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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겨냥 정몽준의 ‘서울 경쟁력’ 비난, 무지가 낳은 촌극
[홍헌호 칼럼] 중국 대도시와 서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새누리는 계획도 없어
입력 : 2014-05-24  13:51:33   노출 : 2014.05.24  13:51:33  홍헌호 | media@mediatoday.co.kr    

1. 서울시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이슈가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서울 경쟁력’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데요. 새누리당의 정몽준 후보 쪽에서 포문을 열었다고 하지요?

⇒ 지난 22일 정 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김성태 의원이 CBS 라디오에 출연해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서울의 경쟁력이 추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이 이런 주장을 하면서 내놓은 근거는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 따르면 서울의 글로벌지수가 지난 2년간 8위에서 12위로 내려앉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의 경제예측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경쟁력이 커질 50개 도시에서 서울이 제외되었다는 것입니다. 

2. 김 의원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 순서대로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AT커니가 서울의 글로벌지수 순위를 8위(2012년)에서 12위(2014)로 낮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AT커니의 글로벌지수를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는 안됩니다. AT커니에 따르면 지난 6년간 84개 도시 중에서 순위가 가장 많이 오른 도시가 놀랍게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였습니다. 이 도시의 순위는 33위(2008)에서 20위(2014)로 13계단이나 올랐는데요. 어이없는 것은 아르헨티나의 국가 부도 위험도가 여전히 세계 최악이라는 것입니다. 국가 부도 위험도는 보통 CDS(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이라는 지표를 통해 표시되는데요. 지난 22일 아르헨티나의 CDS 프리미엄은 1708bp(=17.08%)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남유럽 국가들이 600bp를 넘어선 직후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하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1708bp는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3. 김성태 의원은 AT커니의 글로벌도시지수를 도시 경쟁력지수와 동일시하는 것 같은데요. 어쨌든 올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글로벌도시지수가 20위라면 상당히 높은 거네요

⇒ AT커니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 순위가 20위였고, 보스턴이 21위, 샌프란시스코가 22위, 프랑크푸르트가 23위였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이들 도시와 어깨를 겨룰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 것인지 의구심이 많이 듭니다. 또 이들에 따르면 대만의 타이뻬이가 40위, 캐나다 밴쿠버가 48위, 일본 오사카가 55위에 머물러 있는데요. 과연 이들 도시들의 경쟁력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비해 심각하게 낮은 것일까요? 

4. AT커니에 따르면 서울의 글로벌지수는 올해 12위인데요. 2008년 9위에서 3계단 내려갔고, 2010년 10위에서 2계단 내려갔으며, 2012년 8위에서 4계단 내려갔습니다. AT커니의 이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 AT커니는 이 지수를 2008년 이후 2년마다 발표하고 있는데요. 하필이면 2008년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통계 해석을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극단적인 변동성이 나타나는 시기’인데요. 2008년이 바로 그 시기입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치명상을 안겼는데요.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당시 대다수 선진국들은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라는 2가지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었는데요. 우리나라는 역대 정부의 노력으로 상대적으로 재정이 안정되어 있었고, 1997,8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매우 낮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한국과 서울에 대한 국제평가기관의 평가 순위를 일시적으로 매우 높게 유지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요. AT커니의 보고서를 해석할 때도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5. 2008,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선진국 호랑이들이 대부분 다 시름시름 앓아 눕자, 고양이 정도에 해당하는 한국의 건재함이 돋보이는 상황이 된 건데요. 당시 서울의 경쟁력을 매우 높게 평가한 기관 중 하나가 중국의 사회과학원이었지요?

⇒ 중국의 사회과학원은 2008년 서울의 도시경쟁력 순위를 12위로 올려 놓았는데요. 2006년 27위에서 무려 15계단이나 높여 놓았습니다. 당시 사회과학원이 서울의 경쟁력을 이와 같이 높게 평가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한국의 역대 정부 노력으로 재정건전성이 양호했고, 외환위기 영향으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매우 낮은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IMF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30.1%로 IMF가 선정한 35개 선진국 평균 54.4%에 비해서 매우 낮았습니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자기자본에 대한 부채액의 비율)도 매우 낮았는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7년 이후 10년간 425%에서 115%로 낮아졌습니다. 2006년 일본기업의 부채비율이 233%, 독일이 242%이었다는 점에 비춰 보면, 115%는 매우 낮은 것입니다. 

6.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되고 선진국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든 이후에는 선진국 주요 도시의 경쟁력 순위도 회복되었을 것인데요. 그렇게 되면 서울의 경쟁력 순위가 많이 낮아졌겠군요?

