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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100℃ 열정을 5만원에 샀다?
개국 특집 영상에 공채 탈락자들 출연, "언론고시생 간절함 이용"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입력 : 2011-12-02  23:10:27   노출 : 2011.12.02  23:26:20
 
채널A가 개국특집으로 방송한 입사지원자들의 자기소개 영상 다큐에 공채 지원 탈락자들의 영상이 포함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채널A는 개국 첫날인 지난 1일 저녁 8시부터 30분 간 ‘개국특집 100초, 열정’을 방송했다. 이 영상은 공채 지원자들이 의무적으로 제출한 일종의 자기소개 동영상들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채널A는 공개채용 지원자 수천 명 중 40명의 자기소개 동영상을 선정해 영상 다큐로 꾸며 방송했다.

문제는 방송된 다큐에 공채 지원자 중 탈락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데에 있다. 공채에 불합격했지만 프로그램 섭외에 응한 A씨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을 본 방송사 경영자들이 나를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의에) 동의했다”면서도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사례로 들어 “과잉스펙,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언론고시 지망생들의 간절함을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망하는 쪽에서는) 얼굴이 알려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방송국 측에서 보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약자이자 ‘을’인 지망생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로그램을 본 언론사 취업예비생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언론인을 지망하는 사람이 모인 온라인 카페 ‘아랑’에는 방송 이후 “(채널A) 당신들 믿고 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배워보려 했던 청춘들에게 한다는 게 겨우 이런 건가”, “창의력을 강조하더니 결국 이게 창의적 개국 특집인가” 등 채널A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채널A가 지망인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입사지원용 영상으로 특집프로그램을 만든 데 대한 비판이다.

이에 대해 채널A측은 탈락자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해 동의한 이들에겐 소액의 상품권이나 현금 등을 지급하기로 했고, 원치 않는 탈락자는 영상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 제작진인 정회욱 PD는 2일 “일일이 섭외 제의를 했고 원하지 않은 사람은 (영상에) 넣지 않았다”며 “2000여 명 중 40명을 추렸는데 합격자 10명, 불합격자 30명 정도였다. (섭외에 응한 불합격자에게) 5만 원 상당의 상품권 또는 현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PD는 “‘채널A는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기억하고 응원하겠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언론사 취업 카페 ‘아랑’에도 “동의를 구하고 틀었다는데 왜 난리인가”, “감정적인 비판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올라왔다.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게 아니고, 출연료 명목으로 대가 또한 약속했기 때문에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채널A가 출연자 전원에게 동의 절차를 밟고 사례비를 주기로 했다 해도, 언론사 지망인의 간절함을 단돈 5만 원에 구입해 자사 개국 홍보용 특집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개국 첫날부터 “콘텐츠 부실” “준비 부족”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해 ‘100초의 열정’을 둘러싼 논란 역시 ‘콘텐츠 부재’의 일단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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