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657083


문재인 정부의 '금칙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 1

문재인 정부의 '금칙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기획-4대강은 안녕한가?] '산 강' 금강에서 '죽은 강' 낙동강에 띄우는 편지

글 김종술(e-2580) 김병기(minifat) 등록 2020.07.20 18:09 수정 2020.07.20 18:09

    

▲ 9일 오후 창원 지역 시민단체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4대강 보 해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후 청장 면담을 요구하자, 유역청 관계자들이 이들을 막아섰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낙동강에서 떠온 녹조를 정문에 쏟아부으며 "문재인 정부 만 3년 동안 낙동강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환경부 장관, 낙동강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 이철재


"녹조, 올해도 마셔야 하나?"


지난 9일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등장한 문구입니다. 이날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낙동강 하류 칠서 지점에 조류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습니다. 마창진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인사들은 4대강 보 해체를 요구하며 낙동강유역환경청장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들이 막아서자 녹조를 정문에 쏟아부으며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익숙했던 장면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연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날 "문재인 정부 만 3년 동안 낙동강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환경부 장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4대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청산되기는커녕 환경부 곳곳에 승진해 환경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2020년에도 4대강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취재하면서 최초의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만들었던 <오마이뉴스>와 4대강 독립군이 마창진 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이번 기획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문을 열어 '산 강'으로 귀환하는 금강의 교훈을 낙동강으로 확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낙동강에서는 녹조 경보가 깜빡입니다. 6월 29일 낙동강 상수원 칠서 지점이 유해 남조류 세포 수 5만 9228셀(cell)로 조류경보 제1단계에서 2단계에 진입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관심 단계에서 '대발생' 전 단계인 경계 단계로 올라서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려왔는데 이번에는 그게 없었습니다. 마창진 환경운동연합이 직접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6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가서 수문 개방을 요구했습니다.


환경부는 다음날 '전국 6월 녹조 발생 현황 분석'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무인기(드론), 환경 지킴이를 활용하여 오염원을 점검하고 수질 오염원 감시 강화 등의 대응 방안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버튼만 누르면 녹조를 해결할 수 있는 수문 개방 조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왜 환경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렇게 남의 다리만 긁고 있는 것일까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낙동강 수문 개방은 금칙어로 남아있는 것일까요?


'녹색 바이러스' 치료제는 수문 개방


녹조는 강의 빛깔만 바꾸는 게 아닙니다. '독조'입니다. 청산가리 100배에 달하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간에 치명적입니다. 낙동강은 영남인 1300만 명의 식수원인데 2018년에는 녹조가 창궐해서 부산 지역 정수장의 침전과 여과, 활성탄 정수 기능이 마비돼 수돗물 블랙아웃 선언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녹조는 영남인들의 수돗물만 위협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의 식탁 위에도 올해 녹조 물로 농사를 지은 채소가 오를 수 있습니다. 아이들 체내에도 쌓이겠지요. 먹는 물은 그나마 고도 정수 처리를 하지만 채소류 등 농작물을 키우는 농업용수는 녹조를 거르지도 않고 마구 퍼 씁니다. 녹조라떼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만 볼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올 여름철에도 낙동강을 점령할 '녹색 바이러스'는 코로나19처럼 무증상으로 사람들에게 전파될 겁니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를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도 4대강사업을 밀어붙였던 4대강 부역자들과 보수 언론들은 4대강 보 때문에 녹조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래 세 장의 사진만으로도 그들의 거짓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 4대강 사업 이전 곰나루 ⓒ 이경호


위의 사진은 4대강 사업 이전인 2007년 곰나루입니다. 국가 명승지인 이곳은 봄철이 되면 나물을 캐다가 쉬어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여름철이 되면 멱을 감는 아이들의 놀이터였습니다. 가을이 되면 솔밭과 드넓은 백사장을 오가는 연인들의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고라니와 삵, 수달 등 야생 동물의 쉼터였습니다. 이게 강입니다.

