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h2.khan.co.kr/202007200018001


[오래 전 ‘이날’] 홍수 예방한다던 ‘4대강 사업’…집중호우 때 아무 소용 없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수정2020-07-20 00:19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0년 7월17일 새벽 집중호우로 발생한 경북 고령군 운수면 운산1리 마을입구 교량 붕괴로 인한 피해는 낙동강 지류인 회천에 유입되는 금성천에서 발생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2010년 7월17일 새벽 집중호우로 발생한 경북 고령군 운수면 운산1리 마을입구 교량 붕괴로 인한 피해는 낙동강 지류인 회천에 유입되는 금성천에서 발생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물그릇을 키워 홍수 피해를 예방한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며 내세운 ‘물그릇론’입니다. 강바닥을 파 내는 작업(준설)을 통해 ‘물그릇’을 키우면 비가 많이 왔을 때 물을 가둬놓을 수 있기 때문에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언뜻 일리 있어보이지만, 치명적 오류가 있었습니다. 홍수 피해가 주로 ‘4대강’이 아니라 ‘4대강 지천’에 집중되고 있다면 본류의 물그릇을 키워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10년 전 이맘때 낙동강 일대의 집중호우는 ‘물그릇론’의 오류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10년 전 오늘(7월20일) 경향신문 1면과 3면에 실린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2010년7월20일1면

2010년7월20일1면


“지난 16일~17일 경남·북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의 피해는 낙동강 본류보다 소하천 등 지류에 집중된 것으로 전문가 및 시민환경단체의 현장조사 결과 밝혀졌다. (중략) 전문가들은 “국가 하천의 97%가 정비된 상황에서 홍수는 본류가 아닌 지류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번 호우로 확인됐으며 치수정책이 안전한 본류보다 위험한 지류에 집중돼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0년7월20일자 1면 ‘낙동강 일대 호우 피해 역시 지천이 문제였다’)


2010년 7월 16~17일의 집중호우로 대구 노곡동에선 주택 44채가 침수되고 차량 96대가 물에 잠겼는데요, 당시의 피해는 금호강의 역류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또 경북 고령군 운산리의 교량 붕괴(위 첫번째 사진) 역시 낙동강 지류인 회천에 유입되는 금성천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경남 함안군에서도 대규모 침수가 일어났는데 이 피해 역시 낙동강에 유입되는 광려천에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2010-07-20

2010-07-20


이처럼 홍수 피해가 대체로 4대강 지천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당시 정부는 정작 지류 정비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4대강 사업에는 22조원을 퍼붓고 있지만 실제 홍수가 발생한 지방하천에는 예산 부족으로 피해 복구 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천의 하폭을 넓히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 매번 원상복구만 하는 것도 수해가 반복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2010년7월20일자 3면 ‘가물막이·준설토가 물흐름 차단, 홍수위험 키웠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4대강 사업 때문에 생겨난 ‘가물막이’와 준설토가 당시 홍수 피해를 더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물막이란 댐 등의 구조물을 축조할 때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제방이나 댐을 말합니다. 준설토는 4대강의 강바닥에서 파 낸 흙입니다.


정부의 홍보와 달리 홍수 때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4대강 사업. 가뭄 때는 어땠을까요.


4대강 사업을 통해 설치된 ‘보’는 16개였는데, 그중 정부가 예측한 물부족 지역에 설치된 것은 5개 뿐이었습니다. 2012년 6월 전국에 ‘104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닥쳤지만 4대강에 담긴 물은 해갈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정부는 ‘하천수(4대강)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의 마스터플랜’이란 것을 만들어 미래의 가뭄 때는 4대강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가뭄 때도 4대강의 물은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선 “가뭄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작은 농업용 저수지 등을 만드는 게 낫다”(이미경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4대강 사업은 2012년 완공됐는데요, 그후 5년만인 2017년 대선에선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4대강 복원과 관련한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녹조라떼’라는 조롱이 나올 만큼 수질 오염은 심각했고 홍수·가뭄 때에도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귀결됐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4대강 보 16개 중 6개를 우선 상시개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4대강 조사·평가단이 구체적인 복원 방안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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