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불법여론조작 파문, ‘尹 사법리스크’로 확대?
기자명 이진동 기자 입력 2024.10.29 08:34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가짜 응답 샘플'로 조작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제보자이자 명태균씨의 지시를 받아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일했던 강혜경 씨가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1~2022년 대선 국면에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아온 명태균씨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또 명씨가 대선 직전 실시한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들이 윤석열 캠프 전략회의 등에서 보고된 정황도 드러났다.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에서 시작된 명태균 파문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법리스크’로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명태균을 통한 불법 여론 조사와 여론조작 의혹이 특검을 통해 규명될 필요성은 더 커졌다. 민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해 놓은 김건희 특검법에는 명태균의 여론 조작 의혹 등이 포함돼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제기를 한 뉴스버스 경향신문 뉴스타파 등의 후보 검증 보도에 대해 ‘대선개입 여론조작’이라고 ‘허위 프레임’을 씌워 장장 1년 가까이 검찰 하청 수사를 해놓고도 실제 ‘대선 과정 여론조작’ 정황이 드러났으나 입을 다물고 있다.
1. 명태균 불법 여론조작 수법 첫 확인
명태균씨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론 조사 결과를 조작한 사례가 최소 8차례 확인됐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보고서 원본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가짜 응답자 샘플을 무더기로 만들어내는 수법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조작을 통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모두 9차례의 여론 조사 중 8차례에서 당시 유력 경쟁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더 벌이거나, 1,2위 지지율을 바꾸기도 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21년 5월부터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시작된 9월까지, 5개월 동안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여론조사보고서는 여론조사 시행일 기준으로 2021년 5월 13일, 8월 13일, 8월 27일(하루에 1차, 2차, 3차 실행), 9월 3일, 9월 17일, 9월 29일, 9월 30일까지 총 9건이다. 그런데 9건 중 ARS 응답자 건수와 원본 데이터의 응답자 수가 일치한 경우는 8월 13일 조사 한 차례 뿐이고 나머지 8건에서는 적게는 264건에서 많게는 1,522명의 ‘가짜 응답자’가 임의로 만들어졌다.
조작이 확인된 8차례 가운데 2021년 9월 29일자로 작성된 여론조사 보고서의 경우 응답 샘플 2,038개 중 516개만 실제 응답한 샘플이고 나머지 1,522개의 응답은 ‘가짜 응답 샘플’로 밝혀졌다. 응답완료 샘플 앞에는 조사완료를 뜻하는 엔드(End)의 ‘E’가 표기되는데 E가 표기된 응답 완료 샘플은 516개였다.
실제 응답 516개의 샘플에서는 윤석열 31% 대 홍준표 30.4%로 집계돼 지지율 격차는 0.6%p였다. 하지만 가짜 응답 샘플을 넣어 만들어진 여론조사 보고서는 윤 후보 33%, 홍준표 후보 29.1%로 지지율 격차가 3.9%p로 확대됐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제보자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명씨의 지시를 받아 일했던 강혜경씨가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공개한 조작 정황 녹취록에 둥장하는 바로 그 여론조사다. 이 녹취록에서 명씨는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고. 젊은 아들 응답하는 갯수 올려 갖고 2~3% 홍(준표)보다 (윤 후보가)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대로 가짜 샘플을 넣어 명씨 주문에 맞춰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컷오프(10월 8일)를 앞두고 유력 주자인 윤 후보와 홍 후보가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던 시기다. 당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는 모두 4건인데, 윤 후보와 홍 후보는 각각 두 차례씩 1위를 했다.
2. 뉴스버스 고발사주 보도로 휘청일 때도 1위로 조작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컷오프(2021년 9월8일)를 앞둔 2021년 9월 3일 미래한국연구소가 비공표로 진행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 조사 결과는 홍 후보가 1위였지만, 가짜 샘플을 넣은 결과에서는 윤 후보가 1위로 나타났다. 뉴스버스는 2021년 9월 2일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사건으로 특종보도했는데, 당일 야권에서 논평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9월 3일엔 윤 후보가 휘청거리던 상황이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2021년 9월 3일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실제 답변자는 1,038명인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는 가짜 샘플 365명을 끼워넣어 1,403명이 답변한 것으로 조작됐다. 실제 전화로 응답이 이뤄진 1,038명의 조사 결과는 홍준표 후보가 30.1%로 1위, 윤 후보는 29.8%로 2위였다. 그런데 가짜 응답을 포함한 보고서에는 윤 후보가 30.1%로 1위, 홍 후보는 27.3%로 내려앉아 2위를 한 것으로 적혔다.
강혜경씨는 지난 21일 법사위 국감에서 이런 작업에 대해 “보정이 아니라 조작이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명씨가 윤 후보쪽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3. 尹 캠프, 명태균 보고서 활용 정황
명태균씨가 2022년 대선 본선 직전 실시한 미공표 대선 후보 면밀여론조사 보고서가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활용됐다는 증언도 추가로 등장했다.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3개 정도의 여론조사보고서를 보면서 활용했는데, 명태균씨 파문이 터지고 당시 파일을 살피다 보니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가 캠프에서 활용된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자신의 저장장치에 보관돼 있던 대선 전날인 2022년 3월 8일자 미래한국여론조사 보고서 PDF파일을 기자들에게 제시했다. 신 교수가 제시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는 강혜경씨가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2022년 3월 8일자 미래한국연구소의 ‘명태균 보고서’와 날짜 분량 내용 등이 일치했다.
뉴스타파 유튜브 화면 캡처.
4. 尹, 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될 수도
명씨의 불법 여론조작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 김모씨 등을 상대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를 위한 81차례 여론조사 실시 경위 와 비용 처리 과정 등을 조사 중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강혜경씨의 주장대로 윤석열 캠프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2022년 6월 1일 치러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대가로 준 사실이 확인된다면 법적 책임이 명씨에 국한되지 않고 김 여사와 윤 대통령에게로 확장될 수 있다. 또 명씨의 불법여론조작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알았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에서 명확히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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