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전역 '명박퇴진 비준무효'로 뒤덮혀...시민들 열기 갈수록 더해간다
정혜규 조한일 최지현 기자  입력 2011-12-03 13:21:20 l 수정 2011-12-03 22:23:08

3일 2011년 민중대회
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2011년 민중대회'가 개최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종로1가에서 청계광장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승빈 기자


[종합]서울시내 전역 '명박퇴진 비준무효'로 뒤덮혀...시민들 열기 갈수록 더해간다

한미FTA폐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기와 기세가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다, 이같은 시민들의 분위기에 자극을 받은 야당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오고 있어 한미FTA폐기 촛불집회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오후 4시경부터 진행된 한미FTA폐기 범국민촛불대회는 오후 9시경까지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6일 광화문광장을 촛불시민들에게 내준 경찰은 원천봉쇄 입장을 밝히며 올해 최대 경찰 병력(113개 중대, 1만1000여명)을 투입해 시민들에게 다시는 '광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경찰의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경찰의 방침을 무력화시키며 스스로 광장을 열었다. 

경찰과 대치하는 참가자들
3일 오후 서울 종로 르미에르 앞에서 '한미FTA 비준 무효, 이명박 퇴진, 한나라당 해체 2011 민중대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야당 의원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서 시민들과의 이같은 요구에 호응했다. 경찰이 원천봉쇄 방침에 야5당 의원들은 오후 3시 30분경부터 광화문광장에 나와 합법적인 정당연설회를 불허하는 경찰을 규탄하며 이날 범국민촛불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그간 한미FTA촛불집회의 선두에 서왔던 야당의원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까지 가세해 시민들에게 힘을 보탰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하루 이틀 시위하면 끝나는 줄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판사들까지 들고 일어난 상황"이라며 "국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판사들마저도 이제 우리나라 사법권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해 항의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최후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막으려고 하는 데 대해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경찰력을 이용해 합법적인 정당연설회에 참석하기 위한 시민들을 막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경찰들의 불법적인 태도에 대해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의원까지 청계광장에서 사립학교법 반대를 위해 거리에서 집회를 했을 때 참여정부는 보장해줬다"며 "염치가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병력을 철수시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 대통령을 더 이상 시민들은 헌법의 수호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경찰의 원천봉쇄에 항의하고 있는 동안 광화문광장 주변 곳곳에서는 광화문광장으로 들어가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들 간에 충돌이 생겼다. 

광화문광장으로 들어가려는 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남에도 경찰이 끝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자 오후 5시경 시민들은 결국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3일 2011년 민중대회
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2011년 민중대회'가 개최된 가운데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야당 의원들이 도로로 진출하고 있다. ⓒ이승빈 기자

시민들은 종로거리를 뛰쳐나와 경찰의 집회 불허에 항의하고 이명박 정부에 한미FTA폐기를 요구했다. 이에 야5당 국회의원들도 시민들과 합류해 종로 거리를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로 가득 채웠다.

종로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손학규, 이정희, 유시민 등 야당 지도부와 범국본 지도부를 앞세우고 '명박 퇴진, 비준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치며 종로에서 시작해 을지로와 남대문, 시청광장을 거쳐 청계천 인근 영풍문고까지 한시간여에 걸쳐서 행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갈수록 늘어나 오후 7시 30분경 범국민촛불대회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참가한 시민들이 범국본 추산 1만여명까지 불어났다. 

또한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진행하는 동안 서울 시내 주요도로가 모두 일시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상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버스 속에서 길이 막혀버린 시민들까지 참가자들을 향해 비난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명박 퇴진', '비준 무효'를 외치고 환호를 보내는 장면이 연출됐다. 

결국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에게 내어 주지 않은 이명박 정부와 경찰은 종로를 비롯 을지로와 세종로 등 서울 시내 전역이 광장이 되어 '명박 퇴진', '비준반대'의 목소리로 가득 차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무대에 오른 야당 대표자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 심상정 통합연대 공돋대표가 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행진을 마친 후 오후 7시 30분경부터 진행된 범국민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속에서도 '승리감'이 묻어났다.

야당 의원들과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오는 10일 더 많은 사람들을 몰고 나오자"며 "이대로 간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서로에게 힘을 북돋워줬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한미FTA를 반대하며 한 목소리를 외치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을 보고받고 가슴이 뜨끔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FTA를 지금이라도 폐기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이미 끝나 어쩔 수 없다는 국민여론을 넘어섰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6일 촛불집회 이후 정부와 보수신문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폭력집단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를 하며 여론이 더욱 커지는 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이날 촛불집회에는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1만여명의 인파가 몰리며 한미FTA폐기를 원하는 시민들의 열기는 더욱 불붙고 있음이 증명했다. 

더구나 촛불집회와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함께 동참하기도 하고 환호를 보내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는 등 한미FTA폐기 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음이 확인돼 오는 10일 촛불집회에는 더욱 많은 시민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같은 열기에 힘입어 촛불집회는 매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며 오는 10일에는 10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광화문광장으로 진입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는 경찰들간에 곳곳에서 충돌이 생겼으며 이 과정에서 시민 9명이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시민들 "끝까지 함께 하면 반드시 이깁니다"

한미 FTA 비준 반대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시민들 대다수가 “끝까지 함께하면 이길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는 그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서로에게 힘을 북돋워줬다.

시민들의 행진 맨 앞에 있었다는 20대 커플 김모(29)씨와 박모(27.여)씨는 데이트를 하다가 시민들의 행진에 합류했다. 남자친구 김모씨는 “시민들의 행진을 보고 집에 가려했지만 여자친구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해 참석했다”며 “함께하니까 왠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이길 것 같다”고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여자친구 박모씨는 “평소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라며 “데이트를 하다가 시민들을 보고 참을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행진하면서 버스안 시민들도 박수를 친다”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운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 FTA와 관련돼 대통령이 항복해야할 때”라며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은 더 많이 거리로 나올 것이다. 반드시 이긴다”라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주부 진모(42)씨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FTA는 우리 딸의 미래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동안 몰랐는데 사람들과 함께 하니깐 용기가 생긴다.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힘든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진작에 더 나서서 문제점을 고치지 못했나라는 후회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얼마전 한진중공업도 시민들이 힘을 모아 이겼다고 들었다”면서 “이 시민들의 힘으로 FTA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녀노소 다 모여야 한다. 끝까지 질긴 놈이 이긴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참가한 회사원 이모(45)씨는 “시민들의 관심이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라며 “하지만 오늘 보니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 다음주에는 이보다 열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명박에 맞서자”라며 “촛불이 늘면 늘수록 이명박 대통령은 쫄게 될 것이다. 반드시 이긴다”고 강조했다.


촛불로 심판하자
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든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촛불의 온기
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촛불로 손을 녹이고 있다. ⓒ양지웅 기자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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