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4042809261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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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생계 걱정해 죄스럽다"..진도 어민들은 지금
[세월호 참사]"5~6월 수확하는 미역만 약 1억…벌써 기름때 묻어 나와"
머니투데이 | 진도 | 입력 2014.04.28 09:26 | 수정 2014.04.28 11:14

"이런 상황 속에서도 먹고 살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뻔뻔스러운 입이 참 밉지."

세월호 침몰 13일째. 눈앞에 펼쳐진 파란 바다 속에 아직도 100명이 넘는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이 남아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바다를 평생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던 전남 진도 어민들에게는 당장의 밥벌이가 걱정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생계 걱정을 한다는 자체가 죄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진도 팽목항에서 바라본 진도 앞바다/ 사진=뉴스1

"후쿠시마산 해산물이라고 하면 누가 먹겠습니까. 마찬가지에요. 사람들이 이제 진도를 생각하면 세월호가 생각나고 기름 유출도 생각나고 그럴 것 아닙니까." 사고 해역 근처인 관매도 앞바다에서 물고기를 낚는다는 60대 뱃사람은 28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배로운 섬이라는 뜻을 가진 진도(珍島)가 재앙의 섬으로 인식될까봐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미역'이라는 칭찬을 들어 왔던 동거차도 미역이다. 매년 축제까지 할 정도로 유명한 진도 꽃게다. 어민들은 우려스럽다.

5월부터 6월 말까지 수확하는 미역은 이번 사고 후 며칠 뒤부터 기름이 묻어나오기 시작하면서 못쓰게 됐다. 2년 농사로 씨앗을 뿌려놓은 톳, 가사리 양식장에도 기름때가 묻었다. 미역이 끝나면 멸치잡이 철이 돌아오는데 멸치도 못 잡게 생겼다. 고깃배를 타는 어민들은 손에서 그물을 놓은 지 오래다.

인구 전체의 17%인 5600여명이 어업에 종사하는 진도군이기에 피해가 적지 않다. 조이배 동거차도 어촌계장(72)은 "미역 양식장 하나에서 5월~6월동안 벌어들이는 돈이 1억원 정도"라며 "양식장 주인, 고용된 뱃사람, 미역을 받아다 말리는 아줌마까지 다 이 돈으로 1년 생계를 꾸려간다"고 말했다. 기름 유출 피해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도 원망은 않는다. 10년 넘게 세월호 침몰현장 인근에서 조업을 해 왔다는 어민 김모씨(53)는 "세월호가 바로 내가 고기 잡던 곳에서 침몰했을 때 다들 그물 끊어버리고 구조하러 갔다"며 "지금은 밥벌이나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를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부터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고깃배들은 사고 이후 세월호 인근 바다에 나가 유실되는 시신이 없도록 주변 해역을 지키는 일을 해 왔다.

해안가에 있는 돌멩이에는 타르 점들이 중간 중간 찍혀있다. 그 타르를 닦아내는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군청 직원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경우 온 바다를 검은 기름이 뒤덮었지만 지금은 그런 수준까지는 아니다"며 "그래도 어민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열심히 피해를 입증할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나 보상 문제를 떠나서라도 진도 사람들 마음에는 큰 멍이 들었다. 평생을 먹여주고 입혀준 소중한 바다가 이제 바라만 봐도 아픈 곳이 됐기 때문이다. 진도읍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50대 여성은 쓸쓸한 표정으로 "이제 진도 앞바다에 나갈 때마다 세월호가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김유진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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