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리촛불 참가자 "김진태, 소설 쓰나" 직격탄
"박 대통령 유럽순방에 따라다니며 집회? 검사 출신 맞나"
"자유롭게 말하는 국민은 국민 아니라는 의원은 자격없어" 
"국정원사건 규탄하려고 모였는데 통진당 해산요구 동참?"
한국일보 |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 입력 2013.11.13 18:27 | 수정 2013.11.13 21:33

박근혜 대통령 유럽순방에 동행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파리와 런던 등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이들을 겨냥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의원은 이 발언으로 인해 민주당으로부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당하는 등 곤욕을 겪고 있지만,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는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촛불집회 주도 세력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서도 "통합진보당과 시위대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는 희한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그는 파리에서 촛불을 든 시위대를 '전문 시위꾼'이라고 묘사하며 폄훼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촛불 시위를 연'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의 유학생 김민석(36)씨가 김 의원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13일 한국아이닷컴에 밝혀왔다.

↑ 지난 2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집회'.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 제공

↑ 지난 2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집회'.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 제공

↑ 지난 2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집회'.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 제공

↑ 지난 2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집회'.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 제공

-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 모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 6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시국선언이 각계에서 쏟아지기 시작하던 무렵, 파리에서도 사람이 알음알음 모이게 됐다. 주로 학생들, 교민, 그리고 직장인들이다.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국가기관의 개입에 의해 얼룩졌다는 사실에 공분했고, 파리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했다. 민주시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의무가 우리를 만나게 해줬고,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계기로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 김진태 의원은 줄곧 이 모임을 통진당이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시위의 주최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우리는 조직이 아니다. 누가 지시할 수 있는 직위나 권한을 가진 게 아니다. 다들 학업과 생업이 바쁜 가운데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자발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어떠한 정치조직의 의도도 끼어들지 않았다. 겨우 10여명이 모여 준비해왔는데, 이 중에는 통진당 관련자가 없다. 그러니 통진당이 이 집회를 주도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다.

- 집회 당시 통진당 당원이 자유발언을 하지 않았나.

국민의 권리로 행사되는 '집회'라는 게 뭔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 순수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말하는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김진태 의원의 주장은 곧 통진당원은 말해선 안 된다는 얘긴데, 이는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파시즘적 생각이다. 국민이 자유롭게 말하면 '국민이 아니다'고 말하는 국회의원은 자격이 없다.

- 현재 모임에 통진당원은 몇 명이나 참여하고 있나.

우리는 정당과 관련이 있거나 여타 다른 단체와 관련돼 있는 조직이 아니다. 우리 중 대다수는 보통의 소시민처럼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고 어떤 조직에 얽매이는 것도,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는 평범한 유학생과 교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공분해서 나섰다는 걸 꼭 밝히고 싶다.

- 김진태 의원은 '시위참가자 일동 명의로 통진당이 해산돼야 한다고 발표하면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가 통진당과 무관하다는 사실과 통진당이 해산돼야 한다고 발표하는 건 전혀 논리적으로 연관이 없다. 왜 뜬금없이 '통진당 해산 요구'에 동참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분이 검사 출신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 그렇다면 정부가 통진당 위헌정당 심판요구를 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부분은 애초 우리의 의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 논의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공통된 생각도 없다. 우리의 의제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대선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통진당에 대한 공통된 관심으로 모인 집단이 아니다. 이것을 우리에게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 김진태 의원이 "해군기지 반대투쟁한 사람이 어떤 사람들이냐, 전문 시위꾼 아니냐"고 이분들이 시위에 참여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하니까 파리까지 따라와서 집회를 했다? 김진태 의원은 무언가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면서 공안검사를 지낸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시위참가자 중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했던 사람은 두 명이고, 모두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분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마음으로 다른 걸 제쳐두고 제주로 가신 분들을 모독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 김진태 의원이 '외국에 나가면 보통 애국자가 되는데, 이 집회는 나라 망신이다'는 취지로 시위를 비판했다. 애국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극우파가 일삼는 말이 애국인데, 여기서 애국은 단지 집단적으로 결집시키는 것과 그 집단에 동조하지 않은 이들을 가르고 폄하하는 것 외에 실체가 없다. 굳이 애국이라는 말을 쓴다면, 헌법 제1조대로 모든 국민이 주권을 행사求?가운데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 되도록 실현하려 애쓰는 것이 애국 아니겠나. 비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에 침묵하고 더구나 그 대통령에 규탄하는 사람을 부끄럽고 국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애국이 아니다.

- 시위용 플래카드에 '박근혜는 한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고 적었다. 플래카드의 내용을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이미 현 시점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에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개입이 얼마나 표에 영향을 미쳤나의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선거는 무효다. 선거자체가 합법적이지 않으니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 역시 사실이고, 이것을 부정하는 게 논리적 사고가 결여된 것이다.

- 김진태 의원은 한국대사관 에서 '통진당 주도의 시위'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시위 전 한국대사관의 압력이 있었나?

한국대사관이 프랑스 측에 집회 불허는 요구했다는 것은 집회 담당 경찰로부터 들었다. 촛불집회를 알리기 위해 한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글을 게시했는데, 그 글에 댓글을 달아 집회에 참석하면 체류증 갱신에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 김진태 의원 퇴출을 청원하겠다고 밝혔는데.

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공안검사 출신으로서 과연 법리 감각이 있는지, 나아가 입법부에서 일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일개 국회의원이 법무부를 '시켜'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겠다고 하는, 법무부를 자신의 하수인쯤으로 인식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저 발언을 들으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번 촛불집회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촛불집회를 통해 교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현지 언론도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민감해지는 지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한국은 단지 싸이의 나라, 삼성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시위가 계기가 돼 김진태 의원의 망발이 미국 최대 커뮤니티인 토픽스에 소개됐고,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에 대한 르피가로, 엑스프레스, RFI, 레제코, 르몽드 등의 기사에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도 동시에 다뤄져 국정원 사건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고 본다.

- 앞으로 활동은 계속 할건가

우리가 전문 시위꾼들이 아니라 상시적인 활동 여부를 답할 수는 없지만, 국민 된 도리로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가만 앉아만 있지는 않겠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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