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분석때 CCTV 볼륨낮춰 은폐시도
등록 : 2013.09.27 20:17수정 : 2013.09.27 22:16

김용판 전 청장 5차공판
“이것 녹음 안되게” 분석관이 일부러 볼륨 낮춰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29)씨의 선거 개입 인터넷 활동을 수사할 당시, 디지털증거 분석관들이 증거분석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무실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의 녹음용 볼륨을 낮춰 분석 과정을 은폐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당시 분석관들은 대선 3일 전 서울경찰청이 주도한 중간 수사결과 보도자료 배포를 앞두고 분석 결과가 담긴 문서들을 모두 파쇄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다섯번째 공판에서,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 분석관들이 지난해 12월14일 증거분석 과정을 녹화중이던 폐회로텔레비전 카메라 볼륨을 낮추려고 시도한 장면을 담은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그러나 분석관들의 기계조작 미숙 때문에 실제 녹음용 볼륨이 낮아지진 않았다.

이 영상을 보면, 당일 밤 11시20분께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관실 3실에서 임아무개 분석관은 김씨의 인터넷 글 게시 활동을 분석하는 도중 “마이크를…우리가 지금 구체적인 이야기하잖아요. 좌파니 우파니 이런 이야기하는데…여기 마이크를 죽였거든요”라고 말하며 녹화중인 폐회로텔레비전 카메라의 볼륨을 낮추려고 했다. 임 분석관은 곧이어 밤 11시33분께 김씨의 노트북과 개인용 데스크톱 하드디스크를 분석중이던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관실 4실로 들어가 다른 분석관들에게 “이게 보니까 그 내용이거든요. 좌파를 좀 이렇게 하는…○○야 이것 녹음 안 되게”라고 말하며 볼륨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이에 최아무개 분석관은 “끄는 건 장치 제거하고 그래야 되는데 그냥 녹음기 볼륨을 최대로 낮췄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은 공개적으로 증거분석 과정을 녹음·녹화하다가 국정원 직원의 여론조작이라는 뜻밖의 사실이 발견되자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던 마이크 볼륨을 줄이려 했다. 피고인 쪽이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녹화·녹음를 했기 때문에 떳떳하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김용판 전 청장은 “(원래 녹화를 하지 않는 분석실인데도) 투명하게 하려고 처음부터 (증거분석 과정을) 녹화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의 녹화 과정 발췌 자료에 대해) 실체적 진실이 왜곡됐다고 느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이날 공개된 영상을 보면, 분석관들은 지난해 12월16일 밤 11시로 예정된 국정원 직원 김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보도자료 배포를 앞두고 증거분석 과정에서 출력·복사한 문서 등을 모두 파쇄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날 밤 9시30분께 김아무개 서울경찰청 분석팀장은 디지털증거분석관실 3실과 4실 앞 복도에서 “이 문서 했던 것들 다 갈아버려요”라고 지시했다.

김선식 이정연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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