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 충격적 내용 밝혀졌는데... <조선>의 기묘한 침묵
수첩 내용 문제점 전면에 다룬 보도 없어... 단순 이름 거론 혹은 언급만, 조중도 보도 온도차
25.02.17 15:25 l 최종 업데이트 25.02.17 19:11 l 박성우(ahtclsth)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검찰로 송치'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 2024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3일 MBC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의 비선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정치인은 물론이고 판사, 종교인, 연예인까지 500여 명을 '수거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수거 대상들을 체포한 뒤 북한으로 보내거나 수용시설을 폭파하는 등 사살하는 방법 또한 상세히 적혀 있었다.
해당 수첩에는 전국민 출국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개헌을 통해 대통령이 세 번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제도를 연구하는 등 윤석열의 장기 집권을 추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1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당 수첩에는 수도방위사령부 인력을 활용한 여의도 봉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적혀 있었다. 지난 12월 3일 계엄 당시 수방사 군인들은 실제로 국회를 장악하는 데 투입되었다.
12월까지만 해도 노상원 비판했던 <조선>, '노상원 수첩'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사설을 통해 노상원의 수첩을 인용하며 비판한 것과 달리 현재 <조선일보>는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다. ⓒ <조선일보>
이러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노상원 수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대다수 언론 역시 해당 내용을 보도하고 나섰다.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에선 구체적인 문제점을 다룬 관련 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워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17일까지 살펴본 결과, <조선일보>는 지난 5일 이후로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지면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6일 '만물상' 지면에 '한국 국회 황당 증인 역사'라는 제목으로 노상원이 언급된 오피니언이 하나 실렸으나, 이마저도 "비상계엄 국회 청문회에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여러 번 찾아갔다는 무속인 '비단 아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고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름이 단순 거론된 것에 그쳤다.
온라인 기사로도 지난 6일 노 전 사령관의 내란죄 혐의 재판이 시작됐다는 보도 이후 노상원 관련 의혹을 전면에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다. 다만, 16일에 나온 <이재명 "계엄 시행됐다면 코리안 킬링필드 열렸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의 데스노트에 쓰여진 것처럼 계엄군과 폭력배 외국인용병 가짜북한군에 의해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히고 누군가의 미움을 산 수만 명의 국민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최전방에서 무인도에서 바다 위에서 죽어갔을 것"이라는 이 대표의 주장을 일부 인용하기는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5일, <점집 운영자의 '북 공격 유도' 메모, 尹(윤)·金(김)이 사실 밝혀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노씨 수첩에는 정치인·언론인·노조·판사 등 실명과 함께 '수거 대상'이란 메모도 있다. '사살'이란 표현까지 등장한다. 계엄 당시 14명의 체포 명단이 나오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살해' 소문도 돌았는데 노씨 발상과 관련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한 것과 온도차가 나는 보도 행태다.
<동아> "노상원 수첩, 허튼 망상이라고 덮지 말고 규명 나서야"

▲반면 다른 보수 언론들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보도했다. 15일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500명 수거해 처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누가 썼는지는 수사 중이지만 일부 언론이 입수해 보도한 수첩 속 비상계엄 계획은 충격적"이라며 MBC, <한겨레> 등이 보도한 노상원 수첩의 내용을 설명했다. ⓒ <동아일보>
반면 다른 보수 언론들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15일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500명 수거해 처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누가 썼는지는 수사 중이지만 일부 언론이 입수해 보도한 수첩 속 비상계엄 계획은 충격적"이라며 MBC, <한겨레> 등이 보도한 노상원 수첩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 논설위원은 "수첩 첫 장에 "총선 후 입법으로 집행하는 건 쉽지 않다. 실행 후 싹을 제거해 근원을 없앤다"는 문장이 있다. "여의도 봉쇄" "역행사에 대비해야 한다" "민주당 쪽" "9사단과 30사단" 등의 문구로 보아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계획도 세웠던 듯하다"며 "메모 작성자 머릿속엔 '경고성 계엄'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장기 집권용 비상계엄이 들어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논설위원은 "허튼 망상이라고 덮고 넘기기엔 체포 명단 작성과 국회 표결 무력화 등 실제 시도한 대목이 적지 않다"라며 "누구 지시로 작성한 것일까. 유혈 친위 쿠데타 모의의 흔적이 '계엄의 설계도'였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중동 '노상원 수첩' 보도 온도차

▲<중앙일보>는 지면에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13일 온라인판에는 "노상원 수첩에 "문재인·이재명·이준석 A급 수거대상"… 처리방법도 담겨"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 <중앙일보> 누리집 갈무리
<중앙일보>는 지면에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문제점을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13일 온라인판에는 <노상원 수첩에 "문재인·이재명·이준석 A급 수거대상"... 처리방법도 담겨>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12·3 비상계엄을 모의·실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문재인 전 대통령, 유시민 작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계엄 후속 조치로 보이는 '헌법, 법 개정' 대목엔 '3선 집권 구상 방안'도 담겼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보도한 노상원 수첩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조선일보>는 침묵을 이어가며 해당 사안을 언급하는 인물이 나타나면 그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간략하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과연 다소 선택적으로 비치는 그 침묵이 언제까지 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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