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6477.html  

지원관실, MB 고교동문들 뒤 봐줘
등록 : 2012.04.03 08:21

USB에 영포라인 형사사건 청탁 정황 문건
이력서 형식 파일도 2건…취업 알선 의혹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경북 영일·포항 출신 인사(영포라인)들의 형사사건을 청탁하거나 취업 알선에 나섰다는 정황이 2일 드러났다. 권력기관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나선 것뿐 아니라, 특정 지역 인맥의 ‘해결사’ 노릇까지 담당한 셈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 김기현 경정의 외장메모리장치(USB)에 저장된 기록을 살펴보면, ‘방○○’라는 제목의 파일이 저장돼 있다. 파일은 폭행사건 피해자인 사업가 방아무개(50)씨가 경찰의 사건 처리 방식에 불만을 품고 낸 진정서 형식을 띠고 있다. 이 진정서에는 “(피해자가) 6주 진단서를 제출해 (가해자를) 구속 수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면 조사만 했고, 원고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적혀 있다. 또 “가해자 쪽 경찰관이 가해자에게 코치하여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며 “사건에 개입한 공무원을 파면해야 하고 공무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진정서를 낸 방씨는 이른바 ‘영포라인’으로, 이명박 대통령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29회 졸업생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영포라인’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연락처 파일(<한겨레> 4월2일치 1면)에도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방씨는 또 여러 경로로 이 대통령과 연이 닿아 있는 인물로 보인다.

그는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감사장’, 2006년에는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공로패’ 등을 받았다. 결국 ‘출생지·학연’ 등 이 대통령과 연이 있는 인물에 대해 지원관실이 사건 청탁까지 들어준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기현 경정의 외장메모리장치 안에는 지원관실이 ‘영포라인’의 인사 청탁까지 나선 것으로 볼 만한 문건도 들어 있다. 저장된 파일 2800여개 가운데 인사 지원을 위한 ‘이력서’ 또는 ‘자기소개서’ 형식을 띤 파일은 ‘유○○ 이력서’, ‘박○○ 이력서’ 단 2개뿐인데, 두 사람 모두 동지상고 또는 영일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씨의 이력서에는 붉은색 글씨로 “금융감독원 입사지원서 접수번호는 ‘703○○20○○’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 유씨는 금융감독원 아이티(IT) 4급 경력직 채용에 응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유씨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을 확인해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박태우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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