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0억 KTX 사업 따낸 현대로템, 명태균에게 '감사' 카톡
봉지욱 이슬기 2025년 03월 13일 20시 00분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민간인 명 씨가 김영선 의원실 실세로 군림하며 국내 방산 대기업 중 하나인 현대로템의 7천억 원대 신규 고속철 입찰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방위사업청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무기를 구매하는 과정에 명 씨가 관여한 흔적, 그리고 이 과정에서 VIP(대통령)란 단어가 언급된 사실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 방산 대기업 특혜 의혹, 그 뒤에 명태균과 'VIP' 그림자)
 
지난 2023년 현대로템은 한국철도공사의 신규 고속철(EMU-320) 136량을 도입하는 7100억 원 규모의 사업에 경쟁자(우진산전)를 물리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명태균 PC에서 복원한 카카오톡 대화 이미지들을 토대로 수사보고서(2024.10.22.작성)를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현대로템 커뮤니케이션실 채모 상무가 명 씨에게 보낸 감사 카톡 메시지가 포함됐다. 
 
단순한 감사 인사일 가능성도 있지만, 방산 기업 임원이 아무런 공적 권한이 없는 명 씨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뉴스타파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는 창원 제2국가산단에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창원 지역 소재 방산 대기업과 수시로 연락했다. 이 과정에서 명 씨가 김영선 의원실을 사실상 지휘하며 이들 기업에 모종의 특혜를 줬을 가능성을 가리키는 단서들이 발견됐다.  
 
7100억 원 사업 낙찰 후 현대로템 임원,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2023년 한국철도공사는 신규 고속철 EMU 320 모델 136량을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 이때까지 한국철도공사의 고속철 계약은 현대로템의 독주 체제였는데, 17년 만에 처음으로 우진산전이 참여했다. 첫 경쟁 입찰 구도에 업계와 언론의 관심이 높았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20일 명태균 씨는 현대로템 커뮤니케이션실 채모 상무와 신규 고속철 수주와 관련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날 채 상무는 명 씨에게 현대로템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단 소식을 전하면서 "본부장님! 맘 써 주시고 지원해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 나왔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보냈다. 명 씨는 이미 선정 소식을 알고 있었다는 듯, "상무님 축하드립니다"란 말과 '파이팅'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보고서(2024.10.22.)
 
▲검찰 수사보고서에 담긴 현대로템 KTX 신규 고속철 수주 관련 카카오톡 대화 이미지
 
○채○○(현대로템 상무):  [EMU-320 136량 재공고 결과] 
ㅇ낙찰예정자 : 현대로템(기술점수 로템 89.81, 우진 79.30)     *우진산전 기술부적격(85점 이상 적격) 
ㅇ낙찰금액 : 7100억 원
ㅇ향후일정(예정)-안전성평가 : '23.3.21 ~ 3.22.(2일)-낙찰자결정 및 계약체결 : '23.3.22. ~ 3.28.(7일)
●명태균: (이모티콘) 상무님 축하드립니다.
○채○○(현대로템 상무): 본부장님! 맘 써 주시고 지원해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 나왔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현대로템 채모 상무와 명태균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 (2023.3.20.)
 
이후 명 씨는 채 상무와의 대화 캡처를 관련 언론 보도 링크와 함께 김영선 의원실 소속 조○○ 보좌관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명태균-조 보좌관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만을 모아 29쪽 분량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현대로템 관련 대화가 확인된 것이다. 
 
검찰 수사기록에 등장한 '현대로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김영선 의원실 회의 기록에는 창원산단 후보지였던 '창원시 의창구 동읍, 대산면, 북면에서 열리는 축제에 현대로템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라'는 명태균 씨의 지시 사항이 적혀 있다.
 
▲검찰 수사보고서(휴대폰 복구 업체로부터 압수한 전자정보 분석)(2024.10.16.)
 
명태균 씨 측근들의 진술도 검찰은 확보했다. 명 씨의 한 측근은 지난해 10월 27일 검찰 조사에서 창원산단과 관련해 "작년 10월경인지 명태균이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방산업체인 한화, 현대로템 등 기업체 임원들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고, 거기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명 씨가 이들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대가를 받았는지는 검찰 수사기록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명 씨는 줄곧 "나는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창원산단의 경우에도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검사: 명태균은 창원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그린벨트 해제, 경찰청 신청사 건축 등 창원지역 현안에 모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데, 무슨 이익이 있어서 공무원들에게까지 막말을 해가면서 한 것인가요.
●김○○ : 그 당시에는 어떻게 해놨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닌데, 사업 관련해서 돈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그런 사업이 생기면 업체 선정부터 개입할 여지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돈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강혜경이 이야기한 것처럼 산단 근처에 땅을 매입해서 큰 돈을 번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 10월경인지 명태균이 옆에서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방산업체인 한화, 현대로템 등 기업체 임원들하고 통화하는 것을 들었고, 거기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김○○ 검찰 진술조서(2024.10.27.)
 
