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378
즉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은 구조 초동조치 미흡과 이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무회의에서 사과했지만 악화된 여론이 수습되지 않아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 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KBS 뉴스의 분위기는 다르다.
KBS의 ‘대통령 띄우기’는 두 번째 <박 대통령, 수색 현장 방문…“최선 다해달라”> 리포트에서 더 잘 드러난다. KBS는 “대통령이 바지선에 접근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잠수요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건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사랑하는 아들·딸을 만나기 위해 이제 믿고 의지해야할 사람은 잠수요원들 뿐. 대통령의 당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만 나오면 실종자 가족 안 보이는 KBS
[캡처에세이] ‘분노와 울분’ 뒤섞였다는 타 언론, KBS는 ‘대통령 1인칭 시점’ 보도?
입력 : 2014-05-05 11:45:58 노출 : 2014.05.05 11:56:01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박근혜 대통령이 4일 팽목항을 찾았다. 지난달 17일 현장을 방문한 이후 예고 없이 17일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사고해역도 방문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민관군 잠수부들을 격려했다. 팽목항에서는 가족대책본부를 찾았으며 이 자리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어봐 잘 알고 있다”며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의 실종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이 방문하자 울분을 토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1분 1초가 급하다”고 말했지만 사고 초기 스스로 빠져나왔던 승객들을 제외하곤 구조소식은 전무했다. 이에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방문한 가족대책본부 텐트에서 고성과 울음이 뒤섞여 나왔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유족·실종자 가족들은 이 사과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유족들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고 비판했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가 강한 비판을 샀다.
이런 분위기니, 박 대통령의 진도 방문은 꼭 환영받을 만한 일은 못됐다. JTBC는 4일 주말 뉴스9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직후 17일 만에 두 번째로 진도를 다시 찾았다”며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는데, 가족들은 울분을 토했다”고 보도했다. 리포트에서도 “이후 30여 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울분을 토해냈다”고 보도했다.
제대로 된 대국민 사과도 없던 박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팽목항을 방문한 것에 대해 JTBC는 배경을 설명하는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한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며 “정부의 ‘신뢰 위기’가 거듭되자 다시 한 번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정면 돌파’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 2014년 5월 4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즉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은 구조 초동조치 미흡과 이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무회의에서 사과했지만 악화된 여론이 수습되지 않아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 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KBS 뉴스의 분위기는 다르다.
KBS 뉴스9는 4일 박 대통령의 진도 방문 소식을 첫 소식부터 2개의 리포트로 전했다. 첫 소식에서는 박 대통령의 말만 전달하다 실종자 가족들이 “해수부 장관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항의했다는 사실만 보도했다. 사고 수습의 책임을 해수부 장관에 맞춘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이 “철저한 구조 수색과 책임자 처벌을 요청했다”는 내용만 전했다.
반면 SBS는 “기다리라고만 하는데 그게 언제까지냐, 흉탄에 부모를 잃은 대통령도 우리 심정을 알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한 말이다.
▲ 2014년 5월 4일 SBS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KBS의 ‘대통령 띄우기’는 두 번째 <박 대통령, 수색 현장 방문…“최선 다해달라”> 리포트에서 더 잘 드러난다. KBS는 “대통령이 바지선에 접근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잠수요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건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사랑하는 아들·딸을 만나기 위해 이제 믿고 의지해야할 사람은 잠수요원들 뿐. 대통령의 당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치 대통령 1인칭 시점 같은 보도다. 이어 “수색 작업을 지켜보기 위해 바지선에 와 있는 가족들을 만났다”며 “꼭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염원으로 아버지가 가슴에 걸고 있는 실종 딸의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며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위로했다”고도 전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KBS가 박근혜 대통령을 사고 책임에서 분리하고 대통령의 동정에 과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KBS는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담지 않고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이 더 커집니다. 곳곳에서 쇄도하는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줍니다”라고 전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을 때도 KBS는 유족들이 박 대통령을 향해 ‘호소’했다고 표현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유족들이 반발한 사실도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이 돼서야 KBS는 해경의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은 묻지 않고 있다.
KBS 보도를 보면 사고에 책임 없는 대통령이 가족들을 위로하고, 책임 있는 담당자들을 엄중 문책하는 심판자 자리에 올라있다. 하지만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며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이 사태 해결에 임해주길 바라고 있다. KBS는 이중 반 정도만 다루면서 교묘하게 대통령의 ‘탈출’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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