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채증 막자" 처벌 피하려고 영상 지우는 유튜버들…효과는
김예원 기자2025. 1. 22. 05:30
 
경찰, 자체 채증·언론 보도 등으로 영상 확보해 분석 중…삭제 효과 미지수
타인의 범죄 영상 삭제할 경우 증거 인멸죄 성립될 수도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유튜버들이 서부지법에 진입해 지지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유튜버들이 서부지법에 진입해 지지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 보수 지지자들과 유튜버들 사이에서 이를 촬영한 영상이 법적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며 영상 삭제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법원 기물 파손과 난입, 경찰관 폭행 등 범행 장면이 언론 보도와 경찰 자체 채증 영상이 확보된 터라 유튜버 자체 삭제는 법적 처벌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영상 촬영자가 난동에 가담하지 않고 촬영만 했다고 해도, 촬영자가 이를 삭제할 경우 증거 인멸죄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원 난입해 기물 파손한 46명 전원 구속 기로…유튜버들 "영상 삭제하자"
 
2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등에서 발생한 난동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 유튜버들 사이에선 생중계 영상 삭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유튜브 라이브 영상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후 격분한 시위 참여자들이 법원을 월담하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가로막는 등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물 파손 등 다소 과격한 장면들도 여과 없이 중계됐다.
 
시위대의 과격 행동에 경찰관 9명이 다치는 등 피해 규모가 늘어나자 경찰은 '엄정 대응'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6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서울 서부지검은 그중 6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여기엔 법원에 난입 후 기물을 파손해 체포된 46명이 모두 포함됐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선 영상이 증거로 채집될 수 있다며 삭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보수 채널 운영자 중 하나인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시민 얼굴이 나온 영상이나 유리를 깬 영상은 다 채증 영상으로 쓰인다"며 영상을 내릴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오전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기물이 파손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출입문에서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오전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기물이 파손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출입문에서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범죄 정황 언론·수사기관 통해 이미 확보…타인 범죄 정황 없애면 '증거 인멸'
 
하지만 영상을 지우든, 지우지 않든 모두 법적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법원 난동에 직접 참여했을 경우 범행 장면이 이미 보도 영상이나 경찰의 자체 채증으로 확보됐을 가능성이 높고, 난동에 참여하지 않고 촬영만 했을 경우엔 증거 인멸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에 선고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법 제155조에서 규정하는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 및 징계 산 거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증거를 지우려다 공범자의 증거도 같이 없애는 경우는 증거 인멸죄 성립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촬영자가 기물 파손 등 난동에 가담해 증거 인멸 혐의를 피한다고 해도 공무집행방해 등 기존 수사기관이 적용한 혐의를 벗어나긴 어렵다. 범죄 정황이 이미 언론 보도나 경찰 자체 채증 영상 등을 통해 이미 확보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경찰청은 사건 발생 후 유튜브와 언론 등에 보도된 영상을 기반으로 자료를 확보하고 자료를 분석해 시위 참여자들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령 영상을 삭제한다고 해도 당시 상황에 대해 수사기관의 자체 채증이 완료된 상태라 증거 수집 및 향후 법정 증거 채택엔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전망이다.
 
시위대의 법원 난입이나 경찰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피촬영자 동의를 받지 못해 위법한 증거라는 주장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작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현재 이뤄지고 있는 범행 장면에 대해 증거를 보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군중을 촬영한 영상의 경우 따로 이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고, 초상권 침해 등에 따른 민사 소송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라이브 영상에 대한 증거 능력은 인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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