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려고 적었다? 여인형 메모로 드러난 '극비 계엄 모의'
입력 2025.02.24 19:27 유선의 기자 JTBC
 
'ㅇ·ㅈㅌㅅㅂ'…'암호 같은' 여인형 메모 풀어보면
여인형, 검찰서 "통화 내용 기억나지 않는다" 진술
 


[앵커]
 
여인형 전 사령관의 메모 내용, 정치부 유선의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유 기자, 여 전 사령관 메모를 보면 먼저 눈에 띄는 게 마치 암호처럼 적혀있단 거예요?
 
[기자]
 
네, 검찰이 복원한 휴대전화 메모를 여 전 사령관 진술과 맞춰 정리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신뢰할 수 없음' 앞에 있는 ㅇ,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고요. 뒤에 있는 ㅈㅌㅅㅂ은 지작·특수·수방·방첩사령관입니다.
 
앞서 전해드린대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 총장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엄 모의 과정에선 일단 배제가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저희가 많이 봤었지만 박안수 총장은 계엄사령관이었는데도 증언 기회 때마다 모른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무슨 계엄사령관이 저러냐,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이 메모를 보면 '아무 것도 모르고, 감정만 앞서는 사람'이라는, 사령관들끼리의 이른바 '품평회' 평가 때문에 계엄 모의 과정에선 배제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자체로 지난 비상계엄이 얼마나 사적으로 진행됐는가, 계엄사령관은 사실상 '꼭두각시'를 앉혀놓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의했던거라는 정황을 보여주는 메모입니다.
 
[앵커]
 
여 전 사령관은 이 메모가 계엄에 반대하려고 적은 거라고 주장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검찰도 그 부분을 파고들었습니다.
 
검찰은 특히 메모 전체에 반대나 부정 언급은 전혀 없고, 오히려 계엄의 성공을 위해 조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물었는데요.
 
여 전 사령관은 내가 '오판하지 않도록 직언드림'이라고 쓰지 않았냐. 계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려던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오판하지 않도록' 앞에 '호기를 잡도록'이라고 적지 않았냐, 그건 결국 좋은 시기를 잡아서 계엄을 하자는 뜻이 아니냐고 물으면서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저희가 여 전 사령관이 이 메모를 적은 날 누구와 통화했는지 통화 기록도 확인을 했죠?
 
[기자]
 
네, 이 메모는 지난해 11월 5일 오후 4시45분, 밤 10시 53분 두 차례에 걸쳐 작성됐는데요.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오전 8시 27분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과 31분 동안 통화했습니다.
 
저녁 8시 50분쯤에도 이진우 전 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통화했고요.
 
다음날 오전 7시 18분에 곽 전 사령관, 7시 19분에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세 사람은 메모 마지막에 나오죠? '회합은 ㅌㅅㅂ으로 한정' 이 멤버들입니다.
 
검찰은 당시 어떤 통화를 했냐고 물었지만 여 전 사령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메모대로라면 지금 통화 기록에 등장한 인물들이 계엄 모의에 깊숙이 개입한 게 아니냐 다른 지휘관들은 배제하고 의심이 들어요.
 
[기자]
 
네, 정황상은 그렇습니다.
 
메모입니다. 강호의 사례 참고, 고통스러운 과정. 바로 밑에는 보안위험, 이너로 들어오면 안됨.
 
여 전 사령관은 "강 사령관이 여름에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계엄 얘기를 들었고, 반대한다고 했다. 전역하겠다고도 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지작사령관은 대장, 4스타입니다. 이런 사람이 전역하겠다고 말했다는게 사실이라면 지나가는 말로 계엄 얘기가 오간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계엄을 반대한 강 사령관이나 정황상 믿을 수 없는 박 총장 등은 빼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소수만 비밀리에 하고 싶은대로 계엄을 준비한 것이라는 정황이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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