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댓글' 은폐 의혹..일선 경찰 "부끄럽다"
서울 일선 경찰 "최고 간부급 경찰의 부적절한 행동, 사기 떨어뜨려"
머니투데이 | 사건팀 | 입력 2013.09.27 15:14 | 수정 2013.09.27 15:20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이 국가정보원의 '댓글사건'에 대한 분석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자 경찰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가운데)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스1

27일 서울 일선경찰서의 A경찰관은 이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당초 입건될 때 이미 예측했던 것"이라며 "초등학생도 정황 따져보면 알 만한 일이고 딱 봐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밤 11시에 수서서장 시켜서 브리핑 여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청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행동 한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직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야심만 생각한 일"이이라며 "대다수의 경찰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경찰관도 "그게(재판에서 나온 은폐시도 정황 내용) 사실이라면 절대 잘못된 것"이라며 "서울청에서 근무해봤는데 사건 개입된 사람들은 사이버 특채로 들어온 사람들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업무를 수행했던 사람은 그 댓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걸로 보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당시 정황은 사실 실무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얘기지만 현장의 한마디는 무겁기 때문에 김 전 청장은 분명 잘못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뼈아픈 비판도 잇따랐다. C경찰관은 "한 마디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경찰 수사권 독립이나 이런 걸 말할 명분도 없어지게 됐고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경찰들 사기를 꺾어버렸다"고 비판했다.

D경찰관 역시 "군에서도 참모총장이 연대장이나 대대장한테 직접 지시하진 않고 다 체계에 맞춰 하지 않느냐"며 "당시 정황을 볼 때 경찰 최고위급 간부가 개입했다면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축소 및 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하면서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팀 소속 분석관들의 분석상황이 녹화된 CCTV 동영상 검증을 실시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당시 이들이 분석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인 김모씨(29)가 여론공작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되자 볼륨을 낮춰 녹음을 막으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머니투데이 사건팀 charming@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