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52914


난 인천공항 보안 경비요원, 여러분이 모르는 사실도 있습니다

20년 다녔는데 290만원 수령, 이게 로또 취업인가요?

20.06.25 19:02 l 최종 업데이트 20.06.25 19:20 l 권경비(news)


인천공항 보안 경비요원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보내온 글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편집자말]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코로나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전경. ⓒ 이희훈


저는 인천공항에서 일을 합니다. 인천공항 보안 경비요원으로 약 16년간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주로 공항을 출입하는 승객이나 상주직원 등을 검색하는 업무를 합니다. 아르바이트로 이곳에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은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을 못하게 돼 있습니다. 도급 형태로 계약을 해서 인천공항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용역업체가 취업공고를 내 들어왔고 특수경비원 교육을 88시간 이수한 후에야 입사가 가능합니다. 입사 이후에도 매달 법정 교육을 이수하고 인증평가 및 항공 보안 초기·보수 교육 등을 진행합니다. 이는 '국가민간항공보안교육훈련지침'에 따릅니다.


을은 하나지만 갑은 여럿입니다


일련의 교육 시스템을 거치게 된 보안 경비요원이 현장에 투입되면 인원 검색을 위해 핸드스캐너나 X레이 판독 등 실무에 필요한 내용을 배웁니다. 승객이 많을 때는 하루에 1000~2000명을 검색해야 하니 빠르고 정확해야 합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보안 경비요원의 처우는 열악했습니다. 최저시급 이하를 월급으로 받는 데다가 높은 업무 강도, 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인해 중간에 그만 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히 새벽 4시 출근은 힘이 들었습니다.  처음 입사해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면 상당수의 직원은 직업적 회의를 느낍니다.


근무지별로 다르겠지만 출국장의 승객 검색 직원은 입사 후 6개월 내 퇴사율이 60~70%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전체 보안 경비요원의 퇴사율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퇴사율은 인천공항 여타 직군보다 높은 편입니다. 높은 업무 강도와 장시간 야간 업무, 인격 무시와 하대 등이 높은 퇴사율의 원인입니다


퇴사하면 다시 들어오고 일을 가르쳐 놓으면 또 그만둡니다. 이런 악순환이 20여 년 동안 반복돼 왔던 거죠. 용역업체다 보니 관리 주체도 많습니다. 용역회사부터 시작해 공항경찰대, 공항 공사, 서울지방 항공청, 국정원 등 을은 하나인데 갑은 여럿입니다.


또한 용역회사의 중간 착취가 상당했습니다. 예를 들면 추운 겨울에 방한 점퍼를 1인당 1개 지급할 것을 2인당 1개만 지급하고 1개분 방한복 비용을 가져가는 거죠. 근무 유니폼, 구두는 질 낮은 제품을 쓰게 하고 나머지 이익은 회사로 가져가는 겁니다. 인건비도 떼이고 10년을 다녀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오면 신입으로 간주됩니다. 


항공 보안법 강화로 기내 액체류 통제가 강화됐습니다. 승객 검색 도중 고추장이 나와 통제하면, 고추장을 검색장에 집어 던지는 경우도 있고, 반말을 듣는 건 일상다반사입니다. "왜 째려보냐"면서 뺨을 때리는 등 승객의 하대 사례는 너무 많습니다. 


최근에는 과거처럼 검색을 받다가 불쾌하다고 멱살을 잡거나 뺨을 때리는 승객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현실은 열악합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월급 때문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 부끄러운 적도 많았죠. 이렇게 힘들게 일하면서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낮은 월급을 받는다는 현실이 슬펐습니다.


직접고용과 자회사 편입의 차이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해당화실에서 1천900여명 보안검색 노동자들 직접 고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해당화실에서 1천900여명 보안검색 노동자들 직접 고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2일 정부와 국토부가 승객 검색 보안요원 1900여 명을 청원경찰로 채용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보안업무에 종사하는 보안 요원(특수경비원)은 약 3600여 명(보안 검색요원 1900여 명, 보안 경비요원 1729명)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직접고용이 된 보안 검색요원이 아니라 보안 경비요원입니다. 보안 경비요원은 7월 1일부로 자회사로 편입되고 보안 검색요원은 직고용이 됩니다. 제가 속해 있는 보안 경비요원들은 사실 취준생들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큽니다. 


저희도 십수 년을 현장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정부 발표에 어안이 벙벙한 상황입니다. 물론 보안 검색요원의 직고용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들 중 800여 명은 경쟁 채용 대상이기 때문에 고용 불안에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취업 준비생을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합니다. 다만 그들이 준비하는 공사 직군은 공항공사의 관리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에 청원 경찰로 직고용되는 직원은 관리직이 아닌 승객 검색 업무를 하는 분들이지요.


다년간 공부해서 보안 검색요원을 하거나 보안 경비요원을 하러 공항에 오는 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워낙 이직률이 높아 회사에서 상시 구인을 해오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말이죠. 물론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젊은 취준생이 선호하는 직업군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직업적 자부심을 갖기에는 근무나 처우가 열악합니다. 


이번에 직접 고용된 대상자의 처우를 보면 급여가 조금 상승해 3630만 원이 책정됩니다. 오래 다닌다고 많이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보안 경비 분야는 20년씩 다닌 분들이 290만 원을 받고 일하시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많은 금액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이 금액을 특정 정치인이 말하는 것처럼 '로또 취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국가직 청원 경찰이라고 해서 모두 임금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또 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이 워낙 커서 기대만큼 연봉 수준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승객 검색 직원들뿐 아니라 보안 경비요원들도 항공 보안법에 근거해 업무를 합니다. 그렇기에 노사전(노동조합·회사·전문가) 회의 당시 보안경비 요원을 청원 경찰로 직접 고용 요구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국가 중요시설인 인천공항과 국가 위기 사태시 공항을 방호할 인원이 필요해 보안 경비요원이 (직접 고용이 아닌) 특수 경비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공항공사는 자회사로의 채용을 받아들인 것인데요. 


만약 국가 위기 사태가 발생한다면 승객 검색 요원도 공항을 방호하러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공항을 방호하고 있고, 국가 위기 사태 때에도 공항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무기를 휴대하고 근무하는 보안 경비요원이 직접고용된 청원 경찰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차별을 없애고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하는데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현장의 보안 요원들 간에 차별을 만드는 방법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고용 안정입니다. 보안 검색요원에 대한 일부 정치인이나 언론사의 원색적인 비난은 안타깝습니다. 자세히 보안 검색요원들을 들여다본다면 좀 더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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