 

▲ 금강 보 수문 개방 전인 2012년 8월 녹조가 가득찬 곰나루 ⓒ 이경호


위 사진은 4대강사업을 완공한 뒤 2012년 8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숨 막히는 녹조 라떼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멱을 감을 동안 어른들이 구멍을 파서 수박과 참외를 동동 띄웠던 모래톱은 모두 수장됐습니다. 수심이 깊기에 '접근 금지' 표시판을 곳곳에 세운 금단의 공간이었습니다. 강바닥을 삽으로 푸면 시궁창에 사는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득시글거렸습니다. 강이 아니라 썩은 호수와 다를 바 없습니다.

 

▲ 백제보가 열린 뒤인 지난 6월에 금강과 유구천 합수부에서 찍은 모래톱. ⓒ 김종술


위 사진은 공주보 수문을 개방하고 2년 뒤인 올해 찍은 모습입니다. 곰나루 아래쪽의 유구천 합수보 풍경입니다. 수문을 닫아 두었을 때 쌓인 펄이 완전히 씻기지 않아서 모래 빛이 약간 누렇고, 물가에는 펄이 일부 남아 있지만, 축구장보다 큰 모래톱이 드러났습니다. 물이 가득 차 있을 때는 다른 곳을 헤매던 꼬마물떼새가 모래와 자갈밭에서 알을 품는 광경도 보입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물고기인 흰수마자도 이 근방에서 발견됐습니다. 금강의 귀환을 알리는 전령들입니다.


낙동강 수문조차 열지 못하는 환경부


이래도 4대강 보가 녹조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못 믿는 독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4대강사업을 폄훼하기 위해 계절과 장소를 달리해서 찍은 대조 사진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녹조 관심 이상 발령 일수'까지 속일 수는 없습니다. 금강의 수문이 굳게 닫혀있었던 지난 2017년 이 지역의 녹조 관심 이상 발령 일수는 무려 119일이었습니다. 2018년에 세종보와 공주보를 개방하면서 59일로 줄었습니다. 2019년 백제보까지 수문을 부분 개방하자 녹조 관심 이상 발령 일수는 '0일'이었습니다.


이렇듯 고인 물은 썩는다는 자연의 이치가 명확한데 아직도 낙동강은 수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내걸고 출범했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은 명확한데 손발이 따르지 않습니다. 지금은 누가 수문을 닫아걸고 있는 것일까요? 왜 유독 4대강에서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자연 생태계가 죽고 사람도 접근할 수 없는 강에서 경제가 살아날 리 없습니다. 지금도 매년 국민 세금 수천억 원이 낙동강 보 등 16개의 4대강 보를 유지·보수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해 3월 <오마이뉴스>가 이상돈 국회의원실을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때 3조1132억 원 들여 357개 수변 공원을 조성했는데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공원과 자전거도로 유지·보수비용이 3천억 원 이상 추가됐습니다. 지금도 아무도 찾지 않는 4대강변 '유령공원'의 잡초 제거비용에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4대강 재자연화 문제가 최근 환경부의 '그린 뉴딜' 정책 과제에서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 이유가 이상합니다. 강의 생태계를 살리면서 '그린'을 잡고, 막대한 예산 낭비를 막으면서 경제적으로는 '뉴딜' 효과도 가져올 방안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또 '적극 행정'을 강조해온 정부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녹조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게 답답합니다.

 

▲ 7월 5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의 녹조. ⓒ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끝까지 추적 보도하겠습니다


그래서입니다. 4대강은 아직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두 달여 동안 그 이유를 추적 보도합니다. 금강을 교훈 삼아 낙동강을 점령하고 있는 녹색 바이러스를 퇴치할 방안도 제시하겠습니다. 낙동강 수문을 활짝 열고, 나아가 4대강 재자연화 대안도 제시하겠습니다.


기획 보도와 함께 금강을 탐사하고, 낙동강 조사 작업도 추진합니다. <오마이뉴스>가 이 일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를 견디면서 모두 힘든 터널을 통과하고 있지만, 여력이 되신다면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http://omn.kr/1hsfh)에 가입해서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악취 풍기는 거대한 호수로 변한 4대강이 살아있다고 스스로 말할 때까지 쉼 없이 이 일을 이어가겠습니다. 흐르는 게 강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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