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5178

"난민촌도 아니고..." 칸막이 설치는 도대체 언제?
열흘 넘게 체육관 숙식하며 가족들 건강악화... 생활 환경 개선 시급
14.04.27 16:06 l 최종 업데이트 14.04.27 17:09 l 이희훈(leeheehoon) 유성애(find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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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 세월호 침몰사고 12일째인 27일 오전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뜨지 못한 채 바닥에 자리를 펴고 누워 있다. ⓒ 남소연

"야, 저거 꺼. 빨리 안 꺼? 필요 없으니까 구조 몇 명 됐는지나 알려주라고!"

실종자 가족으로 보이는 한 50대 남성의 목소리가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렸다. 무대 위에 놓인 대형 TV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삿대질하며 "빨리 꺼버리라"고 소리치는 탓에 상황실 관계자들은 물론 다른 가족들도 놀란 듯했다. 일부는 "아휴, 깜짝이야", "조용히 좀 얘기하지"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12일째. 다이빙벨 투입 실패·기상악화 등 수색 작업이 길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극도로 예민해진 데다 벌써 열흘 넘게 진도 실내체육관 바닥에서 자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두통·근육통 등 신체적 증상까지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체육관 내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의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4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수색 작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과 함께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시간 불 켜진 체육관... 가족들 건강·인권 고려해 개인 공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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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들이 널어 놓은 빨래 세월호 침몰사고 11일째인 26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어귀에 실종자 가족들의 빨래를 자원봉사자들이 널어 놓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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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체육관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 세월호 침몰사고 11일째인 26일 오후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뜨지 못하고 있다. ⓒ 이희훈

26일 실내체육관은 230여 명의 실종자 가족이 바닥에 얇은 은박돗자리와 매트를 깐 채 열흘 넘게 숙식 중이다. 무대 위 놓인 TV에서는 세월호 관련 뉴스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양 사이드 2층에는 카메라 기자, 자원봉사자 등이 앉아 가족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사적인 공간이 전혀 없다보니 옷도 밖에 나가서 갈아입어야 한다. 

27일 오전 3시. 대부분 잠든 시간이었지만 천장에 매달린 환한 조명은 꺼지지 않았다. 갑작스레 우는 아이를 안고 밖으로 황급히 뛰어나가는 30대 여성,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한 남성…. 체육관 1층도 모자라 2층 의자 위에서 자거나 계단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 등 쪽잠을 자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24시간 불이 켜진 데다 외부인 출입통제가 전혀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이곳에서 3일간 머문 자원봉사자 장아무개씨(29)는 "팽목항에 다녀온 친구와 '시신이 몇 명 발견됐다'는 등을 얘기 중이었는데, 실종자 가족이 듣고는 큰 소리로 '다른 주제로 얘기하라'며 화를 내서 굉장히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나 드나들 수 있다 보니 구호물품을 도둑질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덧붙였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건강 악화는 당연지사. 실제로 체육관 안 실종자 가족들 중에서는 탈진 등 체력이 고갈돼 링거를 맞으며 누워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성민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복지이사(47)는 "실종자 가족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매우 경직돼있는 상태여서, 계속 찬 바닥에서 자다보면 목과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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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는 여객선만 봐도 눈물이... 세월호 침몰사고 12일째인 27일 오전 비 내리는 전남 진도 팽목항을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부두가에 나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2일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겠다고 한 칸막이 설치는 어떻게 됐을까. 피해가족 물품 지원 등을 맡고 있는 차제남 진도군청 계장은 "가족들과 아직 협의 중이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범정부 대책상황실 총괄하에 각 부처에서 파악해 우리에게 알려주는데 바닥 매트 등 생활환경에 대한 부분은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이 애타게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들의 인권을 고려해서도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가위기관리 전문가인 이재은 충북대 교수는 "체육관이 '난민촌' 같은 느낌인데, 당연히 사적인 공간을 보장해 피해자 가족들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여성·노인·어린이 할 것 없이 방치상태인데, 작은 칸막이라도 쳐서 가족별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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