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국정원 짜맞추기 수사였다" 은 전면에 노출된 제목입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유모씨, 석방(종합)
변호인들 "법원도 '국정원의 짜맞추기 수사' 인정했다"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3-08-22 13:16:06 l 수정 2013-08-22 15:09:07 기자 SNS http://www.facebook.com/newsvop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모(33)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씨가 중국 국적의 화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북한 국적자로 속여 북한이탈주민에게만 지급하는 정착지원금 등을 수령한 혐의에 대해선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던 유씨에 대해 밀입북 등 9가지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과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한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인 여동생 진술 중 일부가 객관적인 증거와 명백히 모순되는 등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된다"며 "여동생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폭행, 협박, 회유는 없었다고 봤지만 진술의 일관성, 객관적 합리성이 없는 부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여권법 등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판단하면서도 "유씨가 2004년 탈북 이후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자신의 국적이 북한이 아닌 중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대한민국에서 힘겹게 이룬 생활터전을 잃고 강제추방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례적인 탈북 간첩사건 무죄

그간 법원에서는 탈북자가 연루된 간첩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도 진술만으로 증거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해왔다. 이같은 관례 때문에 인권단체에서는 "수사기관에서 탈북자를 회유해 조작 사건을 만들면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재판부에서도 화교 출신인 여동생(26)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에 대해 폭행이나 회유·협박은 없었다고 판단, 증거 능력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여동생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실제 증거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무죄를 선고할 수 있었다. 검찰이나 국정원에서 여동생의 진술 외에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공소 내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여동생이 2012년 1월 오빠가 북한에 갔다고 한 시기에 중국에서 가족사진을 찍거나 지인들과 노래방을 간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이외에도 기억력의 착오라고 볼 수 없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사기관에서 유씨가 북한에 건넸다는 탈북자 명단도 북한이탈주민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공무원 직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며 "수사기관에서는 유씨가 (증거를 인멸하고자) 컴퓨터 포맷을 했다고 하나, 디지털포렌식으로 자료를 복원한 이후에도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여동생 진술 외에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진술의 객관성, 합리성이 떨어지면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씨측 변호인 "사실상 법원도 '국정원의 짜맞추기 수사' 인정했다"

변호인단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국정원 수사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있어 거짓 진술을 했다"는 여동생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씨측 김용민 변호사는 "재판부가 증거에 입각해 원칙대로 판단했기 때문에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올 수 있었다"며 "다만 법원이 수사기관의 회유나 폭행에 대해 인정할 경우 '검찰과 국정원 조작사건'이라고 선언하는 것이기에 거기까지 나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재판부가 회유와 폭력으로 여동생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부인하면서 짜맞추기 수사였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다시는 수사기관에서 허위나 회유로 국가보안법 사건을 만들어내선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지난 2월 유씨를 북한에 수차례 밀입북하고 탈북자 200여명의 신상정보를 북한에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유씨의 여동생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에서 회유, 협박, 폭행을 당해 허위로 오빠의 혐의를 진술했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지난 7월 "탈북자를 이용한 북한 대남기구의 공작활동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며 유씨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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