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싸울 대상 정확히 알려줬다”
동조에서 폭동으로 극우 선봉에 선 2030-상
헌정질서 무시 ‘선’을 넘다
고나린,정봉비,임재희 기자 수정 2025-01-23 10:07 등록 2025-01-22 05:00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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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벌이다 현장에서 붙잡힌 20대 청년 ㄱ 등 46명 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21일 청구됐다. 이들 중 ㄱ 같은 20대는 6명, 30대는 19명으로 절반 이상(54%)이 청년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의 해석과 심판을 맡는 법치의 보루, 사법부의 권위를 무참히 모욕했던 광란의 밤을 지나 청년 ㄱ은 구속 심판대에 선 처지가 됐다. 선을, 넘어버렸다.
 
그로부터 47일 전, 대통령 윤석열은 정치 활동과 시민 기본권 전반을 제한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계엄군은 국회로 난입했다. 선을 넘어, 입법기관의 유리창을 박살 냈다. 그로 인해 지난 15일 체포되기 직전 대통령 윤석열은 어쩌면 청년 ㄱ을 떠올리며 말했다.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청년 ㄱ과 대통령은 어떻게 만나 헌정 질서의 선을 넘는 초유의 비극을 이루었나.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 숨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했던 시기 관저 앞에 모인 청년의 목소리를 집중해 들었다. 그 가운데 인터뷰에 응할 의사를 밝힌 청년 3명과 지난 7~8일과 20일 각각 한 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등장하는 청년의 이름은 요청에 따라 모두 가명으로 적었다.
 
 
 ‘극단’의 세대교체
 
“노인층 집회 대 젊은 사람 집회 이런 식으로 몰아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 이지민(33)이 대통령 지지자 집회의 성격을 항변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신자유연대 집회는 지난달 24일부터 대통령 관저에서 300여m 떨어진 국제루터교회 앞에서 열렸다. 이전까지 정치 집회에 나가본 적 없다는 이지민은 지난 1일 윤 대통령의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본 뒤 거의 매일 관저 앞으로 나왔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군지를 정확히 알려주셨어요.”
 
여전히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2016~2017년 태극기 집회에 견줘 윤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청년의 자리는 넓어졌다. 주최 쪽 의도와 실제 분위기가 뒤섞였다. 집회 초기 전광훈 목사가 만든 ‘청교도영성훈련원’이 써진 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집회 현장에서 길을 안내하거나 간식을 나눴다. 반페미니즘 행보를 보이는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도 이삼십대 남성을 향한 참여 독려를 이어갔다.
 
지난 10일부터 사회자는 아예 ‘청년’만을 무대 발언자로 불러 세웠다. 13일에 이르자 집회는 이름부터 ‘2030 윤석열 탄핵 무효’로 바꿔 달았다. 무대에 오른 청년들은 “그동안 어르신들이 싸워주셨으니 이제 우리가 싸우겠다”며 ‘세대교체’를 다짐했다. 발언한 이들에게는 햄버거와 ‘멸공봉’이라고 부르는 경광봉이 나누어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20대는 25%, 30대는 29%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를 앞둔 2016년 12월 탄핵 반대 여론이 2%(20대)에 그친 것에 견주면 눈에 띄는 변화다. 내란 사태 당시 국회 침탈이 생중계까지 된 직관적인 충격이었다는 점, 계엄 포고령이 기본권을 침해해 일상의 침탈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이지민이 말했다. “8년 전엔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때는 언론 말만 믿고 극한으로 몰아갔다면 지금은 유튜버도 활성화돼 있고 좀 더 객관적으로 현실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미 편향됐고 오염된 ‘제도권 언론’과 정치권이 말하지 않는, ‘대안의 세계관’을 2025년 관저와 서울서부지법 앞의 청년은 품게 되었다는 의미다.
 
 “모두가 대통령의 적”
 
“법안 하나, 사건 하나가 아니라 더 큰 그림이 있고, 이걸 움직이는 컨트롤타워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이건 진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공계 대학 휴학생 강상혁(26)은 내란 사태 이전까지 “정치에 완전히 무관심했다”고 했다. 내란 사태는 그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눈이 뜨인” 계기다. 그라운드씨 등 극단적인 우파 성향의 유튜브, 탄핵소추안 전문, 법안과 주장들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는 ‘적’은 명백히 존재하고 그들, 중국-정치권-사법부-언론 등은 ‘카르텔’을 이뤄 한 몸이 되고 있다.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시민의 기본권조차 “유보될 수 있다”고 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에서 열리는 ‘탄핵 무효’ 집회 무대에 ‘2030 윤석열 탄핵 무효’가 써진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고나린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에서 열리는 ‘탄핵 무효’ 집회 무대에 ‘2030 윤석열 탄핵 무효’가 써진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고나린 기자
 
