지난 2022년 598명, 2023년엔 271명 새로 발굴했는데, 2024년 사업 예산은 지난해 동결됐다. 올해엔 지난 4월까지 104명이 추가됐으니 내년까지 누적된 소요가 크고 그만큼 생활지원금이 필요하다는 게 보훈부 판단이다.
 
생활지원금은 대일청구권 자금, 친일재산 환수자금 등으로 조성된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순애기금)을 재원으로 생계가 어려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후손은 월 47만8000원, 중위소득 70% 이하는 월 34만5000원을 받는다. 현재 2만1186명이 대상자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보훈부와 내년 사업비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증액 요구분을 모두 삭감했다. 전체 사업비는 되레 작년보다도 줄었다. 추가 사업비가 없으면 신규 선정된 후손들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 보훈부 보훈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신규 대상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별도의 긴급 편성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대상 인원을 과도하게 추계한 보훈부 요구안을 바로잡았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예산실 관계자는 "보훈부와 협의 과정에서 최근 3개년 평균이라든지, 적정한 인원으로 다시 추계해 반영한 금액이 실제 정부안으로 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 '독립유공자 및 유족 지원' 사업비 추이. [그래픽=KPI뉴스]
 
하지만 증액 요구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가폭에 맞춰 편성했다'는 기재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애초 대상인원 증감과 무관하게 자의적으로 사업비 총액을 편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정부가 매년 독립운동가를 찾아내고 있어 사업비는 기본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민 광복회 대외협력국장은 "순애기금은 독립유공자법으로 보장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돈'으로 조성한 것"이라며 "관리는 정부가 하고 있으나 정작 실질적 주인인 후손들은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재정당국에 휘둘린다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사업비가 늘지 않으면 기존 대상자들을 지원하기도 버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정부가 사실상 큰 폭의 감액을 한 셈"이라며 "독립유공자 유족을 홀대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은 독립운동 관련 예산을 점차 줄이고 있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 등에서 나온다. 내년 보훈부 예산안(정부 제출안)을 보면 △독립기념관 운영(6억9700만 원 ↓) △독립유공자 자료 수집관리(3억6000만 원 ↓) △독립운동 관련 사업 지원(7000만 원 ↓) 등 감액 항목이 많다. 올해보다 10억7900만 원 가량 줄었다. 이들 예산은 2023년 대비 올해 뚝 떨어졌고 내년에도 감액 추세다.
 
증액 항목은 '독립운동 관련 문헌 발간'이 거의 유일하다. 2억6700만 원에서 5억8900만 원으로 2.2배(3억2200만 원) 늘었다. 민간단체 '순국선열유족회'가 발행하는 잡지 구입 비용에 책정됐다. 이 단체는 야당과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가 빠져 '반쪽 논란' 속에 치러진 올해 광복절 행사에서 기념사를 한 곳이다. 정부 체면을 세워준 단체에 '선심성 예산지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보훈부의 독립운동 관련 예산 삭감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께 제대로 된 예우가 이뤄지도록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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