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5773.html
안산 고교생들 “우리가 일당 받고 촛불 든다니요”
등록 : 2014.05.06 17:46 수정 : 2014.05.06 18:50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무사귀환 염원, 희생자 애도, 민주회복을 위한 국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2014.05.03【서울=뉴시스】
오는 9일 안산 시내에서 침묵·추모 행진 예정
“일당 받고 촛불 든다는 말 우리를 분노케 해”
“정치적 선동도, 입장 포명도 아니다” 강조
“우리가 일당을 받고 촛불을 든다니요? 우린 세월호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비탄에 빠진 경기도 안산지역 고교생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며 대규모 촛불 문화제를 연다. 이 지역 고교생들은 사고 뒤 개별적으로 분향소를 찾고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촛불 문화제에 참가해왔으나, 학생들 스스로 촛불집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안산시내 24개 고등학교 학생회 회장단이 꾸린 ‘안산고교회장단연합회’는 오는 9일 오후 6시30분 세월호 사고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 모여 안산시 중심가인 고잔동 문화광장까지 2㎞가량 침묵·추모 행진을 벌인다.
‘잊지 말아 주세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추모 행진과 집회에 대해 회장단 쪽은 “진심으로 친구들의 아픔을 나누고 추모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마음속에서 잊지 말자는 취지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학생들 스스로가 진행하는 집회다. 저희가 하는 이 일은 정치적 선동도 아니며 정치적 입장을 담아 벌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안산시 문화광장에서 촛불문화제와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자유발언 및 토론 등을 할 예정이다. 연합회에 소속된 학교가 24곳이고 한 학교당 회장단이 20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집회에 수백명의 고교생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산 경안고 학생회장 우숭민(18·3학년)군은 “그동안 연합회 소속 회장단과 여러 곳의 분향 현장을 다녀왔다. 그런데 한 달도 안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벌써 잊혀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너무도 안타깝게 숨져갔는데도 별다른 재발방지 대책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이런 집회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우군은 “최근 어느 분이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에 대해, 일당을 받고 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는데, 그런 말은 우리를 정말 분노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7일 오후 안산단원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낸 상태다.
10일에도 안산시내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연대’ 주최로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한 국민촛불행동이 열린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 3주차장에 모여 화랑유원지를 인간띠 잇기로 둘러싸고 묵념한 뒤, 안산문화광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6시부터 안산문화광장에서는 희생자 추모 및 조속한 수색작업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을 켠다.
한편, 연휴 마지막 날인 6일에도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조문객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하루 동안 3만여명에 가까운 조문객이 다녀가 전국 누적 조문객 수는 130만명을 넘겼다. 이날 분향소에는 가족 단위와 종교 단체별로 찾는 조문객이 많았으며 외국인, 학생, 유명 연예인들도 줄이어 찾았다. 때문에 조문객들은 30여분 넘게 줄을 서 기다리기도 했다. 희생자 유족들은 분향소 앞에서 ‘제발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주세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 보고 싶다’는 등의 손팻말을 들고 나흘째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세월호 사고의 수습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계속됐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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