지지자 집회 무대에 오른 청년들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좌파였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부정선거와 반국가세력 등에 대해 깨달았다’는 이른바 ‘계몽령’의 고백을 끝없이 반복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모든 이에게 붙인 ‘반국가세력’ 낙인, 서로를 견제하도록 설계된 각 헌법기관도 ‘모두 한통속’이라는 서사가 깨달음의 내용으로 주로 언급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해온 ‘반국가세력’과 ‘카르텔’을 뒤섞은 논리와 유사하다. 강상혁은 “하나둘 공부하면서 대통령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대변자’를 찾지 못한 소외감을 대통령 이외의 기관들에 대한 부정과 불신의 배경으로 털어놓은 청년도 있다. 지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정민성(33)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다. 그는 “결국 민주당도 그렇고 국민의힘도 똑같다. 2030 남성 세대는 정책적으로나 인식적으로 사회적 고립이 있는데 그렇게 만든 데 모두 책임이 있다”며 “진보·보수 언론도 어느 순간 같은 스탠스가 됐다”고 했다. 정민성에게 그래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국회 대 대통령의 갈등”이다. 계엄 선포가 ‘부정’과 ‘불신’의 대상인 사회 체계 전반을 뒤엎는 혁명으로 인식된 것이다. 여당과 야당, 입법부와 사법부, 진보와 보수 언론 모두가 ‘대통령의 적’, 그리하여 ‘자유민주주의의 적’이 된 것이다.
 
폭동과 그 이후
 
청년 ㄱ은 그렇게,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의 지지자가 되어 법원으로 향하는 선을 넘어 폭도가 됐다. 인터뷰에 응한 세 사람은 다행히 그날 폭동의 현장엔 없었다. 이지민은 서울서부지법 앞을 7시간 가까이 지키다가 18일 밤 9시께 자리를 떠났다. 강상혁과 정민성은 서울서부지법 앞에 가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과 해설을 통해 상황은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정민성은 “폭력은 정당성을 얻기 어려운 것”이라면서도 “국민저항권의 실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민저항권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에서 조금 더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윽고 다시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사법부가 편향된 상태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사법부의 정의가 바로 섰을 때 비로소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지민과 강상혁은 ‘일부러 서부지법 문을 열어준 경찰’ ‘진보 언론사 기자의 개입’ ‘경찰의 과잉 진압’ 등 극단적인 우파 유튜브 등에서 접한 각종 의혹을 전했다. “좌편향된 언론들은 옳다구나 하고 달려드는데 자세히 다뤄져야 할 요소들이 있거든요, 지금.”(강상혁)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 윤 대통령은 이미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 위기에 놓인 ㄱ과 같은 청년을 향해 지난 20일 변호인을 통해 옥중 메시지를 전했다. “청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에 가슴 아파하시며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셨다.”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관련해 경찰은 구속 수사 원칙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주거침입, 공용물 파손, 공무집행방해와 소요 혐의 등 적용을 검토한다. 경찰은 “끝까지 확인하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1월19일 법원 폭동으로 추가될 청년 피의자 수는 수사가 진행되며 늘어날 걸로 보인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2030 윤 탄핵반대 늘었지만…지지층 됐다고 보긴 어려워
 
대통령 탄핵심판이 8년 만에 반복됐다. 이를 바라보는 청년층 여론은 최소한 지표에 있어선 큰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곧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향후 불거질 극단적인 정치적 분화를 우려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20대는 25%, 30대는 29%까지 늘었다. 12·3 내란사태 직후인 지난달 10~12일에 견줘 각각 17%포인트, 1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2016년과 차이가 크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둔 2016년 12월, 20대 93%, 30대 94%가 탄핵에 찬성했다. 사실상 ‘전부’에 가까운 청년이 탄핵을 촉구한 것이다.
 
이런 변화 배경엔 일부 남성 청년의 반페미니즘 정서 등 지난 8년 사이 청년이 겪은 문제가 일시적으로 불거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선 나온다. 여성이 주도하는 ‘응원봉 집회’(탄핵 촉구)의 대척점으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남성 청년 사이에 불거졌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미투 운동을 기점으로 젠더 갈등이 우리 사회 균열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젊은층도 남녀노소 탄핵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가 20~40대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탄핵 찬성과 사회 변화를 주도하자, 남성들 사이에서 경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다시 젠더 갈등이 수면 위에 오른 양상”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청년들이 ‘윤 대통령의 대표적 지지 세력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8년 전 탄핵 국면과 다른 정치 지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기댈 수 있는 제도권 내 세력이 있었던 셈이다. 반면 현재는 여당 정치인 대부분이 윤 대통령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이다. 보수적 정치 성향을 지닌 유권자가 ‘윤 대통령 지지’ 외에 향할 곳이 줄어든 것인데, 이는 청년도 마찬가지다. 실제 전체 세대의 탄핵 반대 비율(36%)에 견주면, 청년의 반대 비율은 20%대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다만 정치적 경계선을 ‘헌정 질서에 불복하는’ 윤 대통령으로 경험한 청년의 향후 행로에 대한 고민은 이어진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통령은 ‘부정선거’, ‘법치는 무너졌다’고 하고, 이를 유튜브가 퍼 나른다”며 “윤 대통령 파면이나 대선 이후에도 사회적 갈등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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