⇒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서울은 선진국들의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했기 때문에 도시경쟁력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고 선진국 주요 도시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게 되자, 서울은 상위 순위를 넘겨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서울이 미국 워싱턴과 벨기에 브뤼셀에 상위 순위를 넘겨 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7. 김성태 의원은 또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2030년까지 경쟁력이 커질 도시 50곳에서 서울을 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김 의원이 중앙일보의 최근 기사를 보고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것 같은데요. 중앙일보는 지난 9일 기사에서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가 내놓은 ‘세계 750개 도시 미래 트렌드와 시장 기회’라는 보고서 내용을 일부 소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13~2030년 사이 경제규모(GRDP, 지역내 총생산)가 가장 많이 커질 도시 50개 도시에 중국 도시 17개가 포함되었는데요. 유감스럽게도 서울은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나 OE의 보고서를 좀더 꼼꼼히 들여다 보면 이 순위를 맹신하거나 수박 겉핥기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8. 그와 같이 주장하는 근거가 있습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GRDP(지역내 총생산) 규모 차이를 근거로 경쟁력을 운위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A라는 도시의 인구가 1000만명이고 B라는 도시의 인구는 100만명인데, 두 도시의 GRDP가 100조원으로 같다고 가정합시다. 두 도시 중 어느 도시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요? 두 도시의 1인당 GRDP를 계산해 보면 A는 1000만원이고 B는 1억원입니다. 이 때 우리는 B도시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OE의 보고서를 보면 인구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순위를 매겼습니다. 이 보고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9. OE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2013~2030년 사이 경제규모(GRDP)가 가장 많이 커지게 될 도시입니다. 이 중에 중국 도시가 많이 포함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 그 보고서를 보면 2030년에 충칭의 인구가 3260만명에 달하고, 상하이는 2920만명, 베이징, 톈진은 각각 2850만명, 2150만명에 달할 것이라 합니다. 반면 서울은 1000만명 내외에 불과한데요. 중국 대도시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주요 원인이 무엇일까요? 이농(離農)입니다. 중국의 농민들이 대도시로 이동해서 대도시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대도시의 GRDP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대규모 이농으로 경제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국 대도시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정상적이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정몽준 블로그
 
10.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는 근거가 있나요? 

⇒ 지난 4월 IMF는 올해 선진국 성장률을 2.2%로 전망했고, 신흥국 성장률을 4.9%로 전망했습니다. 그럼 한국이 신흥국 성장률이 높다는 이유로 신흥국처럼 경제를 운용해야 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의 성장률이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것은 그 나라가 성장률이 높은 경제발전 단계에 들어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그 단계를 벗어났기 때문에 그 단계로 되돌아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경제발전 단계가 다른 중국과 단순비교를 하며 서울의 성장률이 중국 도시의 성장률보다 낮다며 생떼를 써서는 안됩니다. 

11. 일각에서는 서울의 인구가 1000만명 내외에 머물러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 도시 발전의 기본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서울의 목표가 인구 증가가 아니라 쾌적한 도시 발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서울은 군사정부 이래의 개발중심정책 때문에 선진국 도시에 비해 녹지공간이 적습니다. 따라서 인구 증가보다는 쾌적한 도시 발전에 주력해야 합니다. 대신 인구 증가나 제조업 발전은 상대적으로 녹지공간이 많은 경기도 등 다른 시도가 담당하는 것이 좋습니다. 

12. 중국의 대도시들은 이농으로 인해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신흥국 특유의 높은 경제성장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서울은 다른 선진국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이농과 고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대도시와 서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런 주장이군요?

⇒ 그렇습니다.

13. O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경제규모가 많이 커지는 50개 도시에 미국 대도시도 12개나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 OE의 보고서를 보면 50개 도시 중에서 미국의 대도시가 12개인 반면, 유럽의 대도시는 2개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구 증가율 차이 때문입니다. UN에 따르면 2013년과 2030년 사이 미국 인구는 13.3% 증가한 반면, 유럽 인구는 0.8% 감소하게 됩니다.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이 유사할 것이라 가정하면, 인구 증가율이 낮은 유럽의 대도시들이 50개 도시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상대적으로 인구 증가율이 높은 미국의 대도시들이 50개 도시에 들어간 것도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서울은 향후 20년간 인구 증가율이 유럽과 유사할 것이기 때문에 50개 도시에 포함되지 못한 겁니다. 

14.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유럽에 비해 월등히 높은 원인이 무엇인가요?

⇒ 두 지역의 출산율 격차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2010년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06명인 반면, 유럽은 1.57명에 그쳤습니다. 우리나라는 1.23명이었는데요. 미국의 출산율이 높은 것은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럽은 풍부한 복지정책으로 저출산을 막고 있는데요. 국민들의 저출산 성향이 워낙 강해서 각국 정부도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15. 오늘 발언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 주시죠

⇒ 제가 오늘 발언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AT커니와 OE의 보고서 내용을 지나치게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둘째, 2008,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서울은 선진국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재해서 경쟁력 순위가 높았습니다. 최근 서울의 순위가 낮아진 것은 선진국 도시들이 회복해서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력 순위 추락 운운하며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셋째, OE가 2030년까지 경제규모가 많이 커지는 50개 도시에 중국 대도시를 17개나 포함시킨 것은 신흥국 특유의 이농현상과 고성장률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 초입 국가에는 이런 것들이 그림의 떡이므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넷째, 50개 도시에 미국 대도시가 12개나 포함된 것은 높은 인구 증가율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은 유럽 수준이거나 그 이하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것 또한 부러워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16. 저출산을 막아줄 복지정책에 가장 소극적인 새누리당이 인구 증가율에 큰 영향을 받는 도시경제력 운운하는 것도 부적절해 보입니다.

⇒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처럼 도시경제규모를 도시경제력이라 간주한다면, 그것은 생산성과 인구증가율에 의해 좌우됩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도시 생산성과 인구증가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할 계획이냐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새누리당에 도시경제력을 높여줄 실효성 있는 노력이나 계획은 존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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