현대로템 임원 "카톡 대화 기억 없다"지만 곳곳에 명 씨의 개입 흔적 
 
현대로템 채 상무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명 씨와 고속철 사업과 관련한 대화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면서 "저희 공장이 있는 지역구의 의원인 김영선 의원이 저희 출고식 행사나 이런 거 할 때 한 두어 번 오셨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의원님이 (명태균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로템의 고속철 사업 수주는 본인의 업무도 아니고, 명 씨의 도움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명태균 씨 관련해서, 저희 공장이 있는 지역구의 의원인 김영선 의원이 저희 출고식 행사나 이런 거 할 때 (의원과 함께) 한 두어번 오셨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의원님이 소개를 시켜주셨어요, 여기 명태균 총괄본부장입니다 하면서요. 명함에도 그렇게 돼 있었고요. 그래서 그 이후에 다른 거는 아니고 이제 국가 산단 관련해서 그 분한테 전화를 몇 통 받았어요, 재작년에. 그리고 공천(개입) 관련된 일이 있고 난 이후에는 전혀 연락이 없었고 그게 다인데... 고속철은 제 업무도 아니고 그 분하고 (그런 관련 대화를) 나눈 기억은 전혀 없거든요.
채○○ 현대로템 상무-뉴스타파 통화 내용 (2024.2.7.)
 
명태균 씨는 줄곧 창원산단 지정을 자신이 최초 기획한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는 사실로 보인다. 현대로템 채 상무도 명 씨가 여러 방산 대기업들에게 연락해 산단 투자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산단 지정을 위해 대기업의 투자 약속이 필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 : 명태균 씨가 창원 산단 관련해서 몇 번 연락 온 것은 어떤 내요이었나요?
●채○○ (현대로템 상무): 국가 산단을 국토부하고 해서 지정을 하는데 경남 지역에 있는 대기업들이 국가산단에 좀 투자를 했음 좋겠다 그런 요지였죠. 저희 뿐만 아니라 당시에 한화나 두산이나 대기업들은 다 컨택을 했었어요.
채○○ 현대로템 상무-뉴스타파 통화(2024.2.7.)
 
검찰이 압수한 강혜경 씨 자필 메모(2023.3.11. 작성)에는 "원희룡-제2국가산단은 대기업이 오고 있어 대기업 유치해서 끝까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명 씨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있기 때문에 창원 제2국가산단은 문제가 없다, 대기업을 유치해서 끝까지 (확정)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받아적은 것”이라고 뉴스타파에 설명했다. 
 
이 메모는 명 씨의 전화를 받았다는 현대로템 임원의 발언과 맥락이 비슷하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영선 의원실 보좌진들이 명 씨에게 창원산단 관련 업무 보고를 하는 장면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가 수두룩하다.
 
▲창원지검 수사보고[강혜경 업무수첩 "2024경남신문" 사본 편철 및 분석보고]
 
▲명태균과 이○○(김영선 전 국회의원 보좌관)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2023.1.3.)를 그래픽으로 재구성.
 
지금까지 언론은 주로 창원산단 정보를 받아 땅 투기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쫓아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주요 인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명태균-한화, 명태균-현대로템 관련 의혹은 명 씨가 방산 업체 등과 직접 소통하며 더 큰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명 씨가 방위사업청의 무기 구매 예산을 증액하거나, 7천억 원대 고속철 계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검찰은 명 씨와 기업 간 특혜 의혹이 사실인지, 그리고 이에 더해 명 씨 뒤에 숨은 배후는 누구였는지까지 수사할 필요가 있다. 
 
'명태균-김영선 보좌진'들 카톡에 담긴 각종 이권 자료들 
 
명 씨와 김영선 보좌진들의 카카오톡에는 K워터 협력단장 프로필 파일, 현대엔지니어링 창원시 충전인프라구축 사업제안서, 청라지구 화훼산업유지에 관한 매매계약 해제 통보에 대한 회신 서류, 대구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같은 인사 서류 및 이권 사업 자료들이 계속 오간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누가 어떤 청탁을 했는지, 이 사안들이 결국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단서를 포착한 검찰이 추가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명 씨의 각종 인사 청탁과 방산기업 특혜 지원 의혹으로까지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수사보고서[명태균이 조○○(김영선 전 국회의원 선임비서관)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용 -강혜경 보관PC] (2024.10.22.)에 담긴 K워터 협력단장 프로필 파일, 현대엔지니어링 창원시 충전인프라구축 사업제안서
 
▲검찰 수사보고서[명태균이 조○○(김영선 전 국회의원 선임비서관)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용 -강혜경 보관PC] (2024.10.22.)에 담긴 청라지구 화훼산업유지에 관한 매매계약 해제 통보에 대한 회신 서류, 대구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제작진
취재  봉지욱, 임선응, 이명선, 전혁수, 박종화, 이슬기
촬영  신영철
CG  정동우
편집  정애주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리서처  최혜정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