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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할매도, 수녀도 모두 끌려나왔다...“경찰, 커터칼 들고 움막 찢어”
경찰, 직접 철거작업해 ‘불법성’ 논란...밀양대책위, “불법으로 자행된 잔혹한 행정대집행” 반발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발행시간 2014-06-11 19:45:37 최종수정 2014-06-11 19:44:57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막다 실신한 주민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막다 실신한 주민
밀양송전탑 반대 움막에 행정대집행이 진행된 1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번 송전탑 움막에서 저항하던 주민이 실신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양지웅 기자

10여년 동안 끌어온 밀양송전탑 갈등이 결국 대화와 타협이 아닌 공권력이 대행한 행정대집행의 물리적 충돌로 마무리됐다.

밀양시는 지난 2일까지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127번과 129번 송전탑 인근 움막, 부북면 평밭마을 입구의 장동 움막, 129번 송전탑으로 가는 진입로 움막, 상동면 115번 송전탑 인근 움막,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움막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계고한 뒤 11일 경찰의 지원을 받아 이들 6곳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이날 경찰은 새벽 6시께부터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 등지의 움막 3개를 철거하고 오전 8시50분께는 다시 인근 위양마을 127번 움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또, 12시 30분에는 상동면 115번 움막을 철거하고 연이어 3시30분께 단장면 101번 움막을 철거했다.

경찰 20개 중대 2,000여명과 밀양시청 공무원과 소방당국 공무원 각 200여명이 동원된 이날 행정대집행으로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날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주민 8명, 수녀 7명, 지원나온 시민 3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가운데 부북 평밭마을 입구 장동 농성장에서 강제철거에 저항하던 박 아무개씨(74)는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또 경찰은 배 아무개씨를 폭력혐의로 연행했다.

이날 경찰을 앞세운 행정대집행으로 한전은 밀양 전역에서 송전탑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송전탑이 들어서면서 복구하기 어렵게 파괴된 마을공동체는 여전히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았다.

밀양 부북 129번 송전탑 움막 강제철거
밀양 부북 129번 송전탑 움막 강제철거
밀양 부북 129번 송전탑 움막의 강제처거에 맞서 토굴속의 주민이 알몸으로 저항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경찰, 움막 직접 철거...불법 행정대집행 논란

이날 새벽에 부북면 129번 송전탑 인근 움막에 도착한 경찰 500여명은 직접 커터칼로 천막을 찢고 철거를 했다.

행정대집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현장의 안전을 위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보조적 활동만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날 경찰은 모든 현장에서 직접 농성 움막을 찢고 뼈대를 들어내는 등 철거작업을 했다. 반면 밀양시청 소속 행정집행관은 대집행 영장만 낭독하고 실제 주민과의 마찰은 피했다.

민변 소속 밀양법률지원팀은 “경찰이 직접 움막을 철거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밀양에는 민변 소속 밀양법률지원팀 변호사 12명이 현장 지원을 위해 도착했으나, 이들 중 5명은 경찰의 저지에 막혀 어둠을 타고 산길을 올라 현장에 도착하기도 했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경찰이 변호인의 조력권 행사를 저지한 것도 논란이다. 민변 소속 한 변호사는 “변호사 신분을 밝혔으나 129번과 127번 송전탑 인근 움막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를 한다는 이유로 끌려나왔다”며, “공무집행방해는 폭행, 협박이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 만큼 변호사를 끌어내는 행위는 사실상 불법체포 행위다”라고 성토했다.

또한, 밀양법률지원단은 경찰이 주민을 체포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내세워 변호인의 조력권을 무력화시켰다고 반발했다.

신훈민 변호사는 “경찰이 주민을 분리 고착시키면서 체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접견권을 거부하고 있다”며, “체포를 하게 될 경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하고 변호인의 접견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데 경찰이 실제로는 체포를 하면서 안전보호라 하며 접견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찰은 127번 송전탑 움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의 사지를 들고 끌어내기도 했다. 또 정의당 김제남 의원 보좌관은 김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가려다 경찰과 충돌해 왼쪽 손가락과 팔목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이날 현장에는 새벽에 현장에 도착한 진보당 김미희, 김재연 의원과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주민과 함께 현장을 지켰다.

밀양송전탑 127번 움막에 진행된 행정대집행
밀양송전탑 127번 움막에 진행된 행정대집행
1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번 송전탑 움막에서 밀양시 공무원과 한국전력 직원, 경찰들이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며 저항하는 송전탑반대 연대자들을 끌어내고 있다.ⓒ양지웅 기자
 
주민과 연대자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적인 침해 성토

부북면 127번과 129번 송전탑 움막을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당한 주민과 카톨릭 수녀, 연대단체 회원들은 도로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면서 경찰이 한전의 용역이 됐다며 분노했다.

성가소비녀회 강리노 수녀는 “경찰이 직접 와서 천막을 찢는 모습과 어른들, 연대 청년들이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 형제와 같은 분들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의원은 “수녀 분들이 부모 앞에서도 벗지 않을 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머리 수건을 경찰이 벗기고 끌고 갔다”며, “법 집행에도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오늘 현장은 군사독재시절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모습이었다”고 성토했다.

김제남 의원은 “오늘 강제철거는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10여년 동안 싸워온 움막과 천막을 철거했을 뿐, 주민들의 투쟁의지를 앗아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대집행은 공무원이 해야 함에도 2,000여명의 경찰이 물리력을 앞세워 직접 한 것은 대단히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연대단체 회원은 “경찰이 어머니들이 설치한 그물 등을 직접 제거할 권한이 없는데도 아주 폭압적으로 달려들어 철거를 했다. 누구를 위한 경찰인지, 한전의 하수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며, “이런 상황은 다른 곳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정대집행과 관련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책위는 규탄성명을 내고 “총체적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끔찍하고도 잔혹한 행정대집행이라고 비난하면서 이것이 박근혜의 국가개조냐”며 반발했다.

이와함께 “오늘 밀양 주민들은 모든 현장에서 들려나온 뒤 통곡하고 오열했다”며, “ 우리는 오늘 자행된 폭력,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끌려나와 쭈그려 앉은 노인들의 굽은 등을 보면서 수녀님들도, 취재하는 기자들도 모두 울었다. 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것인가”라고 묻고, “끝까지 주민을 지키고 지지하고 연대의 손길을 놓지 않는 ‘밀양 송전탑 시즌 2’를 열어젖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전은 보도자료를 통해 "밀양 송전탑 미착수 5개소에 대해 공사를 시작함으로써 지난해 10월 공사재개 이후 8개월 만에 69개 전체 개소에서 공사가 진행 중으로 밀양 송전탑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그 동안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다 오늘 공사에 착수한 송전탑 5개 중 3개가 집중되어 있는 평밭마을 다수 주민들의 국가 공익사업에 대한 대승적 결단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주민들과 큰 충돌 없이 움막을 철거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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