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뉴스의 극진한 '날씨 사랑'
국정원 국정조사·김기춘 등 현안 미루고 '폭염' 보도만... 지난해보다 덥지도 않아
13.08.08 14:53 l 최종 업데이트 13.08.08 14:58 l 김동수(kimds6671)
▲ YTN 해직기자 노종면 기자는 <오마이TV> [이털남2-400회]'입닫은 방송사를 고발하다'에 출연해 "날씨를 늘려 현안을 죽여버리는 것 자체가 정치"라 주장했다. ⓒ 오마이tv
YTN 해직기사 노종면 기자는 지난 2일 <오마이TV> [이털남2-400회] '입닫은 방송사를 고발하다'에서 방송사들이 "날씨를 늘려 현안을 죽여버리는 것 자체가 정치"라고 말했다. 즉 날씨에는 "민간한 현안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KBS에서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긴 최경영 기자도 날씨 기사 중 국지성 호우 따위로 농작물 피해가 일어나면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국에서 뭉뚱그려 내일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은 날씨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와 MBC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두 방송사 메인 뉴스인 <뉴스9>와 <뉴스데스크>는 날씨를 '특별대우'하고 있다. 지난 7일 KBS <뉴스9>를 보자.
오늘 전북 전주의 낮 기온이 37.6도까지 올라 전국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일사병과 열사병 같은 더윗병으로 긴급 이송되는 환자도 급증했습니다. - KBS <뉴스9> 전주 37.6도 등 폭염 맹위…일사병 환자 급증
<뉴스9>는 이날 '中·日도 폭염으로 '몸살'… 가뭄에 식수난까지' 제목기사에서도 "이웃 중국과 일본도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중국에서는 교통사고로 도로에 쏟아진 활어들이 한 시간여 만에 생선구이로 변할 정도였다고 했다"고 전했다. <뉴스9>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중국 열풍 몰려온다… 내일 올여름 최고 폭염> <기온 1도 상승에 폭염 환자 70% 증가> <입추에 찾아온 열대야… 도심 피서지 북적> 기사까지, 무려 폭염 관련 기사를 다섯 꼭지나 보도한 셈이다.
그럼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기사는 몇 개 일까? <'국정원 국조' 청문회 증인 원세훈 등 29명 채택> 기사가 전부였다. 물론 폭염 기사보다 앞서 배치한 것이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뉴스9>가 지난 8월 1일 이후 보도한 날씨와 피서 관련 기사 수를 보면 얼마나 날씨를 얼마나 특별대우했는지 알 수 있다.
1일 <남부 연일 35도 더위…다음 주가 진짜 폭염> 외 4개
2일 <[이 시각 현장] 정체 피한 야간 피서 행렬> 외 3개
3일 <여름 피서 절정… 전국 바다·계곡 피서객 몰려> 외 3개
4일 <49일 역대 최장 장마 끝…무더위·열대야 온다> 외 3개
6일 <중부·영남 내륙 벼락 동반 '기습 폭우'…내일도 주의> 외 4개
날씨-피서 관련기사만 매일 4~7꼭지... 날씨 방송인가?
MBC <뉴스데스크>는 어떨까? 7일 <'입추' 무색, 올 최고기온… 중국발 가마솥 더위 덮친다> 제목 기사에서 "서울이 35도까지 올라가고 대구와 울산 37도로 체온보다도 뜨겁겠다"면서 "폭염이 심해지는 것은, 중국에 있는 고열 벨트에서 달궈진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기 때문,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풍향이 남서풍 방향으로 바뀌어, 열기가 중국 쪽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유입되며 영향을 주는 거"라고 전했다.
그런데 중국발 폭염은 6일에도 두 꼭지나 보도했기 때문에 연이틀 보도한 셈이다. 지난 6일 MBC <뉴스데스크> 폭염 관련 뉴스를 보자.
<폭염 속 차량 내부 불덩이… 라이터도 '펑' 화재 위험>
<폭염 속 '본격 번식기' 말벌 기승… 주민 위협>
<[뉴스플러스] 중국발 '살인 열파' 한반도로 몰려온다>
<'곳곳 불바다'… 중국발 고열벨트 한반도 공습>
<魔의 31.2도 '온열병 폭증'… 범정부적 대비 필요>
그 중 <[뉴스플러스] 중국발 '살인 열파' 한반도로 몰려온다> 제목 기사에서 "내륙지역은 가뭄으로 600만명이 식수난에 시달리고 농산품 가격도 폭등 조짐을 보이는 등 더위의 기세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며 폭염으로 중국 피해를 상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에서 MB 최대 업적인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낙동강이 그만 '녹조라떼'가 되어 '죽음의 강'이 됐다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폭염 피해는 보도해도, 죽음의 강이 된 낙동강은 보도하지 않는 <뉴스데스크>. 역시 지난 1일부터 날씨 및 피서 관련 보도만 하루에 4~7꼭지씩 했다.
1일 <데고 찢기고… 여름철 '폭죽 사고' 주의보> 외 3개
2일 <꽉 막힌 영동고속도로… 하루종일 '북새통'> 외 4개
3일 <'대한민국은 휴가중' 산으로 바다로… 피서인파 북적> 외 5개
4일 <49일 '역대 최장' 장마 오늘 종료…본격 무더위> 외 3개
5일 <전국 폭염특보 확대… 펄펄 끓는 한반도 '덥다'> 외 6개
알고보니, 올해 더위는 지난해에 비하면 '음메 기죽어'
그럼 정말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위'가 가장 문제가 되는 해일까? 7일 현재까지는 그렇지 않다. 기상청 누리집 '지난 날씨' 자료를 보면 서울 기준으로 올해는 단 하루도 35도를 넘긴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8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35도를 넘는 찜통 더위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 2013년 8월 1일부터 7일까지는 35도를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 기상청
▲ 2012년 8월부터 7일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35도를 넘었다. ⓒ 기상청
지난해 8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지역 최고기온은 35.3℃, 35.5℃, 35.4℃, 36.2℃, 36.7℃, 35.8℃, 35.0℃를 기록했다. 올해 같은 기간 서울지역 최고기온은 32.1℃, 29.3℃, 32.6℃, 31.3℃, 30.1℃, 27.6℃, 32.1℃다. 올해 더위는 지난해 더위 비하면 '음메 기죽어'이다. 그런데도 KBS와 MBC는 폭염 때문에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처럼 연일 보도하고 있다.
당연히 국정원 국정조사와 '초원복집 사건' 주역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그리고 4대강 '녹조라떼' 같은 보도는 뒤로 밀린다. "날씨를 늘려 현안을 죽여버리는 것 자체가 정치"라는 노종면 기자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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