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35642.html?_fr=mt3
“분향하려면 신분증 제시를” 파리 한국대사관 ‘황당’ 요구
등록 : 2014.05.05 14:41수정 : 2014.05.05 19:34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교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교민들, 노동절 집회서 세월호 추모 행진
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 찾자 신상 적으라고 요구
“공무원들 이런 태도가 참사 만들어” 교민들 ‘분노’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교민들이 지난 1일 ‘노동자의 날’ 집회에 참여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프랑스 한국대사관은 집회 참여 뒤 분향소를 찾은 교민들에게 ‘신분증 제시 및 신상 기재’를 요구해, 교민들의 분노를 산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에 사는 한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파리꼬빵’에 따르면, 지난 1일 바스티유 광장에서 열린 노동자의 날 집회에 한국 교민 50여명이 참여했다. 행진에는 파리에 사는 한인들 뿐 아니라 보르도, 메츠 등 지역에 사는 한인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정부의 범죄였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대한민국은 지금 침몰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종이 유인물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함께 쓰인 해당 유인물에서 교민들은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하며, 끝없는 거짓발표를 하는 정부, 이를 받아 유포하는 보수언론의 행태가 지속되는 현장에 있던 학부모들이 급기야 대통령을 찾아 나섰으나, 경찰은 이들을 막아섰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간청하는 이들에게 돌아온 말은 빨갱이, 선동꾼이란 말이었다”고 썼다. “정부는 그들이 발표하는 내용 이외의 정보는 모두 유언비어로 간주하며 엄벌하겠다고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또 “세월호가 속한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은 최근 프랑스에서 대규모 사진전을 한 바 있는 아해(AHAE)와 동일인물”이라고 썼다. ‘세월호는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며 “이 나라의 선장 노릇을 하고 있는 박근혜는 사고의 책임자들을 엄벌할 것이라고 말하며, 마치 자신은 이 사건과 무관한 심판자인 듯 탈출해 버렸다. 그녀의 태도에서 우린 승객을 남겨두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았다. 우린 그녀가 최종 책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교민들의 집회 참여는 프랑스 언론 ‘미디어파트’에도 보도됐다. 이 언론은 “(세월호 참사는) 규제 완화 만능주의가 부른 침몰사고”라며 “정부가 아무리 거센 파도에 흔들려도 선장,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나 그냥 서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교민들은 집회에 참여한 뒤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차려진 한국대사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대사관쪽은 선뜻 문을 열어주지 않고 ‘책임자와 상의를 해야 한다’며 20여분을 길에서 기다리게 했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이 사이, 분향시간으로 공지된 시간이 지나버렸다.
교민들에 따르면, 20분 뒤 문을 열어준 대사관쪽은 “시간이 이미 초과했으나 많이들 오셨으니 특별히 선처를 베풀겠다”며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상을 기재한 뒤 5명씩만 들어가라”고 했다. 대사관의 처사에 분노한 교민들은 “대사관 쪽이 공지한 분향 안내에는 ‘신분증 필참’이란 문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분향을 하기 위해 신분을 확인 받는 경우는 단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애초 문을 열어주었으면 정상적으로 분향을 마쳤을텐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길에서 기다리게 하는 동안 시간이 초과됐는데도 사실을 왜곡하는 대사관 직원들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도 비판했다.
교민들은 항의 끝에 서류에 신상명세를 쓰고 10명씩 들어가 분향을 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교민들은 “분향소 장소가 협소하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는 (대사관쪽의) 변명과 달리 분향소는 아주 넓기만 했다”며 “이날 70대의 한 교민은 대사관 직원들에게 “공무원들의 이러한 태도가 바로 오늘의 세월호 참사를 만든 것”이라고 꾸짖었다. 해외교민을 위한 봉사라는 본래의 직분을 잊고 오히려 교민을 감시와 훈육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윗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분노를 일으키고 마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이 말에 대사관 직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글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사진 문충식 촬영ㆍ이완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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